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나눔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지식나눔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 미래한국
  • 승인 2012.05.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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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를 ‘소설’로 읽다!

도쿄도립호도구보고등학교 2학년인 가와시마 미나미는 여름방학 직전 야구부 매니저가 된다. 그가 매니저가 된 것은 소꿉친구인 미야타 유키가 건강이 나빠져서 입원했기 때문이었다. 미나미는 우선 사전을 뒤져 매니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본다. ‘매니저란 관리나 경영, 즉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서점에 가서 점원에게 ‘매니지먼트’에 대한 책을 요청한다. 점원이 권한 책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였다.

<매니지먼트>를 읽기 시작한 미나미는 점차 이 책에 빠져든다. 먼저 그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야구부가 해야 할 일을 야구부원들을 비롯해 학생, 부모님, 선생님, 지역 주민, 야구팬 등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매니저’로서 책에서 배운 내용을 알게 모르게 야구부에 적용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그가 먼저 착수한 것은 감독을 비롯해 야구부원들과의 소통이었다. 그는 병석의 유키, 1학년생 야구부 매니저 호조 아야노의 도움을 받아 감독을 비롯한 야구부 구성원들의 성격과 자질부터 파악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야구부를 차례로 고쳐나간다. 이 과정에서 피터 드러커가 말한 경영의 여러 요소들이 적용된다.

사실 이건 고교야구부 여자 매니저가 할 일을 훨씬 뛰어넘는 주제넘은 일이었다. 일본에서 고교야구부의 매니저란 ‘운동연습과 시합에서 준비 및 진행, 기록을 비롯한 보조적 역할을 하는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전 간직했던 야구에 대한 열정을 상실한 소심한 감독, 팀의 에이스지만 반항적인 투수 아사노 케이치로를 비롯한 야구부 구성원들은 신기하게도 미나미의 ‘매니지먼트’를 잘 받아들인다.

결국 보잘 것 없는 공립고교 야구부에 불과했던 호도고 야구부는 1년여의 노력 끝에 환골탈태, 고시엔대회 본선 진출이라는 기적을 연출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일본 순정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이런 책을 읽을 틈이 있겠나’싶었다. 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 후에는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텔링’의 힘을 실감했다. 경영학의 고전이면서도 쉽게 읽을 엄두가 안 나는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알기 쉽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책 중간 중간에 <매니지먼트>에서 따온 인용구들이 등장하지만, 소설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가장 인상에 남는 대목은 ‘마케팅’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다.

“진정한 마케팅은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고객의 현실, 욕구, 가치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무엇을 팔고 싶은 걸까?’가 아니라 ‘고객은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가?’를 묻는다.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이다’가 아니라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고, 원하는 만족은 바로 이것이라’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 마케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내 머릿속에서는 ‘이런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활용해서 미제스나 하에에크 등의 자유주의 관련 명저들이나, 중요한 고전들을 소설화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고 있다.

방송작가 출신인 저자는 우연히 읽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에서 감동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출간 1년 만에 25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를 누르고 2009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됐다.

- 배진영 월간조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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