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 전도사’의 이데올로기 산책
‘보수주의 전도사’의 이데올로기 산책
  • 정용승
  • 승인 2014.12.24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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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황성준, 미래한국미디어)
 

‘아직 이념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시시콜콜하게 따분한 얘기나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게다가 ‘보수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공기가 무거워진다.

‘보수’라는 단어 자체에서 나오는 이미지 때문이다. 흔히들 보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늙은이’, ‘꼰대’, ‘고집불통’ 같은 단어들이 떠올리기 마련이다.

유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자신을 ‘진보’라고 소개하면 된다. 진보라는 단어에서 이미 자신은 ‘깨어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자가 자신을 진보라고 주장하면 ‘당당한 커리어 여성’ 정도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조금은 균형적인 이미지를 보이고 싶다면 ‘중도진보’ 혹은 ‘합리적인 보수’라고 말하면 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황당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미지로 이념을 판단하다니’하고 말이다. 게다가 ‘진보’라는 것을 이념(ism)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사회주의의 다른 표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진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이런 이미지로 이념을 선택하는 상황은 왜 나타나는 걸까. 각 이념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의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돼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보니 정체도 불분명한 ‘진보’라는 말이 이념(ism)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진보’는 상황이 낫다.

소위 진보주의자라는 사람들이 관련 책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는 이념이 있다. ‘보수주의(Conservatism)’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주의자들은 이미지만으로 과거에 집착하는 인물이 돼 버리기 일쑤다.

이 와중에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보수주의 전도사’로 알려진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의 새로운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Ex-Communist의 보수주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 책은 보수주의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안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주의 이해하기 △동아시아에서의 생존전략 △우물 밖 세상에서 △대한민국을 보수하라 △정치경제 읽기 △신과 도덕의 사회 △How to win 등 총 7챕터로 구성된 ‘보수주의 여행’은 목차에서 느낄 수 있듯, 여러 분야를 보수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미래한국에서 편집위원을 역임할 당시 ‘황성준의 Book&World’라는 제호 아래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칼럼집(集)이기도 하다. 때문에 딱딱할 것만 같은 내용도 부드럽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기도 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황 위원은 보수주의만을 고집해온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목에서도 보여주듯, 공산주의자에서 보수주의자로 ‘전향’한 전 공산주의자이기도 하다. 그가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이 얕았기 때문에 전향을 한 것은 아니다.


전쟁터에서 보수주의자로 재탄생

▲ 저자 황성준 미래한국 논설위원(前 미래한국 편집위원)

황 위원은 1990년 초 사회주의를 동경해 소련으로 들어갈 만큼 그의 신념은 굳건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소련의 붕괴를 겪으며 그는 공산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난 것이다.

이런 그의 배경은 그를 보수주의자로 재탄생시켰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신념을 한 순간에 버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황 위원 정도의 ‘골수’ 공산주의자라면 더 그렇다. 그 어떤 것도 황 위원에게 위안이 되지 않았고, 내면의 붕괴는 진행돼 갔다. 저서에서 그는 ‘마약을 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며 당시의 심경을 표현할 정도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기자(war correspondent) 생활을 시작한다. 체첸, 다게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을 누비며 인간의 한계와 본성이란 화두와 치열하게 싸웠다.

이렇게 방황하던 중 그는 신(神)과 재회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공산주의와 최종결별을 선언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황 위원은 좌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뿐만 아니라 경험도 풍부하다. 책 제목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까닭도 그의 경험이 책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념투쟁 중이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아직도 좌·우익의 치열한 세력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좌익의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창극 낙마 사건’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좌익의 공격은 거셌고 우익은 그 전투에서 패배했다. 아니, 고지를 하나 더 내주게 됐다. 이런 이념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이념의 재무장’이다.

보수주의가 단순히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이념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주의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집고 넘어가야 한다. 즉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가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Ex-Communist의 보수주의 여행’은 보수주의를 소개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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