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08.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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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가족이라는 병> 시모주 아키코 著, 살림

지난 4월 아나운서 출신 작가 시모주 아키코의 신간 <가족이라는 병>이 일본에서 출간 한 달 만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화목한 가족이라는 것은 만들어진 판타지일 뿐이며 가족이라는 굴레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는, 연하장에 가족사진을 붙일 정도로 가족애(家族愛)가 남다른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도 출간됐다. 자식이나 부모, 배우자에 대한 애정과 의존이라는 면에서 일본에 뒤질 것이 없는 한국에서의 반응은 어떨까. 

가장 가까워서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올해 79세로 인생의 노년에 들어선 작가가 솔직하게 드러낸 내밀한 가족사는 책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주제에 대한 진정성을 담보해준다. 

작가는 NHK의 인기 아나운서 출신이다.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한 태평양 전쟁 참전군인 출신 아버지와의 소통을 거부한 작가는 부친이 결핵으로 입원했을 때 면회조차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 의존해 평생을 산 모친, 어려서 주먹다짐을 할 정도로 아버지와 사이가 나빠 따로 떨어져 자랐던 오빠와도 발길을 끊고 지냈다.

작가는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병실에 본인의 인터뷰 기사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나서야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다시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저자가 가족들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들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에 결국 혼자 남는 인간에게 가족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이런 개인적인 성찰로 시작해서 외부로 시선을 확대해 맹목적인 현대의 ‘가족이라는 신화’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일본의 평범한 가족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했다.

자식이나 손자가 입시시험을 보면 부모나 조부모는 방해가 될까봐 함께 전전긍긍하지만, 그런 모습은 고스란히 자식과 손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그리고 그토록 좋아 보이던 가족도 부모가 남긴 유산 앞에서는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 일쑤다. 이혼할 때의 부부는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한 다툼을 벌인다.

또 정말 단란해 보이는 가족끼리라도 저자가 조금만 깊이 물어보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백 살이 넘는 어머니를 시간 날 때마다 찾아뵙고 극진하게 모시는 저자의 지인(知人)이 그런 경우였다. 어머니에게 갈 때마다 생선이나 채소를 사가지고 가서 대접하곤 했지만,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장어구이와 스테이크였다. 

이렇게 대다수의 가족은 서로를 모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냥 가족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가족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가족은 이래야 한다’는 당위와 ‘가족이기 때문에 다 안다’는 생각이 겹쳐지면서, 가족 간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모습이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한 ‘가족이라는 병’이다. 

이 책이 일본에서처럼 우리 독자들에게도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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