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북한의 운명 가를 것”
“18대 대선이 북한의 운명 가를 것”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0.26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美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위원

해외에서는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지난 10월 1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종연구소 국제학술회의,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바람직한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미래한국>과 가진 클링너 선임연구원 인터뷰 전문이다.

 

-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오셨는데,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매우 실용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이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덜 이념적이었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좌파(progressive)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 관련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것은 두 전임 대통령들의 정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정책을 보면 두 파트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북한에게 매우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실행됐다면 보수층에서 비판을 받았을 정도라고 봅니다.

그가 북한에 유일하게 요구한 것은 이미 사인한 내용들을 실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반대파들은 MB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는 북한에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현 정부의 제안과 기존 조약들을 지킬 것을 거부했을 뿐입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자신들의 정책을 충분히 또렷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비판세력이 자신의 정책을 임의로 정의하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입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MB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는 홍보의 실패”

-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경우, 거기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부분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햇볕정책이 북한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한 게 사실입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에 지원을 하면서 어떤 종류의 조건도 달지 않았고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대북포용정책은 ‘조건 없는 일방적 지원’이라고 요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투명성에 대한 요구조차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노 전 대통령의 행동뿐 아니라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2006년 5월 몽골 방문 중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여기엔 조건 없는 지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6자회담 참가 및 협상 진전을 북한에 촉구했던 취임 초기의 주장을 폐기한 것입니다.

- 대선을 두 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현재 한국의 유력 대선주자들은 한결 같이 과거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으로의 회귀에 관심이 있는 듯 보입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한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하시나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약 69억5000만 달러(약 7조7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 인도적 지원, 개발 원조를 쏟아 부었지만 북한은 근본적으로 경제를 개혁하거나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았고 핵무기를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상호주의 없는 포용정책으로 남북 간 긴장은 완화됐지만, 한국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게 10년간 행해졌던 대북정책의 부인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만약 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현재 이명박 정부와 대북정책에서 큰 차이를 둘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물론 박 후보가 외관상으로는 전임 정부와 다른 형태의 정책을 쓰는 것으로 보이려고 하겠지만 핵심 내용은 유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후보는 북한에게 단 한 번의 기회는 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기회를 차버린다면, 새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가 했던 대로 원칙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이 당선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유사한 대북정책이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이번 대선이 큰 갈림길이 되는 것이죠.

 

“대북정책의 성패 기준은 대화 여부가 아니다”

- 대북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일반적 ‘기준’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신 바 있는데, 그렇다면 바람직한 기준이란 무엇입니까.

현 이명박 정부의 비판자들은 북한과의 회담도 없었고 인도적 지원도 없었으며 긴장만 증가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대북포용정책을 돌이켜 보면, 긴장은 낮췄지만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켰으며 변한 것이 없습니다.

만약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지원을 끊겠다는 입장 또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에 변화를 요구했더라면, 긴장은 마찬가지로 고조됐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결국 좌파진영에서는 남북간 긴장이 고조됐기 때문에 MB의 대북정책이 실패라고 하겠지만, 대한민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목적이 북한이나 중국을 행복하게만 만드는 것으로 제한돼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 이명박/오바마 정부 하의 한미관계가 대단히 긴밀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만, 2010년 3월말 천안함 폭침 직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어떤 분위기였나요.

천안함 사건 해결문제로 이견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노무현 정부 당시 양국의 불협화음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자국의 초계함을 공격해서 43명을 살해했는데, 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요.

미국 내에서도 한국정부에 대해 ‘사과받기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한 그룹은 소수였습니다. 설사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살인행위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6자회담에 성의 있게 참석하고 상황이 개선됐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바마도 대북정책 현실주의 채택

- 미국 대선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북정책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의 주요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오바마와 롬니의 경제정책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외교정책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양 후보 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하면서 이미 정책을 전환시킨 바 있습니다. 그는 2008년 선거운동을 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비판하는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8년간 이어진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네오콘 정책으로 인해 북한과 어떤 대화도 없었으며 강경책만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사실 부시 행정부의 8년 집권 중에서 첫 4년은 네오콘 방식의 정책이었지만, 두 번째 임기 4년은 극단적인 포용정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내 정책은 부시의 그것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 사실은 틀린 발언이었던 겁니다. 결국 그는 부시 행정부가 마지막 4년간 실시했던 정책을 이어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오바마는 부시와 다른 정책을 채택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쓰는 것만으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오바마의 이런 생각을 즉각 일축했습니다. 오바마 취임 직후부터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일삼았고, 6자회담도 진전이 없었습니다.

2009년 4월~5월부터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북한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오바마 정부 인사들은 “우리는 부시와 달랐음에도 북한은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한 것”이라고 격양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는 정책 방향을 수정했고, 강경책으로 돌아서게 된 것입니다. 이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일관적입니다. 더 이상의 낙관론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만약 롬니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을 향한 레토릭은 달라지겠죠. 또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도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는 오바마 정부와 대북정책에서 어떻게 다른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이미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임기 동안 미국과 북한이 아무 대화도 없이 4년을 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정책의 기본 목적을 먼저 정의해야”

- 차기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대북정책의 기본 목적이 뭔지를 정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 대한민국이 동아시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미 놀라운 성장을 거뒀으며, 이젠 국제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돕는 기부자의 위치에도 올라섰습니다. 통일 한국은 더 큰 경제력과 정치력으로 동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특정 조건 하에서 북한을 포용하고 돕고 싶다는 입장을 북한에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단, 투명한 방식이어야겠죠.

- 북한은 오랜 기간 동안 핵탄두를 개발해왔습니다. 만약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에도 장착될 수 있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텐데, 북한의 핵무기 기술력을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북한의 핵무기 기술과 관련해서 정확한 것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하는 주장들과 핵실험 실상 등을 토대로 그들의 기술을 추정할 뿐입니다.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는 시점을 2015년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 또한 추정에 불과합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북한이 핵탄두가 장착된 SLBM을 보유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시키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기술일 뿐 아니라, 그 핵탄두가 탄도미사일을 타고 비행하는 동안 막대한 열과 충격 및 마찰을 모두 이겨내도록 기술적인 조치를 하는 것 역시 어렵습니다.

-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연구위원님의 이러한 평가가 미국 내에서 주류라고 생각하십니까. 연구위원님은 보수주의적 시각을 대표하지 않나요.

물론 정치적인 스펙트럼에서 볼 때 저는 보수주의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슈에 접근하는 방법에서 이념가가 아니라 분석가의 입장을 취합니다. 제가 지난 20년간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훈련받은 게 있습니다. 해당 정책이 가져오는 효과를 보고서 정책의 판단 기준을 삼아야지, 그것이 공화당의 정책이든 민주당이 정책이든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취임 초기에 그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규정한 발언은 불필요했습니다. 그가 재선 이후 4년간 포용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쓴 데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습니다.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후보 시절의 공약대로 대북정책을 썼다면 저는 그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궤도를 수정했습니다.

한반도문제나 북한문제에 대한 저의 입장이 과거에는 소수였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의견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 마지막으로, 연구위원님이 한반도문제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20년 전에 CIA에서 구소련 담당 애널리스트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993년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게 됐구요, 근무 장소는 주로 워싱턴이었습니다. 한국 방문은 수도 없이 많았고, 금년만 5번째입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저를 포함해서 저희 가족 전원이 태권도 검은띠 보유자입니다. 단순히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만 한국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저는 한국 관련 모든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미래한국) 

인터뷰 / 김범수 편집장 bumsoo1@hotmail.com 
정리·사진 /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