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책공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미 정책공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 미래한국
  • 승인 2013.04.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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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은 오랜 친구며 대북한 견제와 동북아 평화 유지의 긴밀한 협력동반자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패망시켜 한반도의 해방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반면, 대전 후 확고한 동북아 장기 정책의 부재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한반도의 남북분단을 소련과 쉽게 타결했다.

미국은 초기에 한반도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긴 대가로 1950년 6·25전쟁에 급거 참여하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소명 때문에 많은 인명 및 물질적 희생을 톡톡히 치렀다.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과 미국은 안보, 외교, 경제, 대공(對共)분야에서 긴밀한 협조를 해왔다. 특히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양국 간의 안보동맹관계를 확고히 유지해 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민주주의정치와 경제적 발전을 성공시킨 대표적 국가가 됐다.

물론 두 나라는 각자의 정치, 경제, 외교, 군사, 역사, 문화, 지정학적 여건, 안보환경 등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서적 심리적 상황 인식의 변화와 복잡한 여론추이에 따라 각기 정책의 초점이 바뀌고 대립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해왔다. 국가 간의 관계의 변화는 당연히 동태적이고 상황적이다.

한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자식이 성장하면서 상호의견이나 부모자식간의 의존관계가 변하듯이, 국가 간의 동맹관계도 초기의 전적 또는 일방적 의존관계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로 변화 발전하게 마련이다.

한미 관계에서도 초기의 원조공여국과 수혜국 관계로부터 미국의 상황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성장과 입지의 변화에 따라 대등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한미 관계 정책의 본질이 종래 수직적 관계로부터 수평적 관계 또는 다각형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근래 수년 동안 한미동맹관계에서 일부 반미 운동과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에서나 한미동맹관계를 보는 시각차가 급속히 변화해 전통적 두 나라의 동맹협조관계를 껄끄럽게 하는 감정 대립이 양국 내에서 일고 있음도 인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방법 문제로 한국 내에서 심각하게 대립되는 주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억제력 동원방법과 대북정책도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외부로 드러난 것보다는 본질 면의 차이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수평적·다각형적 관계의 한미동맹

하나의 예를 들면 금년 3, 4월 내내 북한의 호전적 도전 앞에서 일부 한국의 보수진영은 남한의 핵무장 필요성 주장과 함께 강력한 대북선제공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은 전략공군과 핵잠수함을 한반도로 긴급히 보내 겉으로는 북한을 견제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한국의 독자적 군사행동을 막는 데 주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리고 이를 정확히 읽고 있는 북한당국은 미국의 군사적 쇼와 동향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걱정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들 역시 주한미군의 전쟁억제력을 신뢰하며 북한지도부가 아직 정신이 정상적이라면 절대 먼저 자멸을 초래하게 될 전쟁을 걸어올 수 없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위협은 결국 중국이 싫어하는 일본의 핵무장을 유발하고 앞으로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이 결탁하는 동맹체제와 거대한 중국 간의 대결 구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쟁 위험은 중국과 일본 사이가 남북한 간에 일어날 확률보다 훨씬 크다. 이 틈새에서 북한은 핵보유를 확보해 자체생존방법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핵무장을 막아야 하는 중국이 일본의 재무장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북한의 군사놀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고 북한 자체로서도 핵개발로 식량부족을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미국과 어떤 거래를 성사시키느냐는 문제는 북한의 생존 그리고 남북한 관계의 해결고리와 연결돼 있다.

여기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의 길은 북한에는 상호주의원칙에 입각한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고 동시에 대 중국 및 대 미국 정책에서 균형 잡힌 중재자의 역할과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한중 경제관계가 발전하며 확대되는 현실에 비춰 앞으로 미중관계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 또는 중요성은 주목받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도 편협한 사고의 속박을 떨쳐버리면 핵무기와 미사일 등을 가지고 노는 병정놀이 보다 훨씬 풍요한 삶을 가져다 줄 남북한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죽은 사회주의 이념과 망령의 사슬을 벗어던지면 남북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이룩해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세계의 일등국을 이룩하게 된다. 남북한이 원하면 미국도 중국도 한반도 통일을 막을 수 없다.

6·25 동란 이후 주로 미국의 경제적 기술적 원조를 바탕으로 재건해 이제 세계 G20 회원국으로 성장 발전한 한국은 미국과 중국 틈새에서 대등하면서도 두 나라 사이의 대결 요인을 중재하고 풀어나가는 것을 돕고 연결하는 조정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으로 마찰하는 가운데 일본이 급속한 우경선회정치로 치닫고 있어서 한국의 동북아국가 간 조정자 역할과 중재자 위치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상으로 중재자 역할 모색

이런 여건 하에서 이제 남북한 대립갈등문제의 해결과 더 나아가 남북한 통일 방안을 한국·미국·북한·중국 4자회담을 통해 모색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영원한 친구이자 세계경제와 평화의 동반자이다.

한국, 중국, 일본과 ASEAN 시장과 경제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도약하고 있어서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 그동안 아시아에서의 많은 대외정책 과오와 실수를 딛고 일어서서 이들 나라들과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 협력과 공생의 새 길을 구축해 세계의 번영을 이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관련국들과 선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협력과 중재 역할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대남 위협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 하에서 한미가 공동으로 중국의 대북한 개입을 강력히 요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한미공조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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