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눈물, 위로는 이제 그만!
불평, 눈물, 위로는 이제 그만!
  • 정용승
  • 승인 2014.09.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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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불평사회 작별기> (남정욱 著 루비박스)
 

요즘 SNS는 불평, 불만의 온상이다. “누가 잘못했네, 누가 맞네” 하는 판사 형 글부터 “어디 서비스가 안 좋으니 여기 가지마세요” 식의 대자보 형, “내가 내 이야기 쓰는데 무슨 상관입니까!”식의 시비 형까지 보고만 있어도 한국사회는 짜증지수가 높다고 느껴지는 글들로 가득하다. 솔직히 말해 이런 글들을 봐서 삶이 팍팍해지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이다. 이런 불평이 자신의 입에서도 스물스물 기어 나오고 있다고 느낄 때 이 책, ‘불평사회 작별기’를 읽어보시라.

이 책의 저자인 남정욱 숭실대 교수는 ‘굳빠이 전교조’, ‘굳빠이 386’ 등 ‘굳빠이’ 시리즈로 더 유명하다. ‘굳빠이’ 시리즈가 사회 고발적이고 약간은 무거운 책이었다면 ‘불평사회 작별기’는 발랄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이 책은 남 교수가 조선일보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명랑笑說’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칼럼을 비롯해 각종 매체에 실린 글, 새롭게 쓴 글 등을 모아 수정, 보완한 것이다. 각종 매체에 실렸던 글이기 때문에 원론적이고 무거운 글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첫 장부터 남 교수의 위트 있는 유머와 사회를 보는 센스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과 재미 있는 이야기들이 독자로 하여금 지칠 틈 없게 만든다.

이쯤에서 이 책의 몇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혼자만 보기에는 아까운 문장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지금처럼 화사했던 봄날에 안양역사 앞 벤치에서 눈을 떴다. 빗방울이 얼굴을 때렸다. 전날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차비가 없어 노숙을 한 그 새벽에 측정불가의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울었다. 무서워서 울었다. … 내가 과연 이 세상에서 사람 구실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받아줄 곳이 어딘가에는 있을까.

청춘에 대한 환상을 깨라. 나도 사방팔방 다니며 부지런히 깨줄 테니 여러분도 스스로의 몫을 깨라. 청춘은 애초부터 고단한 시기다 … 혹시 기회가 되어 소생에게 청춘에 대한 글을 써보라면 첫 줄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청춘, 듣기만 해도 끔찍한 단어다.

한없이 이어지는 검은 터널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지프스의 고난이 쌍으로 달려드는 지랄 악몽 같은 시기다. 아, 제목은 청춘예찬이 아니고 청춘애찬靑春哀讚>

이 책에 수록된 칼럼 중 ‘청춘애찬’ 제목의 글에서 발췌한 글이다.

생활에 지쳐 있고 유쾌한 글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를 느끼며 자연스레 짜증과는 ‘굳빠이’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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