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연장과 ‘꼼수’
투표시간 연장과 ‘꼼수’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11.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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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을 쓴 존 롤스는 ‘분배할 파이를 가장 공정하게 자르는 방법은 자르는 자에게 돌아갈 파이가 어떤 것이 될지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원초적 무지의 장막’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칙은 재판에서 사건과 관련된 판사에게 심판을 맡기지 않는 이해관계 배제원리의 토대가 된다. 그래서 개헌을 주장하는 정권은 개헌을 하더라도 그 효력을 다음 정권부터 발효되는 것으로 한다.

그렇다면 지금 야당에서 주장하는 투표시간 연장은 이런 정의론에 비춰볼 때 정당한 주장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선거법 개정이 지금 50여일 남은 이번 대선에 관련된 것이어서 법의 개정이 임박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법을 개정하는 이해 당사자들인 정당과 출마를 선언한 대선 후보들의 이익과 관련이 된다.

따라서 정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이는 이번 대선이 아니라 다음 총선과 대선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바로 롤스의 정의론이 그것을 지지한다.

또 하나의 꼼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쪽에서 주장하는 투표시간 연장이 정작 그들이 주장하는 자영업자들과 비정규직의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양측 후보 주장의 핵심은 현행 오후 6시로 마감되는 투표시간을 2시간 더 연장해 오후 8시까지 투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비록 대선 투표일이 공휴일이라 하더라도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투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안 후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의 투표율을 높이려면 오후에 2시간을 늘려 8시에 마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행 오전 6시를 오전 4시로 늘리는 방안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오후 8시는 식당과 같은 자영업 종사자들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는 황금의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문을 닫는 가게가 과연 얼마나 된다는 것일까. 따라서 오후 2시간의 투표시간 연장은 사실상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위한 투표시간 연장방안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야권에서 주장하는 투표시간 연장에는 이유가 있다.

안철수,문재인 후보 진영에 주로 2030세대의 지지가 몰려 있다는 점과 이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문제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20대의 70%가 지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대의 역대 투표율이 60대이상의 연령층의 2/3에도 못미친다는 점이 이번 투표시간 연장에 ‘꼼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투표일이 공휴일이어서 투표를 하지 않고 놀러다는 것이 문제라면 그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올바른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방법이다.

만일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면 왜 야당 후보들은 지난 4월 총선에는 투표시간 연장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그 당시에는 야권연대의 총선승리를 낙관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그들의 승리가 여의치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판단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의 대응은 오락가락했다. 박근혜 후보가 직접 “투표시간 연장에 100억이나 든다더라”고 돈타령을 핑계로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고, 새누리당은 후보사퇴시 정당에 대한 선거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소위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을 연계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보냈다가 문재인 후보의 ‘수용하겠다’는 표명에 ‘투표시간 연장은 별개의 사안’ 임을 못박는 입장을 재천명해야 했다.

꼼수를 퇴치하는 방법은 꼼수가 아니라 정정당당한 정면돌파라는 점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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