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읽기] 언론사 종편 드라마는 다르다?
[미디어 읽기] 언론사 종편 드라마는 다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2.05.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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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격> 등 “우리 불륜은 착하다” 과연?

중앙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JTBC의 인기 드라마 <아내의 자격>이 지난 4월 말 종영했다. 마지막회(16회) 시청률 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는 종편 개국 이래 최고였다. 이제껏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JTBC로서는 이 드라마로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아내의 자격>의 성공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강남 부유층의 허위의식을 드러낸 ‘명품 드라마’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불륜이라는 시청률 보증수표를 다시 끄집어냈다는 쓴소리도 있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유부녀 서래(김희애)와 태오(이성재)의 사랑이 이 드라마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서래의 남편 상진(장현성)이 부부 간 불화를 조장하며 서래와 태오 커플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런 까닭에 그간 방송의 공영성을 기준으로 방송사의 ‘불륜 드라마’를 비판했던 중앙일보는 자사 드라마의 성공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서래-태오의 사랑은 ‘착한 불륜’이라 하여, 기존 ‘막장’ 드라마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가정을 가진 서래의 새로운 사랑이 그에게 강요됐던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의 ‘자격’이라는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 이 해석에 따르면 서래는 태오를 만나, 아들의 성적에만 매달리는 중산층 엄마의 허위의식을 벗고 진정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다.

그러나 불륜이 착하다는 말은 가족의 해체를 걱정하는 방송의 공영성 기준에선 다소 어색한 감이 있다. 가정이나 가족이라는 말이 개인의 정체성을 옭아매는 구속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래가 그랬듯이 상진도 ‘남편의 자격’을 던지고 가정을 깼어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보면 드라마 <아내의 자격>은 중년 여성들에게 새로운 판타지를 그럴듯하게 심어주는, 오히려 ‘진화한’ 불륜 드라마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KBS가 평일과 주말 주요 시간대에 가족과 가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드라마를 꾸준히 편성하고 있어 주목된다. 다행스럽게도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적이다. 평일 저녁 KBS 1TV의 일일드라마와 KBS 2TV의 주말 저녁드라마가 그 예인데, 이 라인업은 수 년 전부터 가족 드라마들로 편성돼 왔다.

현재 방송중인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 1TV)은 주인공 부부 귀남(유준상)-윤희(김남주) 부부와 시댁 식구들 간의 에피소드로 인기몰이 중이고, 일일드라마 <당신뿐이야>(KBS 2TV)는 운찬(서준영)-나무궁화(한혜린) 커플의 두 가족 간 애증이 중심축이다. 여기선 가족이 벗어버려야 하는 구속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들이다. 두 드라마 모두 삼대 이상 가족의 진솔한 삶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4월 마지막 주 시청률 1위(<넝쿨째 굴러온 당신> 32.1%)와 3위(<당신뿐이야> 21.4%)를 차지했다.

드라마가 시청자를 가르칠 필요는 없겠지만, 공공재로서 방송이 갖는 책임을 생각한다면 이들 드라마가 ‘착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정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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