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좌파진영 2012 집권플랜의 실체
[분석]좌파진영 2012 집권플랜의 실체
  • 미래한국
  • 승인 2011.09.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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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는 투표율이 25.7%로 33.3%에 미치지 못해 개표가 무산됐다. 후폭풍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났고 한 달 가량이 지난 지금 여론은 박원순 변호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몰아주기’ 덕분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맥을 못 추고 있다. 거대한 흐름이 일고 있다. 그 흐름은 과연 무엇일까.

‘진보집권플랜’, ‘민란 프로젝트’ 그리고 ‘올리브동맹’

작년 11월 초, 전국 주요 서점에는 한 신간 서적이 깔렸다. 제목은 <진보집권플랜>,  저자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사장과 ‘청담좌파’로 불리는 조국 서울대 법률대학원 교수였다. 이 책은 2010년 봄 오연호 사장과 조국 교수가 만나 ‘진보진영의 재집권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면서 시작된 6개월 동안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오연호 사장과 조국 교수는 이 책에서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주류가 된 소위 486세대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성, 무상급식, 재벌 문제, 나쁜 일자리 논란, 80년대 프랑스 좌파정권의 교육개혁을 모델로 한 교육개혁, 검찰개혁, 민란 프로젝트, 올리브 동맹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진보의 고속도로를 만들자’는 결론을 낸다.

조 교수는 “진보.개혁 진영이 재집권한다면 진보의 고속도로를 깔아야 합니다. 우리의 대답은 이 고속도로를 어떤 사람이, 어떠한 방향과 방식으로 깔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죠. ‘제도적 말뚝’의 수혜로 대중이 ‘진보의 맛’을 보게 되면, 그 말뚝을 뽑기 어려워집니다”라며 ‘진보 고속도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책이 발간된 이후 오 대표와 조 교수는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등에서 북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의 콘서트에 그동안 숨죽이며 살던 좌파진영이 전국에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콘서트를 통해 진보개혁진영의 대통합을 주장하면서도 “합당과 같은 화학적 결합이 아닌, ‘올리브 동맹’과 같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이들이 말한 ‘올리브 동맹’이란 경기지역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좌파진영이 각 정당별 후보를 내지 않고 단일후보를 내되 정당과 조직은 그대로 유지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여기서 ‘빅 텐트’론을 내세웠다.
‘빅 텐트’론이란 야5당이 합당 등을 통한 화학적 결합을 하지 않고, 진보진영이라는 거대한 텐트 속에서 단일후보를 선출한 뒤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이보다 조금 이른 2010년 8월 하순 친노 진영도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친노 연예인인 문성근 씨가 ‘100만 민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촛불시위 이후 사라졌나 싶었던 노사모와 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은 그가 치켜든 ‘민란 프로젝트’의 깃발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문 씨는 ‘민란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했다.

문 씨가 시작한 ‘민란 프로젝트’ 또한 오 대표, 조 교수가 말하는 ‘진보 고속도로’와 흡사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진보진영 단일정당 창설 요구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었다.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 ‘민란 프로젝트’ 깃발 아래 모인 사람의 수는 14만 명을 훌쩍 넘었다.

‘민란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서울, 광주, 대구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민란군’을 모은 뒤 쥐불놀이 등의 퍼포먼스와 1인 시위 등을 벌이며 그 세를 늘려왔다. 그들은 ‘동학군’을 모델로 삼아 각종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2011년 들어서는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에 개입한 자칭 희망버스에 참여하기도 했고,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주장하는 인터넷 여론 전개, 제주해군기지 반대 여론 전개 활동 등도 펼치고 있다.‘민란 프로젝트’가 일정한 성공을 이루자 유사한 연대단체들이 속속 공개 발족식을 가졌다. ‘내가 꿈꾸는 나라’와 ‘진보의 합창’이 그것이다.

 

‘내가 꿈꾸는 나라’와 ‘진보의 합창’

‘내가 꿈꾸는 나라’는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 상임대표와 김기식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하순 ‘내가 꿈꾸는 나라’ 준비행사에는 자칭 진보진영에서 내로라 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조국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금태섭 변호사 등도 운영위원이나 준비위원장 등의 자리를 맡았다. 이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민노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소위 야5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축사를 했다는 점이다. 문성근 민란프로젝트 대표도 참석했다.

