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의 핵심을 꿰뚫어 본 사람
전체주의의 핵심을 꿰뚫어 본 사람
  • 미래한국
  • 승인 2015.01.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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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김상철 자유정의평화상’ 수상 기념 강연

제가 수상의 영예를 얻은 자유정의평화상은 고 김상철 변호사를 기리는 상입니다. 그래서 그 분의 업적을 살피는 것으로 이 기념 강좌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김 변호사는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데 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자유주의에 적대적인 이념들이 우리 사회를 덮었던 시절, 그는 늘 그런 이념들에 맞서는 대열의 맨 앞에 서서 자유주의자들을 이끌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맞은 위기에 대한 그의 진단은 명쾌했고 그의 처방은 강력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의 움직임이 있었던 곳마다 어김없이 그가 중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확신을 지니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북한 정권의 영향에 맞서서 자유를 지키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북한의 위협에 온 사회가 움츠러들 때, 그는 의연히 전체주의 정권의 허약함을 역설했습니다. 위세를 부리고 공격적 태도를 보여도, 전체주의 정권은 결코 안정될 수도 없고 발전할 수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가 보인 통찰은 그의 도덕성에서 나왔습니다.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그의 높은 도덕성은 그로 하여금 전체주의의 본질적 사악을 꿰뚫어보도록 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전체주의 정권의 허약함을 뚜렷이 인식하도록 했습니다.

그의 통찰은 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보인 통찰과 같습니다. 레이건은 공산주의 소련이 본질적으로 허약한 체제임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소련에 대해 유화적 정책을 펴는 대신 ‘악의 제국’에 맞서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당시 소련은 군사적으로 미국과 대등했고 융성하는 국가로 보였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소련의 경제 규모와 효율을 높이 평가했고 폴 새뮤얼슨과 같은 명망 높은 경제학자들은 소련이 경제 문제들을 나름으로 해결해나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국내의 지식인들과 유럽의 동맹국들은 소련과 타협해서 공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오직 레이건만이 소련의 그런 모습은 허상이고 실제로는 아주 허약해서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진영이 적극적으로 맞서면 무너지리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무너졌습니다.

레이건은 원래 지식인의 풍모를 지닌 정치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배우였고 진지한 얘기 대신 농담을 좋아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보인 통찰은 놀라웠습니다.

대소련 전략에서 그를 도운 참모인 역사학자 리처드 파이프스는 레이건이 보인 놀라운 통찰은 그의 높은 도덕심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높은 도덕심이 레이건의 눈을 맑게 해서 전문가들이 보지 못한 사악한 체계의 허약함을 볼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레이건이 보았던 것

▲ 복거일 작가

레이건이 전체주의에서 본 것은 부도덕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보기보다 허약한 것입니다. 사회에 응집력을 제공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도덕이니, 도덕이 없는 전체주의가 허약할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점은 자세하게 살펴야 할 만큼 중요합니다. 전체주의자들에게 개인은 자신의 도덕을 지닌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개인의 도덕은 전체주의 국가가 그들에게 내리는 지시들을 충실히 따르는 것입니다.

전체주의 국가는 실제로는 지도자 한 사람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므로, 그들에게 개인의 도덕은 지도자의 명령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들은 객관적 도덕의 존재를 부정하며 그런 점에서 가장 깊은 수준에서 부도덕합니다.

당연히, 전체주의 사회에선 절차적 안정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지도자가 수시로 내리는 일관성 없고 흔히 모순되는 명령에 따라 도덕적 행동의 내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제의 영웅이 오늘의 반역자가 되고 오늘의 충성스러운 행동이 내일의 전복적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전체주의 사회에선 예측이 불가능하고 모든 것들이 불확실합니다.

전체주의가 본질적으로 부도덕한 사회라는 통찰에 바탕을 두고, 김 변호사는 흔들림 없이 일관된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북한 정권과의 전정한 화해가 불가능하며 그들과의 합의나 협정은 바탕이 없는 부실한 거래임을 설파했습니다.

