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90주년]‘죽음의 작가’ 카프카
[사망 90주년]‘죽음의 작가’ 카프카
  • 정용승
  • 승인 2014.06.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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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박물관

올해 6월 3일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사망 90주년이다. 카프카의 작품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는 흔치 않다.

“내가 보다 완전한 신뢰로서 헌신할 수 있는 것은 죽음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카프카가 1917년 자신의 친구 브로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다른 일기장에서는 “나는 죽음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죽음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에게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 존재의 불안, 운명의 부조리성은 그의 문학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코드들이다. 카프카의 장편소설 ‘성’(Das Schloß)에서 측량기사인 주인공 K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도달 가능한 목표를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다.

‘성’은 미완으로 끝났지만 소설은 주인공의 죽음만이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소송’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요제프 K는 영문도 모른 체 체포되고 결국에 처형을 당함으로써 끝난다. 카프카의 대표적인 소설 ‘변신’도 한순간에 갑충(甲蟲)으로 바뀌어버린 주인공 그레고르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카프카가 죽음을 하나의 신념으로 여기는 원인은 그의 삶에 있다. 카프카는 1883년 7월 3일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유태인 부모 밑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카프카는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 유태인 사회 속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엄했기 때문에 항상 아버지와 갈등을 겪었다. 그는 카프카가 가업을 이어받아 자신처럼 성공하기를 바랐다.

카프카는 가업보다 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는 그런 카프카의 모습을 탐탁찮게 여겼고 항상 카프카에게 사회적 성공을 강요했다. 이런 가족 간의 갈등은 그의 소설에서 죽음, 불안을 나타나게 하는 하나의 요소다. ‘변신’에서 갑충으로 변해버린 주인공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는 그가 가족을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가족은 변해버린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싸늘하게 바뀌고 결국에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죽고 만다.

카프카의 동생 두 명이 그가 2살, 4살 때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것과 그 후 태어난 세 명의 여동생이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도 죽음과 카프카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또 그는 프라하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던 독일인에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유태인들로부터는 시온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다. 그는 항상 주류가 아닌 경계에 서 있는 경계인이었다. 어쩌면 그가 했던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은 당연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카프카는 1904년 문학 친구였던 오스카 폴라크에게 보낸 한 편지에 쓴 말이다. 그는 친구에게 독서가 우리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 반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큰 고통을 주는 불행처럼,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서 떠나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글/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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