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단일화와 ‘로키호러 生쑈’
문-안 단일화와 ‘로키호러 生쑈’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2.11.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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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생(쌩)-’이란 접두사가 있다. 생울음, 생지옥, 생판 등등...

이 ‘생-’은 한자 生과 관계없다. 국어사전에는 그 뜻을 ‘억지로 하는’이라고 해설한다. 그래서 억지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를 저잣말로 ‘생쇼’라고 하는데 사실 ‘쌩쑈’라고 해야 제맛이 난다.

이 ‘쌩쑈’를 문화적으로 인코딩해 히트한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1975년 제작된 B급 키치영화 ‘록키호러픽쳐쇼(The Rocky Horror Picture Show)’였다. 줄거리는 황당무계하다.

고전 소설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드라마적 구조를 패로디하는 록키호러쇼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인조인간을 만들려 하다가 영혼이 없는 괴물이 탄생하듯, 영화속의 프랑큰 퍼터 박사 역시 육체적으로 가장 완벽한 인간인 록키를 만들어내지만 정신연령은 6세 정도에 머문 반쪽짜리 인간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다.

프랑켄슈타인 패러디가 만들어낸 반쪽짜리 인간

 

중요한 건 감독이 그런 걸 관객에게 이해해 달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거다. 온갖 쓰레기 같은 하류문화들과 농담들, 그리고 변태적 성도착들이 난무하며 하나의 컬트를 만들어 낸다.

70년대 젊은이 들은 그런 ‘쌩쑈’에 열광했다. 그것은 한편으로 주류에 대한 반란이었다.

요즘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 과정을 보면 마치 이 록키호러의 쌩쑈가 떠오른다. 온갖 미사여구들과 고상한 정치개혁과 드높은 이상들이 논의되지만 기실 그 단일화의 핵심은 민주당 공천권에 대한 지분 협상임은 최근 안캠프 박선숙 대변인의 ‘민주당 기득권이란 무엇인가’에서 드러났다. 다시 말해 ‘나눠 먹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단일화는 그야 말로 정치 쌩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기성 정치에 혐오하는 젊은 층들과 ‘반골’들, 그리고 ‘강남좌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최근에는 문재인후보 측으로부터 ‘안철수 양보론’이 흘러 나오자 안캠프에서 협상 중단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지지자들도 없다. 그저 쑈는 계속 되는 거고 그 쑈를 의심할 사람들은 없다.

가장 코믹한 대목은 안철수 후보 쪽에서 선거 펀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후보 등록전에 단일화를 한다면서 선거 펀드는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이 부분도 ‘쌩쑈’로 넘어가는 거다.

이 쇼파트의 메시지는 ‘후보등록전 단일화는 없다’는 이야기다. 단일화 쇼 1부의 하이라이트는 협상 결렬이고 2부는 다시 후보 등록후 진검 승부라는 연속공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출렁대며 가는 이 ‘쌩쑈’ 는 하지만 불법논란이 있다. 공당의 후보인 문재인 씨가 개인 후보인 안철수 씨와 단일화를 조건으로 그 어떠한 공직이나 공천권 등을 약속하면 후보매수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표현에는 없는 ‘후보 단일화’, ‘candidate unification’?!

그래서 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정당의 대선 후보가 다른 정당과 합당이라는 조건없이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아예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적 표현이 없다.

오죽하면 국내 한 영자지가 이를 ‘candidate unification’이라고 표현 했을까. 이런 표현은 구글 검색을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는다. ‘문-안 호러 쌩쑈’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정치 컬트 코드다.

이 ‘쌩쑈’의 1부 하이라이트는 ‘아름다운 결렬’이 될 것이다. 스토리는 이를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2부 예고편은 ‘기대하시라’다. 이런 쌩쑈의 결말은 늘 뻔하다.

로키호러쑈에서 탄생한 완벽한 육체의 주인공은 6세 아이 지능이었다. 우리 문-안 단일화 쌩쑈에서는 몇 살 짜리가 나올까.

그런데 도대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어디에 있는 건가? 보이질 않는다. 어쩌면 이들의 쌩쑈가 막을 내릴 때까지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쌩쑈의 목적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 불법 공연의 무대 조명을 확 꺼버리는 거다.(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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