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인권이 이슬람보다 못하다고?
한국 여성인권이 이슬람보다 못하다고?
  • 정용승
  • 승인 2014.04.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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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

“한국의 성 격차 지수가 히잡을 하고 다니는 이슬람 문화권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6일 국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백재현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우리나라 성 격차 지수는 아랍권을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라며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질타했다. 조윤선 장관도 지난해 7월 “다음 생에엔 곤충이라도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남녀 성(性) 격차 수준을 표현했다. 이 연설에서 조 장관이 근거로 든 자료는 지난해 10월 25일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성(性)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이하 GGI)’다.

GGI에 따르면 한국은 136개국 중 111위에 위치해 있다. 이는 중국(69위), 베트남(73위), 이슬람 국가인 타지키스탄(90위)보다 낮은 수치이다. 비슷한 순위에 기록된 국가로는 아랍에미레이트(109위), 바레인(112위), 카타르(115위), 쿠웨이트(116위) 등 중동 국가들이다. 1~4위는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각각 선정됐다. 아시아 국가로는 필리핀(8위)이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위치했다. 수치로만 보면 조윤선 장관의 말대로 한국 여성의 인권은 세계적으로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성(性) 격차 지수가 발표된 후 일각에서는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자료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수치 산출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문은 교육부문이다. GGI에 의하면 초등교육부문의 한국 성(性) 격차 순위는 86위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 세네갈은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남녀의 차이가 없지만, 세네갈은 여아의 입학률이 78%로 남아보다 5% 가량 높기 때문이다. 식자율 부문도 문제다. 아프리카 레소토라는 국가는 이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데 반해, 대한민국은 22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이 22위에 위치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산출방식이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여성을 기준으로 놓고 남성보다 수치가 높으면 순위가 높게 나오는 식이다.

사회의 특성도 무시된다. ‘고등교육기관 취학률’ 지표는 세계경제포럼의 산정방식에 따라 해당지표를 측정할 경우 군 복무 휴학생이 재적학생에 포함된다.

GGI는 현재 한국 상황 반영 못해

한국 여성이 과거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열악한 상황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여성 취업률이 4년 연속 남성의 고용률을 앞섰다. 지난 2010년 20대 여성 고용률이 58.3%로 20대 남성(58.2%)을 0.1%포인트 앞지른 이후 2011년 0.4%포인트, 2012년 1.5%포인트로 격차를 보이며 상승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도 20대에서 남녀 역전 현상이 2년째 지속됐다.

이와 관련 김동근 남성연대 대표(25)는 “GGI는 현재 한국 상황을 반영하지 않으며 오히려 젊은 세대에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여성가족부는 성(性) 격차 보고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윤선 장관은 올해 1월 22일 다보스포럼에 참여해 “앞으로 세계경제포럼(WEF)과 협력해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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