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논객 진검승부 ‘사망유희’, KO로 끝나
좌우 논객 진검승부 ‘사망유희’, KO로 끝나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11.1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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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NLL주제 생방송 토론서 변희재에 ‘1층’ 실족


의외로 싱거운 KO승이었다. 앞선 10월 28일 인터넷 생방송 토론서 네티즌 ‘간결’을 상대로 펄펄 날던 진중권 교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1월 11일 저녁 7시 서울 양천구 목동 곰TV 스튜디오에서 'NLL의 진실은?' 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를 상대로 치밀한 팩트와 지식 위주의 토론을 진행하며 완승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우선, 토론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과 이른바 말꼬리 잡기 기술을 구사하는 진 교수의 전술은 통하지 않았다. 토론 자체가 팩트 싸움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변 대표가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과의 회담 내용을 담은 자료를 제시하자 진 교수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양상이었다.

패배 시인한 진중권

특히 변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공동어로구역’이라는 명목으로 서해바다 전체를 북한에 무상 양도하려고 했다는 ‘팩트’를 공개했고, 이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던 진 교수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에 맞서 진 교수는 새누리당 소속인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동영상을 틀어주며 판세를 전환시키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straw man argument fallacy)에 지나지 않았다.

허수아비 논법이란 논쟁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기 쉬운 가공의 인물로, 또는 상대방의 주장을 약점이 많은 주장으로 슬쩍 바꿔놓은 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허수아비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즉 진 교수로서는 토론 상대방인 변희재 대표가 아닌 김장수-정문헌이라는 제 3의 인물을 토론에 슬쩍 끼워 넣은 뒤 그들의 주장을 공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한 기술이 통하지 않자 진 교수는 “준비 많이 하셨네요”라며 변 대표의 주장을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토론 이후 진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변희재 대표가 팩트를 많이 준비했더군요. 오늘만은 그 친구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라며 패배를 깨끗하게 시인했다.

이로 인해 진중권 교수의 추종자들로서도 변 대표의 승리로 끝난 토론 결과를 왜곡하기가 어렵게 됐다. 진보좌파 성향 네티즌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엠엘비파크’ 등의 게시판에도 진 교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게시물들이 즐비할 정도였다.

NLL에 네티즌 이목 집중, 대선 이슈로 재부상 할까

이번 ‘사망유희’ 토론은 시작 전부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토론이 진행되던 11월 11일 저녁 7시부터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변희재’, ‘사망유희’, ‘진중권’ 등이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됐고, 토론이 끝난 하루 뒤인 12일에도 변희재 대표의 이름은 검색순위 2~4위권을 넘나들었다.

여기에 방송 도중에 곰TV 생중계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이번 토론회 결과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우선 일시적으로 시들해졌던 NLL(북방한계선)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변 대표로서는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사실상 NLL을 양보했다는 팩트 및 근거들을 제시했기에, 수십만, 수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토론 관전자(네티즌)들에게 이를 인식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변희재 대표도 토론회 직후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중요한 건 토론의 승패가 아니라, 친노세력이 예나 지금이나 NLL을 북한 김 씨 일가에 넘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진중권이라는 상징적 좌파논객의 신화를 무너뜨리며 우파논객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사실 또한 이번 토론회의 수확으로 꼽힌다. 진중권 교수는 486세대의 정상급 논객으로 분류된다. 그런 진중권을 상대로 30대 우파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명인 변희재 대표가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은 우파진영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를 재고하도록 했다는 평가다.

네티즌들 중에는 20대와 30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연령대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반감이 가장 강하기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보수우파의 이미지는 늙고, 낡고, 느리고, 고집 세고, 일방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이 토론회로 인한 또 한 가지 수확은 이번 대선에서 어쩌면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버금가는 히트상품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나꼼수는 전국 수백만명의 청취자를 보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꼼수가 업로드되는 날마다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는 나꼼수 관련 검색어들로 뒤덮였다. 당연히 선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사망유희, 나꼼수 능가하는 히트상품 예감?

11월 11일 진중권-변희재 토론회는 ‘사망유희’ 토론회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같은 정치적 스탠스를 가진 김어준-정봉주-주진우-김용민 등 네 사람의 잡변적 토크쇼를 듣는 것 보다, 정치적-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좌우 진영의 두 논객들이 상호 반박을 주고받는 토론을 벌이는 것이 흥미를 유발했다는 평가다.

트위터 네티즌 ‘skywork1378’는 “토론이 실종된 대선 정국에 이번 사망유희 토론이 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어깨가 훨씬 무거워졌을 거 같네요”라고 평가했다.

진중권 교수를 변 대표와의 1:1 토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일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진 교수가 10월 28일에 네티즌 ‘간결’과의 토론회를 하지 않았더라면 사망유희 토론회의 성사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일반 네티즌과의 토론회에서 승리한 진중권 교수로서는 변희재 대표가 지목한 30대 우파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회피할 경우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찌감치 조성됐던 것이다.

변희재 대표의 출전 순서가 막판에 갑자기 변경된 것도 호재였다. 이소룡이 출연한 영화 ‘사망유희’의 컨셉에서 보듯, 애초에 변 대표가 ‘1번 타자’로 나갈 예정은 아니었으나 막판 변화로 진 교수가 첫판부터 버거운 상대를 만난 셈이다.

사망유희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던 진 교수가 예상을 깨고 1층에서 ‘실족’함에 따라서 이 토론회의 컨셉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될 조짐이다. 진 교수가 아닌 다른 좌파 논객들이 나서서 우파진영 논객들과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것이 더 흥행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30대 우파논객들 중에는 NLL 외에도 이념문제와 과학, 국방, 경제, 부동산, 여론조사 등에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내상’을 입은 진중권 교수를 대신해서 좌파진영의 전문가들이 연이어 출전하는 승부로 격상될 경우, 사망유희 토론회는 오는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흥미로운 흥행변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미래한국)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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