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이명박, 어떻게 다를까
노무현과 이명박, 어떻게 다를까
  • 강시영
  • 승인 2011.12.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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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노무현과 이명박 리더십의 명암과 교훈>

 
김충남 著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좌파정권 10년을 끝내고 보수정권이 들어서게 됐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대다수 국민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은 좌우이념, 지역, 계층을 떠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망 즉 반작용이었다.

그렇다면 노무현과 이명박은 어떻게 다른가. 대통령학의 권위자 김충남 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대통령과 국가경영2 : 노무현과 이명박 리더십의 명암과 교훈>에서 두 대통령의 시행착오를 중심으로 추출한 교훈을 비교해본다.

노무현의 교훈은 첫째,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은 대통령의 필수적 자질이다 둘째, 추상적 국정목표는 성취하기 어렵다 셋째, 아마추어들이 청와대를 장악해서는 안 된다 넷째, 대통령의 언행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참여민주주의의 과잉은 대의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등이다.

이명박의 교훈은 첫째, 취임 초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 둘째, ‘허니문 기간’의 효율적 관리가 중요하다 셋째, 대통령은 최고 정치지도자이다 넷째, 시의적절한 결단력이 중요하다 다섯째, 신뢰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여섯째, 이념적 모호성으로 이념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 등이다.

김충남 박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인간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세계가 평가하는 성공적인 한국의 현대사를 한국사회의 주류와 거리가 먼 역사관과 국가관에 입각해 ‘오욕의 역사’로 규정하고 아웃사이더 관념에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을 편가르기로 대응했다. 새로운 정치를 내걸고 젊은 세대의 우상으로 등장했지만 지나친 이상주의로 허상이 여지없이 노출되기도 했다. 386운동권 출신들은 투지와 열정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국가경영에 문외한이고 독선적이어서 과오와 실책을 양산했다.

대통령의 말 자체가 리더십이라 할 수 있는데 파격적인 언행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하고 외교적 분쟁의 소지를 남겨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런가 하면 제도권 정치보다 시민사회와의 연대로 국정을 펴나가려 했다. 정책수립과정에 관료기구를 무시하고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지식인과 운동권 인사 중심으로 수많은 위원회를 설립 활용했다. 인터넷을 통한 대중 동원으로 개혁정책의 지지 여론을 조성하려 하기도 했다. 이는 정치사회적 갈등을 불러 정책 자체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반대로 대립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존 정치권 불신 아웃사이더로 선택된 공통점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부터 ‘부자 정권’ 이미지로 국정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측면이 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한 후 필요하다면 공약 수정을 적극 검토해 국민의 기대 수준을 낮춰야 했다. 취임준비위원회는 선거전략 태세에서 국가경영 태세로 전화하는 준비를 하지 못했다.‘정치보다는 일을 잘해서 평가받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최고정치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 정치이다. 설득력 부족으로 국민 소통에 실패했다. 여야를 뛰어넘기는 커녕 한나라당도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계파 중심으로 국정을 일방적으로 운영해 다른 계파를 박대했다.

모든 업무를 적극적 조직적으로 처리하는 장점이 있지만 어려운 사태에 직면해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 시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한 면이 있다. 광우병 파동 때 수도 서울이 몇 달 간 마비되는 비상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나약함이 있었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 때 단호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종시 수정안을 정운찬 총리에 맡겨 성사시키지 못하고 정치적 타격만 입었다.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 사업을 조기에 매듭짓지 못해 지역간 과열 유치 경쟁으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인사 실패, 집권당 공천 파동, 측근 비리 등으로 신뢰가 부족해 안보위기와 같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까지 불신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정치 이념, 정책의 일관성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좌우하는 중요한 원인이라 하겠다.

김충남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단점을 극복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노무현 이명박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게 된 것은 과거를 제대로 평가해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훌륭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 비상한 국민적 과제라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대통령을 잘 뽑으려면 대통령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국민이 대통령의 입장 또는 국가경영자의 입장에서 보고 판단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세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가경영의 현장을 목격하고 체험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연구를 종합적 실증적으로 해왔다. 그는 ‘제도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현대와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 ‘인치’라는 개인적 리더십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안철수 신드롬’도 정치위기 심화의 하나라고 진단한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노무현식 돌풍’, 2007년 이명박의 압승 또한 과잉기대에 바탕을 둔 다른 종류의 ‘돌풍’의 공통점은 제도권 정치를 불신하면서 참신한 아웃사이더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큰 기대를 걸었음에도 결과는 모두 실망이었다. 현대는 영웅의 시대가 가고 조직의 시대이기 때문에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보다는 정당과 국회, 행정부는 물론 각계각층의 국민과 소통하고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제도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대통령 개인보다 ‘제도적 리더십’ 발휘하는 지도자 나와야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경험하지 못하고 대통령이 되기에 간접 경험이 필요하고 전직 대통령과 정부에서 배워야 함을 역설한다. 그것이 바로 ‘준비된 대통령’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어떤 자리도 경험 없이 성공할 수 없는데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아마추어가 앉아서는 안 되는 자리이다. 따라서 간접경험이 필수적이다. 전임자들의 시행착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리더십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리더십 위기는 계속된다는 점을 경고한다.

저자는 성숙한 국민 없이 위대한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는 점을 명심할 것을 충고한다.  도서출판 오름 刊, 368페이지, 2011 (미래한국)
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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