‘내가 꿈꾸는 나라’ 측은 창립 후 오마이뉴스 등의 도움을 받아 ‘내가 꿈꾸는 나라 프레젠테이션 및 UCC 공모전’을 갖기도 했다. 여기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많은 청소년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공모전에서 수상한 학생들은 조국 교수가 사회를 본 가운데 대중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한편 그동안 ‘폭력불법투쟁의 대명사’처럼 인식됐던 민노총 등도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김영훈 민노총 위원장과 박석운 진보연대.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공동대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전국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촛불시위 당시 상황실장),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은 2011년 4월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운 진보정당 창설을 목표로 한 단체 설립을 제안했다. 이들은 6월 7일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9월 18일 현재 참여인사의 수는 1,645명. 대부분이 소위 진보진영의 핵심인사들이다. 이들 또한 ‘진보 대통합, 새로운 진보정당 창설’을 내걸고 민주당 등을 압박하고 있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좌파진영 활동가 등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1,000여 개의 다른 주제를 가진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의 합창’은 각 지역에서 관련 커뮤니티를 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미 인천과 울산, 창원, 전주에서는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 연대단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좌파단체의 적극적 참여와 언론사의 집중취재 등 광범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민란 프로젝트’와 ‘내가 꿈꾸는 나라’, ‘진보의 합창’은 최근 또 다른 조직을 만들었다. 이름만 봐서는 좌파 색채가 전혀 없는 ‘혁신과 통합’ ‘희망과 대안’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8월 17일 국회도서관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김성재 김대중도서관 관장, 조국 교수 등이 모였다. 이들은 ‘복지, 평화, 생태 등 우리 앞에 주어진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의회권력교체,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진보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며 모였다. 

 
   
다음 단계의 활동단체 ‘혁신과 통합’ ‘희망과 대안’

이후 문성근 ‘민란 프로젝트’ 대표가 주축이 돼 ‘혁신과 통합’이라는 야권통합추진기구를 결성했다. ‘혁신과 통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뒤 8월 30일에는 서울, 9월 1일 창원, 9월 2일 광주에서 정치 콘서트를 개최한 뒤 9월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정식 발족식을 가졌다. 이어 한명숙 전 총리,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 준비위원장 김기식 씨와 남윤인순 씨 등 타 단체 대표를 포함한 300여 명이 발기인 형식으로 참여, 세를 불리고 있다.  

‘혁신과 통합’의 일반 회원들은 ‘민란 프로젝트’에 회비를 내는 ‘진성회원’들이라고 보면 된다. 16만 명이 넘는 ‘민란 프로젝트’의 회원들이 모였고 이들이 트위터, 인터넷,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여론몰이를 도우면서 ‘혁신과 통합’은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세 연대단체처럼 진보진영 통합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단일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빅 텐트’론을 내세워 4·27 재보선에서는 승리했지만 민주당의 현재 모습과 박지원 대표를 중심으로 한 동교동 계열의 기득권 때문에 진보진영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편 2009년 10월 19일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중심으로 한 ‘희망과 대안’이라는 단체도 결성됐다. 박원순 변호사가 중심이 된 ‘희망과 대안’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좋은 후보 만들기’, 정치연합을 위한 담론 형성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며 총선과 대선에서도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계사에서 열린 창립식 때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민중의례를 방해하자 소리 없이 조직을 결성했다. 이후 ‘희망과 대안’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4.27 재보선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박원순 변호사가 후보로 출마할 뜻을 밝힌 것도 이 같은 ‘희망과 대안’ 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좌파진영이 노리는 건…

좌파진영이 연대단체를 구성해 단일 정당 만들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건 아니다. 틈만 있으면 현실 정치에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넣기 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그 틈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보고 있다.
무상급식 투표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한 뒤 민주당이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 때 문재인 이사장은 좌파진영들이 모인 자리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범시민 야권 단일후보 추진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이사장의 제안 후에도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미 다양한 조직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으려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을 본 여당이나 여의도 정치권은 ‘그들이 아무리 뛴다고 해도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며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내년 대선이 아니라 총선이다. 그것도 자신들만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

2009년 중반부터 좌파진영은 새로운 전략목표를 세웠다. 우선 ‘빅 텐트’를 통해 ‘단일후보’의 가능성을 재보궐선거에서 시험해본 뒤 2012년 진보단일후보를 내세워 전국적으로 35~40% 가량의 득표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가 특정 정당 소속이어야 한다고 고집하지도 않는다. 야5당 소속이면 된다.

이어 2012년 총선에서 큰 ‘파이’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무소속 의원들이 최소한 15% 이상 당선되도록 돕는다. 실제 최근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무소속 선호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유선전화 임의번호 걸기 방식으로 전국 1,000여 명의 성인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을 뽑겠다’는 응답자가 전국적으로 20%를 넘었다고 한다.

좌파진영이 무소속 의원을 보는 시각은 이렇다. 총선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경쟁자이지만 국회에 등원하게 되면 자신의 의사를 펼치기 위해서 무소속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이고 진보진영과 무소속의 연대가 이뤄지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무소속 연대가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면 대통령이 누가 되든 그 정권은 식물 정권으로 전락한다.

이를 통해 다음 정권 창출을 못하더라도 최대한 방해를 해 실정(失政)을 부각시킨 뒤 2017년 진보정권을 창출하겠다는 그랜드 플랜을 갖고 있다. 현재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노당 대표 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그랜드 플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당과 우파진영은 좌파진영 내부의 활동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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