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파이 전쟁 60년史
대한민국 스파이 전쟁 60년史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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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공작>
이정훈 著, 글마당 刊, 2013

국내외가 ‘정보전’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끄럽다. 미국의 CIA는 전직요원이 미국 정보당국의 전 세계에 걸친 도청 사실을 폭로해 각국으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고,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은 선거 개입을 위해 댓글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과연 어떤 곳이고, 또 국익을 위해서는 어떤 정보 조직이 필요할까? 국가 정보 조직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이 떠오르는 지금, 국가정보원을 정면으로 다룬 신간이 출간됐다.

국방·정보 분야의 전문기자인 이정훈 기자가 지난 2003년 초판을 낸 지 10년 만에 증보판으로 낸 <공작>은 우리나라 정보 요원들이 벌여온 치열한 첩보전의 역사와 국정원의 현실을 정리했다.

저자는 2001년 수지킴 사건을 특종 보도해 한국기자상과 엠네스티 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이정훈 기자는 이 책의 저술을 위해 실제로 국정원 직원들과 지리산 종주를 함께 하며 직원들의 훈련 과정을 취재하는가 하면, 남한과 북한의 이중 스파이 역할을 한 주인공을 직접 만났다.

이 책은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속박되지 말고 대북 전문 정보기관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이른바 ‘7급 공무원’인 신입 직원들의 훈련 과정을 동행 취재하며 현재 국정원 직원들의 모습을 소개했다. 책에 따르면 국정원 신입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애국심과 동기애다.

지리산 종주, 수송기에서 뛰어내리는 공수훈련, ‘지옥의 날’로 불리는 IBS(고무보트) 훈련 등을 거치며 정보 요원으로서의 체력과 정신력을 다지는 신입 요원들은 ‘강건한 국익수호의 초석이 될 것을 다짐한다’ ‘동기들과 평생 동고동락하며 하나로 뭉치는 동기애를 실천한다’ 등의 결의문을 되새긴다.

<공작>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외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우리나라 국정원의 첩보전을 보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측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가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고위층에 접근해 정보를 빼내오는 과정, 북한의 간첩에서 남한 공작원으로 변신한 정태환 씨 사례 등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남과 북 첩보 전쟁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로버트 김 사건, 최덕근 공작관 피살 사건 등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라는 주변 강대국들과 벌인 조용하지만 치열한 ‘공작’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우리 국정원은 과거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변질돼 대북 정보라인을 잃어버리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예컨대 1998년 김대중 정권 시절 국정원은 이전까지 우리 측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북한인 최인수 씨를 납치해 직전 대선에서 당시 여당이 벌인 ‘북풍 공작’ 혐의를 무리하게 찾다가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최인수라는 대북 정보원이 북측에 노출된 것은 물론이고 당시 대북 공작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중국 선양의 공작원까지 체포됐다. 정치 논리에 빠진 국정원이 스스로 정보 라인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2년 6월 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도 정치 논리가 아니었으면 막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에 따르면 신호정보 수집 조직인 국방부 산하 777부대가 북한이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보고했으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의식한 국방정보본부는 이를 무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 함정의 기습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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