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詩, 교과서에서 삭제돼야 했다
도종환 詩, 교과서에서 삭제돼야 했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07.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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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상징투쟁에서 패배한 보수

지난 7월 1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9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로 선출된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문제로 우리 사회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평가원의 삭제요구의 배경은 ‘작가가 수록 시점에서 특정 정당을 위한 지지활동을 하거나 또는 반대활동을 할 경우’였다. 평가원은 이를 ‘현역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경우’로 준용 해석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비단 좌파진영 뿐만 아니라 보수우파진영에서도 일어났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이를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도종환 의원의 작품은 다시 국어 교과서에 실리는 쪽으로 결정났다.

하지만 잊혀진 것이 있다. 도종환 씨는 운동권 시인이라는 점이다. 그가 89년 ‘접시꽃 당신’이라는 서정시로 100만부라는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지만 그의 시집을 발간한 곳은 <분단시대>라는 좌파 운동권 동인지였다. 도종환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라는 시로 등단했다. 도종환은 그의 시에서 “분단 민중의 아픔을 노래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도종환은 당시 전교조 소속 좌파 교사였다.

교과서 수록 ‘담쟁이’ 전교조 옥중투쟁 시

사별한 아내에 대한 애정을 담은 ‘접시꽃 당신’(1986)은 성숙한 사랑을 담은 서정시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실 이 시는 한 좌파 운동가의 자기 운명과 투쟁의 내면을 다짐하는 시라 볼 수 있다.

89년 도종환 씨는 불법 전교조 활동문제로 교사에서 해직, 투옥됐고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했다. 그때 자신의 투쟁을 다짐한 옥중시, ‘담쟁이’가 1993년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에 발표됐고 이 ‘담쟁이’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것이다. 시 ‘담쟁이’는 이번 대선에 출마를 결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공식 팬클럽 명칭으로 도 채택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운동권 시인의 작품이 공교육의 교재에 수록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80년대 민주화 시인의 대부로 불리는 시인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오히려 더 기념비적인 작품이 아닐까.

중학교 교과서는 문예집이 아니다. 교육을 담보하는 공적 영역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용인할 수 없는 특정이념에 경도돼 그것도 불법활동으로 투옥된 좌파 운동가의 시를 대한민국 공교육 교재에 수록하는 문제에는 정당성(Justice) 여부가 제기된다. 도종환 그가 현 국회의원이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문제 제기는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문화적 헤게모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프랑스의 좌파 문화 철학자 부르디외는 ‘아비투스와 헤게모니’에서 ‘상징투쟁이 일어나는 아비투스에서 승리하면 헤게모니를 얻는다’라고 갈파했다. 보수는 지금 이 문화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도종환 의원 작품에 대한 ‘교과서 삭제’ 논란과 관련, 이 논쟁을 지켜 본 한 시인 (전경배. 시인협회 소속)이 도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는 도 의원의 작품 ‘담쟁이’는 그가 불법 전교조 활동으로 89년 교사직에서 해직, 투옥됐을 때 자신의 투쟁을 다짐하는 ‘옥중시’인 것으로 평가된다. 본지 <미래한국>은 필자의 허락을 맡아 공개편지 전문을 게재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도종환 의원에게 보내는 어떤 시인의 공개서한

수십 년전 당신의 출세작 ‘접시꽃 당신’을 발표할 때만해도 당신은 순수한 시골 교사였습니다. 그후 발표한 시 줄줄이 마누라가 없다는 동정성 감성에 의존하는 작품 일색이었습니다. 그 후 작품 기조는 늘 그렇게 계속되었습니다. 좀 딱한 일이지오.

더욱 당신은 국민정서에 반한 전교조에 가입하여 실망을 주었고 더욱 카톨릭신자로, 또는 교사로 정위치에 벗어난 반정부, 반사회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당신을 믿었던 분들에게 절망감을 주었습니다. 뭇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반민족 단체 천주교 정의사제단이라는 종북주의 깡패들에게 휘둘려 이미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고 순수하라는 시인의 가치와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결국 당신은 국민들이 원치 않은 정치집단에 들어가 국회의원이라는 욕망의 전차에 오르고 그게 종국의 목적지라는 게 여실히 판명되었습니다.그게 바로 당신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라는 본질입니다.

그리고 꼭 지적하고 싶은 일은 당신이 감히 김춘수 시인을 지칭하며 김춘수는 되는 데 나는 왜 안 되냐고 따지는 행태가 가증스럽고 한심합니다. 감히 당신이 김춘수 시인과 비교하다니 건방지고 교만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신이 꼭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은 현재 당신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라는 데 반대하는 항의 못지않게 이 나라를 지키는 민주주의 희망, 말없는 민초들이 더 많다는 걸 상기해야 합니다.

교만방자하게 국민의 전당 국회단상에 올라가 선동적이며 자작시를 읽고 원로 대시인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비교해 낭송하다니 한심하고 얼굴 뜨거운 일입니다.

본인도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의 한 사람으로 앞으로 자기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이 한국 시인을 대표하는 듯 착각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에는 도종환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을 쓰시고 인격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시인이 많다는 걸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교과서 파문에 끼어들지 말고 스스로 결단하기를 촉구합니다.더 큰 문제는 당신처럼 전교조 사상의 흔적이 담긴 작품을 순수한 어린 학생들에게 읽히게 하는 것이 바로 오염이요, 공해이기 때문에 더욱 안 됩니다.

더욱 당신이 소속한 그 당에서 12월 대선에 당신의 이번 사건을 악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천주님의 천벌을 받게 됩니다.당신의 그 문제의 시처럼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교과서 문제 흔쾌히 정리 바랍니다.

<2012년 7월 11일 종로에서 전경배 안토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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