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흥남철수’를 기대하며
‘제2의 흥남철수’를 기대하며
  • 미래한국
  • 승인 2015.01.19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이태희 미국 변호사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와 더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판 쉰들러’라고 불리는 현봉학 박사(1922~2007)다. 1950년 11월 27일부터 보름 동안 장진호 전투를 벌이던 미군은 12만 병력의 중공군들이 몰려오자 결국 흥남항을 통해 병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가려는 피란민 10만여 명이 흥남 부두에 몰려 들어왔다. 당시 미군 통역을 맡고 있던 현봉학 박사는 에드워드 포니 대령과 미 10군단장 에드워드 아먼드 소장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한다.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우리가 떠나버리면 저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중공군의 공격에 몰살당하고 말 것입니다. 장군님 제발 불쌍한 우리 국민들을 살려주세요.”

그의 간절한 설득에 아먼드 소장은 결국 민간인 승선을 결정한다. 12월 12일부터 24일까지 9만8000여 명이 배 193척에 나눠 타고 남으로 왔다.

24일 부두를 떠난 마지막 수송선 메리디스 빅토리호는 정원이 2000명에 불과했지만 200톤이 넘는 탄약과 500여 개의 포탄, 유류 200드럼을 버린 후 그 자리에 1만4000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12월 25일 거제도 장승포에 도착했다.

미군들은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아먼드 소장은 훗날 흥남철수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사람(현봉학)은 어쩌면 9만8000명의 생명을 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이 세상에 왔는지도 몰라.”

시대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시대적인 사명’이 있다. 나의 할아버지 세대는 ‘독립과 건국’, 우리 아버지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바로 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었다.

대한민국이 망국(亡國)의 서러움과 전란(戰亂)의 폐허를 이겨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국제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선배 세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깨닫고 그 사명을 위해 자신의 삶을 아낌없이 바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통일한국’, 즉 ‘북한동포의 해방’이다. 사악한 전체주의 아래서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는 2500만 동포들을 구원해 미완(未完)의 대한민국 건국을 완성시키는 일이야말로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우리 세대의 지상(至上) 사명인 것이다.

현봉학 박사, 그리고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윤덕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붙들고 평생토록 씨름해야만 했던 우리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상징’일 뿐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본받고 따라가야 할 ‘사표(師表)’다.

물리학 법칙 가운데 ‘임계질량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임계질량’이란 어떤 물질이 급속하게 변형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을 의미한다. 가령 얼음이 물로 변하기 위해 필요한 온도는 섭씨 0도이고 물이 수증기로 변하기 위해 필요한 온도는 섭씨 100도다.

아무리 물에 열을 가해도 섭씨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100도가 돼야 끓을 수 있다. 바로 이 1도의 차이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상태의 물질이 다른 차원의 상태로 변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바로 ‘임계질량’ 또는 ‘임계점’이다.

▲ 1960년 12월 흥남철수 당시 피난민들이 밧줄 사다리에 매달려 수송선을 기어오르고 있다

이제 ‘북한 동포의 귀환’을 준비할 때

이와 같은 임계질량의 법칙을 역사학에서는 ‘거악(巨惡)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거악(巨惡)’ 정권은 신(神)이 정한 ‘악’(惡)의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반드시 강제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련은 69년만인 1991년에 해체됐고 루마니아의 차우셰스크는 34년 동안의 장기집권 끝에 처형당했다. 독일의 히틀러는 자살했고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반대세력 민병대에게 체포돼 처형당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42년만에 피살됐고 이라크의 후세인은 토굴에 은신해 있다가 미군에게 붙잡혀 교수형을 당했다.

최근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의 여러 흐름들 속에서 북한 정권의 종말을 예고하는 ‘시기의 성숙’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던 지난 12월 19일 유엔 총회에서는 김정은을 반인류범죄자로 규정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같은 날 미국의 소니픽쳐스는 해커들의 위협을 받아 김정은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 상영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강력한 ‘비례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며칠 후 북한의 인터넷 망은 완전히 다운됐다. 결국 지난 25일 소니픽처스는 영화 <인터뷰>의 재개봉을 확정했고 북한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상황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시기의 성숙’은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2차 세계대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버금가는 집단 수용시설을 운용하고 있고 국민의 대다수는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2013년 말에는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과 그 일당을 숙청했고, 할아버지의 풍채를 닮기 위해 급속도로 살을 찌운 결과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 내부의 권력질서는 불안정하고 남한, 중국, 미국과의 관계는 거의 단절된 상태다. 한 마디로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다.

2015년은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째가 되는 해다. 근대 공화정이 탄생한 이래 70년을 버틴 독재정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거악(巨惡)의 기간으로 보나, 거악(巨惡)의 규모나 질로 보나 북한 정권 종말의 임계점은 분명 가까워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세대는 이제 제2의 흥남철수를 준비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역사는 ‘북한 정권의 종말’ 그리고 ‘북한 동포의 귀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의 흐름과 시대적 사명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에 역행하는 개인과 집단은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결국 역사의 중심 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될 것이다.

2015년 새해, 불필요한 논쟁이나 갈등을 멈추고 2500만 북녘 가족들을 맞이하기 위한 통일준비에 모든 국가적 에너지를 집중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태희 미국 변호사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