전체주의 정권에겐 자유주의 사회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존속에 항시적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사는 자유주의 사회는 전체주의자들과 그들이 통치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념이 그르고 그들의 통치에 도덕적 및 정치적 권위가 없다는 사실을 늘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그들은 안으로는 국민들의 무지에 그리고 밖으로는 공격적 태도에 의존하게 됩니다.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봉쇄 정책을 처음 제안한 조지 케넌의 말대로, 공산주의 국가 러시아가 자유주의 국가 미국에 대해 그리도 적대적이었던 까닭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한 무슨 일 때문이 아니라 자유롭고 번창한 사회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유롭고 번창하는 미국의 존재 자체가 러시아의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었습니다.

자유롭고 잘사는 우리 대한민국은 더할 나위 없이 사악하고 압제적인 북한 정권에 대한 근본적이고 항시적인 위험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북한 정권은 늘 인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위험을 안는 것입니다.

당연히, 북한 정권은 우리와 공존할 수 없고 공존할 의도도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우리가 무슨 제안을 하고 무슨 양보를 해도, 북한은 우리를 침략해서 점령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도 유화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런 정책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던 셈입니다.

통일의 여건이 무르익은 지금, 김 변호사의 통찰은 한반도의 통일을 인도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통일은 결코 북한 정권과의 협상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통일이 되면, 사악하고 압제적이고 비효율적인 북한 정권은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통일에 대해 적대적입니다. 말로는 통일을 앞세우지만, 통일을 실질적으로 앞당길 조치는 사소한 것이라도 막아왔습니다.

통일을 위한 첫걸음인 개방에 대해서도 그들은 극도로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들이 ‘햇볕 정책’이나 ‘통일세’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조치들에 대해 극렬히 반대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살펴야 이해가 됩니다.

상황이 그러하므로, 우리의 대북한 정책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정부와 시민들이 역할을 나누어 맡는 것입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정부는 북한과의 교섭을 맡아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되도록 평화롭게 유지해야 합니다. 현실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시민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통일을 추구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의 올바른 선택은

우리 정부의 책무는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그 중대한 책무를 수행하려면,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과 끊임없이 흥정(bargaining)을 해야 합니다. 남한과 북한이 비영합 경기(non-zero-sum game) 상황에 놓여서 ‘제한된 경쟁(restrained competition)’을 하므로, 흥정은 필연적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엄중하므로, 양쪽 사람들이 만나서 명시적 흥정을 하지 않는 상황도 실은 흥정의 한 형태입니다. 이런 흥정을 잘 하려면, 우리 정부는 먼저 양쪽의 목표를 분명히 정의해야 합니다.

남한의 목표는 평화적 공존입니다. 우리는 북한을 무력으로 병합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은 오직 남한을 공격해서 평화를 깨뜨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목표는 현 정권의 지속입니다. 북한이 세워진 뒤 줄곧 권력을 쥔 김일성 일가를 중심으로 한 노동당 세력이 계속 집권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로 크게 다른 목표들이 충족되도록 하는 것이 흥정의 대상입니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책무는 북한 정권과의 흥정을 통해서 평화적 공존을 꾀하는 것입니다. 즉 북한의 공격의 억지(deterrence)가 우리 정부의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충분한 군사적 억지력이 필수적입니다.

북한이 공격하면, 즉시 응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공격하면, 실제로 응징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응징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만일 국지전이 상호 보복을 통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북한의 권력은 군부로 넘어갈 터이므로, 김씨 정권이 무너지거나 김씨 일족이 권력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결코 전면전으로 치달을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모험을 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데는 김씨 일가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부대들을 준비하고, 전쟁이 나면, 이내 평양의 정권 수뇌부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입니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책을 삼가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 정권에 개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과 통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북한 사회가 개방되면 필연적으로 압제적이고 무능한 북한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이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흥정에서 개방과 통일을 다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안타깝지만, 억지력에 바탕을 둔 흥정이 현실적으로 정부가 고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반면에, 우리 시민들은 자유롭게 통일을 논의하고 추구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낫게 만들 길들을 모색하고 북한 정권에 의한 주민들의 잔혹한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일도 거리낌없이 할 수 있습니다.

김 변호사 자신은 이런 길을 꿋꿋이 걸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구출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했고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통일을 이룰 길을 찾았습니다. 그런 노력의 중심은 그가 창간한 신문 ‘미래한국’이었습니다. 그 신문이 발전해서 나온 미래한국이 이제는 통일을 지향하는 시민들을 이끌리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복거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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