“저들은 진보도 좌파도 아닌 과격세력일 뿐”
“저들은 진보도 좌파도 아닌 과격세력일 뿐”
  • 미래한국
  • 승인 2011.09.0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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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양동안 교수의 <사상과 언어>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지난 8월 20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7개 대학생 보수단체가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8월의 편지’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이 행사는 민주당 등 야5당, 민노총, 전교조 등 소위 ‘진보’단체들이 중심이 된 희망시국회의 측에 의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광장사용신청도, 집회신청도 내지 않은 이들은 밤 9시반 경 광장으로 무단 난입했고, 밤 11시 15분경 전력선을 끊어 북한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다큐영화 ‘김정일리아’ 상영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희망시국회의 측은 “니들 어용이지? 안전은 보장해줄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며 대학생들을 조롱하고 협박했다. 4000여명에 달하는 희망시국회의 측 시위대에 포위당한 200여명의 행사참가자들은 결국 광장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광장을 힘으로 탈취한 후 단상에 오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 정부는 온갖 변칙과 탈법으로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먼저 민주당이 희생과 헌신의 자세로 민주진보진영의 대통합에 이바지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민노당에 불법정치자금을 헌금한 전공노 소속 공무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의법조치한 데 대해 “진보정당을 탄압해서 이후 진보개혁을 이루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만인에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야당의 통합연대 형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같은 것인가? 북한인권 문제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폭력과 불법을 무시로 자행하는 자들을 ‘진보’라고 불러주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양동안 교수의 <사상과 언어>는 바로 이런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副題)부터가 ‘한국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는 사상·정치용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서’이다.

저자 양동안 교수는 ‘민주주의’라고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운동권과 소위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민중민주주의란 공산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인민민주주의(혁명민주주의에서 통치권을 장악한 반제-반봉건지배연합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주도권이 확고해지고 마르크스-레닌주의 노선에 따라 사회 변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의 정권 형태)에 다름 아니며, 인민민주주의라는 것은 사실상의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얼마 전 국사편찬위원회 산하 역사교육과정개발정책연구위원회 오수창 위원장(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과 위원들은 “초.중.고 역사교육과정안(한국사 부문)에서 정책위가 제시한 ‘민주주의’ 개념이 교과부가 고시한 교육과정에서 모두 ‘자유민주주의’로 변경됐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들은 “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 충분한 개념이며 가능하면 그에 대한 제한이나 수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동안 교수의 책을 조금만 읽어도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서 충분한 개념이 아니며, 그에 대한 제한이나 수식을 명백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수 대 진보’ 분류는 부적절

양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의 사상 대립을 ‘보수’와 ‘진보’로 표현하는 것이 왜 잘못인지도 명백히 밝힌다. ‘저급한 생산양식의 사회로부터 고급한 생산양식의 사회로 변해가는 것’을 ‘진보’라고 규정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진보’라는 표현을 애용해 왔으며,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의식한 국내의 좌익세력들이 ‘진보’라는 표현으로 자신들의 실체를 위장해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주의자들을 진보세력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곧 사회주의화를 진보 즉 바람직한 상태로의 변화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비사회주의자나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 사회주의자들을 진보세력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정신분열적 행위”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보수주의는 결코 변화나 진보를 반대하는 사상이 아니며, 심지어는 혁명이라도 자유를 추구하는 혁명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사상”이라면서 “따라서 사상진영이나 정치세력을 분류함에 있어서 ‘보수 대 진보’로 분류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보수 대 진보’라는 프레임은 바로 좌익세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 프레임만으로도 ‘진보’세력은 100점 만점에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뒤늦게 그런 문제점을 발견한 우익세력은 몇 년 전부터 ‘진보세력’을 ‘좌파’라고 호칭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일러 ‘좌파정권’이라고 하거나, 주사파(主思派)세력을 ‘종북(從北)좌파’라고 하는 것은 제법 익숙해졌다.

하지만 양 교수는 이 또한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사상적 경향이 동일한 세력을 지칭할 때에는 ‘익(翼 : Wing 또는 Force)’, 동일한 사상진영에 속하면서도 정책의 차이로 별도의 정치조직을 만든 경우에는 ‘당(黨: Party)’, 그러한 당 내부에서 인간적 친분관계나 당면문제에 대한 정책적 입장의 동일성 등으로 뭉쳐진 집합을 지칭할 때는 ‘파(派: Faction)’이라는 단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무게의 단위로 비유하면 익은 ㎏, 당은 g,파는 ㎎에 해당한다”면서 “좌익을 좌파라고 호칭하는 것은 ㎏을 사용해야 할 단위에 ㎎을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그밖에도 이데올로기-이념-사상, 자유주의(Liberalism)-New Liberalism-Neo  Liberalism-리버럴(Liberal), 참여민주주의, 수정주의와 수정주의 역사기술, 포퓰리즘 등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 용어의 연원과 변천 추이, 오늘날 국제학계에서의 일반적인 용례와 한국에서의 오용 사례 등을 들어가면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좌파보다 좌익이라고 표현해야

양동안 교수는 “어떤 국가에서 사상 관련 용어들이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그 나라 국민의 사회인식과 사유에 혼란이 초래된다”면서 “국민이 사회인식과 사유를 부적절하게 하게 되면 그들의 사회적 행동이 부적절해질 수 밖에 없고, 국민이 사회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부적절하게 하게 되면 국가는 재앙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에게 기본적으로 소총이 있어야 한다. ‘사상전’에서도 기본적인 사상무장이 필요하다. ‘사상전의 소총’으로 <사상과 언어>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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