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같은 사회문제의 완충제…
함박눈 같은 사회문제의 완충제…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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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교수의 원예이야기113]

올 겨울은 눈이 드문 편이다. 우리 연구실의 여학생 한 명이 노르웨이에 한 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그곳도 올해는 눈을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역시 미국 미시간 주에서도 눈이 내리자마자 곧 녹아 버려 눈이 그리워진단다. 한편 미국 동부와 다른 지역에서는 눈이 엄청 오는 모양이다. 또한 눈이 별로 없던 캐나다의 밴쿠버지역에서도 벚꽃과 수선화가 핀 이른 봄에 대설이 내려 사람들을 놀라게도 한다.

눈은 여러 가지로 식물의 생육에 관여한다. 첫째는 눈이 서서히 녹아 땅에 스며들어 해동 후에 식물의 뿌리로 들어가 봄에 새싹들의 물이 오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추운 겨울날 마치 이불처럼 덮고 있어서 땅과 식물체가 얼지 않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보리밭에 눈이 쌓여야 이듬해 보리농사가 잘 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다. 눈이나 얼음 밑의 온도는 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눈이 쌓이거나 아니면 얼음이 얼게 하면 동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눈이 잘 오던 곳에 눈이 잘 안 오거나, 잘 안 오던 곳에 눈이 많이 자주 오면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한 지역에서 자라고 있던 나무나 풀은 그 지역의 미기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하여 왔다. 그런데 갑자기 이러한 기상환경이 바뀌게 되면 이상이 생기게 된다.

날씨는 추운데 잘 오던 눈이 안 오면 나무나 풀이 지하부까지 동해를 입거나 건조해를 입기도 하고, 눈이 잘 안 오던 지역에 눈이 자주 오게 되면 그 아래가 과습하게 돼 병이 발생하거나 질식현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의 눈은 한마디로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거나, 너무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제(buffer)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싸구려 ‘표퓰리즘’ 속의 양대선거, 험악해지는 북한정세, 세계 경제 불황, 학교 폭력 및 학생인권조례 문제, 주요 국가의 지도자 선거 등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는데 이런 문제들의 심각성을 줄여 줄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해 줄 함박눈 같은 존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미래한국)

김기선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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