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의 편지]네 가지 각오
[이성원의 편지]네 가지 각오
  • 미래한국
  • 승인 2011.09.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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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나이 들면서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네 가지 불안이 있다. 병, 돈, 일거리, 그리고 고독이다.
친구들 모임에서 한 사람이 얘기를 시작했다.
 
성인병에 대한 각오

게이오 대학의 곤도 박사로부터 성인병 대처법을 배웠다.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마라.
암을 조기발견한 경우와 발병 후 치료한 경우의 생존율이 같다.
일본 암환자의 4%가 CT검사 때의 방사선이 원인이다.
사망 원인의 3분의 1이 암이다. 3분의 2는 암과 무관하다. 모두가 불안해 하지 말고 발병하는 3분의 1만 발병 후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항암제는 몇 가지 특정 암 이외에는 효과가 없고 다른 장기에 치명적 해를 끼친다.
곤도 박사의 지침이 성인병에 대한 불안을 없애줬다.

다음 친구는 생계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무일푼에 대한 각오

가보고 싶은 데 여행하고 먹고 싶은 것 찾아 먹을 만한 능력이 있는 소시민이 가장 행복하단 말이 있다.
특별히 유산을 남길 요량이 아니면 우리 모두 웬만큼 견딜 만하다. 집 한 채만 있어도 은행에 담보로 넣고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타 쓸 수 있지 않은가. 이도 저도 안 되면 문화생활을 뚝 끊고 살 각오를 하면 된다.
돈이 똑 떨어지고 어디 빌붙을 데도 없게 되면 먼 광야로 나가 한없이 걷다 쓰러질 각오를 하고 사니 돈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더라는 인사도 있다.

다음 친구는 소일거리에 대한 얘기를 했다.

일거리에 대한 각오

은퇴 후 남들이 흔히 하는 일 이외에 두 가지 일거리를 궁리했다. 하나는 일생 살아오면서 신세진 분들을 찾아가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나의 개인사를 기록해보는 일이다. 까마득히 잊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득한 그리움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무슨 보람이 있었을까, 그런데 생각이 미치면 가슴이 콱 메어오기도 한다.
뭔가 일거리를 찾겠다고 단단히 각오하고 덤비면 일거리는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친구는 외로움에 대한 얘기를 했다.

고독에 대한 각오

나이 들면 모두가 고독을 느끼게 된다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 두 종류가 있다. 남과 잘 어울리는 EQ형과, 그렇지 못해 혼자 지내게 되는 IQ형이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EQ형은 같이 어울리던 사람들이 자꾸 줄어 심한 고독을 느낀다. 반면에 본래 혼자 지내던 IQ형은 새삼 고독을 느낄 이유가 없다.
EQ형도 노년에는 혼자 지낼 각오를 해야 고독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독의 시간 속에서 자기 일생의 의미를 찾는 작업은 그것대로 대단히 소중하고 또 그것이 혼자 사는 각오를 다지는 첫 발판이 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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