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부들이 생각하는 통일
북한 간부들이 생각하는 통일
  • 미래한국
  • 승인 2011.09.26 0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 북 민 이 야 기]세이브엔케이 기도회 간증 / 최해연 2006년 탈북

 북한에서 제가 한국으로 오게 된 첫 번째 동기는 드라마 때문이에요. 2000년부터 한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요. 저희 집이 옥류관 바로 앞인데 평양의 중심이에요. 밤이면 들키지 않기 위해 커튼을 네 겹 쳤어요.

제 남편은 김정일 바로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우리 집에 함부로 누가 와서 두드리지 못해요. 우리 아파트에 사는 중앙당 간부들이 2000년부터 한국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김정일 밑에 있는 사람들이 이중인격자들이죠. 이 사람들은 김정일이 마음에 안들지만 김정일이 살아 있는 한 반기를 들면 자기뿐만 아니라 10촌까지 숙청되기 때문에 독재에 아부하는 거에요.

남한 드라마 70편 보고 탈북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달라요. 배고프고 살기 힘들어요. 북한 주민들은 정말로 누구든 좋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논하기에 앞서 빨리 통일 시켜달라는 것을 간절히 원해요.
대한민국에서 제가 5년 동안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북한의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해 강연을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도대체 남한 사람들이 바라는 통일은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어요. 남한 사람 중 적어도 40퍼센트는 통일을 원하지 않아요.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열렬하게 통일을 바라는데, 김정일도 바라거든요. 남한 사람들이 준비가 안 된 거에요. 통일이 되면 우리 것을 나눠줘야 한다, 문화적 차이가 난다는 등을 얘기합니다.

통일은 결코 힘든 게 아니라고 봐요. 대한민국의 국민과 북한에 있는 국민이 서로가 통할 때 자연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지죠. 평양 청년학생축전 때 임수경 씨가 평양에 갔었잖아요? 임수경 씨는 북한에서 볼 때는 통일의 꽃이에요. 그럴 정도로 북한에 미친 영향이 컸어요. 저도 그때 대학을 금방 졸업했었어요. 임수경 씨가 던지고 간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남한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한 화두가 됐었는데 마지막에 임수경 씨가 38선에서 판문점을 넘으면서 기도하는 장면을 지금도 기억을 해요.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아픔이 있는 곳에 사랑을 뭐 이런 장면을 보였잖아요.

임수경 씨가 기도를 하고 넘어 갔는데 그 다음날 바로 그게 북한의 대학가에 퍼진 거에요.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남한에서 온 대학생이 던지고 간 짤막하면서도 아름다움이 가득 들어 있는 그 말이 북한의 대학가에 다 퍼져버린 거에요. 북한의 대학생들은 그때 싸우다가도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이러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너무나 단순한 진리, 이런 것을 우리가 모르고 사는 거에요.

통일의 방법

통일세라는 부분을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기 보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열려 있는 가슴을 안고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TV 뉴스에서 남한의 기독교인들이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봉사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려요. 어쩌면 저런 사람들은 저런 마음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북한이 지금은 닫혀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다 열려 있어요.

크리스마스 때 구세군 자선 냄비에 기부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하잖아요. 여기에 통일자만 붙이면 되는 거에요. 북한을 위해 구세군의 빨간 냄비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죠. 한국 국민들이 자원해서 통일세 기부를 하면 북한 당국이 통제해도 북한 주민들은 알 수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그들 때문에 저렇게 통일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고생하고 후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되면 남한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을 거에요.

북한 당국은 계속 남한과 미국 때문에 북한이 못살고 경제적으로 압박받는다고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 말을 전혀 믿지 않아요. 남한이 분명히 잘살고 우리 민족인데 남한이 북한을 못살게 하겠느냐고 생각해요. 남한의 CD를 보는 이유가 그걸 보면 매혹이 되는 거에요.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남한 드라마에서 보게 되잖아요. 이것을 보고 북한 사람들이 대리 만족을 하는 거에요. 용감하게 저처럼 두 아들을 데리고 단호하게 남편과 헤어지면서까지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돼요. 저는 북한에서 70편의 남한 드라마를 보고 또 보고 다 외워 온 여자에요. 국정원 직원이 저에게 특별 케이스라고 하면서 관심을 가졌어요. 저는 저에게 그렇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그저 남한 드라마 보고 거기에 매혹돼 왔다, 자유를 원해서 왔다고 했어요.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신기하지 않나요? 중앙당 간부 마누라에
당원이었고 전국에 220명을 거느리고 매일 아침 일을 나가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고 연설을 하는 사람이 밤에는 집에 들어가 남한 드라마를 보는 거에요. 이게 북한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그 드라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총살 당하고 목숨을 잃고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 갔는지 모릅니다. 이게 바로 남한이 북한에 주는 힘입니다. 무척 간단한 이치에요.
기독교인들은 정말 애국자 같아요.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애국자가 아니면 누가 애국자이겠습니까. 저는 정말 하나님을 열심히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