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강용석은 미쳤다
[칼럼]강용석은 미쳤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2.15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훈남이미지 강용석이 화성인이 되기까지

강용석은 미쳤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욕과 비난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미쳤다고 하는 표현이 지금의 강용석 의원에게는 가장 큰 칭찬일 수가 있으니까.

최근엔 강용석만 쫓아다녀도 매일매일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일단은 최근 행보부터 살펴보자. 그는 요즘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문제에 꽂혀 있다. 허리디스크를 사유로 받은 4급 판정이 비리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영상을 제보하는 사람에게는 현상금을 주겠다고도 했다. 사람들은 미친놈이 한 번 더 미쳤다며 수군댔다.

내 눈에도 성희롱 발언으로 입지가 모호해지자 아무거나 막 던지는 것으로 보였다.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한 것이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기 위한 패러디였다는 해석 앞에서도 명분과 방법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시장 아들에 대한 의혹 제기도 하나의 패러디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것 역시 잘못됐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관성적으로 같은 욕을 하기엔 이번 의혹 제기에는 일종의 내러티브가 숨어 있다.

참여연대 생각하면 박원순도 할말 없을 것

그는 지금 10년 전의 정치판을 패러디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에도 똑 같은 일이 있었다. 막강한 대권주자였던 당시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돼서 낙마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끝난 뒤에 보니 그 아들은 진짜로 면제를 받을 만한 체력이었고, 이것이 그 유명한 김대업 사건이다.

원래 싸우면서 서로 닮는 법. 이 무렵 179cm에 45kg이 말이 되느냐며 국민서명을 하고 현상금 천만 원을 걸었던 세력의 한가운데에는 저 유명한 참여연대, 그리고 그 참여연대의 설립에 기여한 박원순 변호사가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강용석 의원의 공격에 대해 “고위 공직자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하는 운명이란 걸 인정하지만 내 아이들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현상금이 걸리는 지금의 상황은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금 강 의원은 10년 전의 박원순 시장이 했던 공격을 그대로 돌려서 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 모두까기 인형, 불꽃남자 강용석은 지금 진짜로 울분에 미쳐 있는 것이다.

시간을 다시 한번 돌려볼까. 아나운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강용석 의원은 훈남 이미지였다. 거기에 삼성에도 대드는 밑도 끝도 없는 객기까지 가졌던 인물. 이것이 지나쳐 조중동 신문 가운데 ‘중’이 등을 돌려버렸다는 것이 패착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미지와 맞지 않는 말 한마디를 내뱉은 것이 순간의 실수였다면 40년 남짓 이뤄 온 그의 인생 금자탑은 뭐가 되는 걸까.

흔히 사람들은 ‘좋은 사회 =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 명제가 맞다면 강용석은 좋은 사회의 KS마크 같은 인물, 이른바 ‘개룡남’(개천에서 용난 남자)다. 결코 넉넉지 않았다는 가정 형편 속에서 사법시험 합격하기가 쉬웠을까? 그가 뼛속까지 미친 사람이라면 하버드 로스쿨엔 어떻게 들어갔을까? 순간의 실수조차도 관리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인 것은 맞지만, 인터넷에서 연예인 사진보다가 짬을 내서 ‘미친 놈’이라 욕하기에는 그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오직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사람이다.

 
그렇다 해도 유권자 마음에 안 들면 정치는 못 하는 것. 그게 민주주의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당연한 진실에 가려진 다른 진실이 있다. 민주주의는 하늘에서 강림하신 슈퍼맨이 지상으로 내려와 정치해 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유권자와 똑같이 모자라고 실수하는 한 인간의 뺨을 때리고 혼내 가면서 정치를 해 나가는 체제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선거를 치르기 전에 한 번쯤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강용석이라는 한 인간을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없어진 것인가 하고.

강용석을 써먹을 방법?

지금 강용석은 미쳤다. 그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하겠지만, 어느 틈에 그가 극도로 싫지는 않아진 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강용석의 지성과 가능성에 대한 나름의 존중을 담아 이 말을 하고 싶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사람은 아닌 것이다.

한편으로 그는 아직도 때는 늦지 않았음을, 그 자신이 이뤄온 인생의 업적들을 근거로 믿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강용석을 다시금 제정신 차리게 만들 수만 있다면, 실수를 올바로 청산하게 하고 기회를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요즘 사람들이 입만 열면 찾아대는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미친 사람 구경하다 같이 미쳐버린 것인지 나는 말하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포함, 강용석 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동의하거나 정치적으로 그를 지지할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님을 굳이 밝혀둔다. 

이원우 칼럼니스트(www.storyk.net )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