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기 위해 때론 목숨까지 건다
예뻐지기 위해 때론 목숨까지 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12.24 0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형이야기] 뼈 잘라내고 칼로 째고, 미용 물질 주입하고, 치아 교정하고…

이근미  작가·미래한국 편집위원 www.rootlee.com

1997년에 너도나도 쌍꺼풀 수술을 하는 세태를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젊은 여성들은 쌍꺼풀 수술, 40대 이상은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많이 했다. 기사 제목은 취재 중에 한 여성이 말한 ‘밥술 뜰 정도면 다 합니다’였다. 2015년은 ‘가꾸지 않는 건 게으른 거죠’ 정도 되지 않을까. 

이제 쌍꺼풀을 만들거나 코를 높이는 것 정도는 수술 축에 끼지도 못한다. 예뻐지려면 뼈를 잘라내고 칼로 째는 수술과 미용 물질을 주입하는 시술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는 게 요즘 정서다.

얼굴의 입체감과 전체적인 선을 살려 앞면과 측면, 어디서 봐도 비율이 맞아야 제대로 고쳤다는 평을 듣는 요즘은 동시다발로 여러 군데 손을 본다. “눈, 코, 입 하나하나 뜯어보면 예쁜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글쎄…”라는 얘기는 가급적 삼가야 한다. “돈이 모자라서 손을 더 못 보는구나”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돈 들인 얼굴’은 이제 흉이 아니라 ‘용기 있다, 경제력이 있다’로 귀결된다. 잠시 쉬는 동안 살짝 살짝 얼굴을 고치고 나온 연예인들을 보면서 “어디어디 했다더라. 그 병원에서 했다는데 표시 안 나고 좋네. 돈 모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게 요즘 세태다. 

걸어다니는 바비 인형들 

단순히 한두 군데 고치는 게 아니라 얼굴 윤곽 전체를 염두에 두고 성형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대공사(?)가 되고 만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 여성이 5만6000명에 이르는데 통 큰 중국인들은 한 번에 여러 곳을 손봐 몇 천만 원 씩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78%는 태어날 때 쌍꺼풀이 없고 얼굴이 평면적이다. 그런데 각광받는 연예인들이 하나 같이 입체적인 데다, 볼이 푹 들어갔거나 턱 한쪽이 일그러진 여성을 바비 인형으로 변신시키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자 평범녀들의 가슴이 요동치는 것이다. 

▲ 한 성형외과의 성형광고, 앞으로는 성형 전과 후를 비교하는 광고는 금지된다.

한 번 얼굴을 고치기 시작하면 수술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수술을 하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패키지 수술이 유행하고 있다. 이마와 턱선까지 옆선을 살리기 위해 이마에 지방을 넣어 도톰하게 만들고 콧대를 세운 다음 코끝에 지방을 넣어 높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선을 만들어야 한다. 

턱선까지 자연스럽게 잇기 위해서는 입술이 튀어나오면 안 된다. 치아교정을 하고 턱에 지방을 주입하여 하나의 선을 연결한다. 

치아 교정으로 안 될 경우 양악 수술을 해야 하고, 턱선을 갸름하게 만들기 위해 턱뼈 깎는 수술까지 강행하기도 한다. 광대뼈가 옆으로 퍼졌을 경우 광대를 깎는 수술도 한다. 광대가 꺼졌을 경우 도톰하게 만드는 수술이 기다리고 있다. 

성형의 생활化

전체적인 윤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동안(童顔)이다. 20대들도 동료들보다 어려 보이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을 정도다. 동안 수술의 특징은 이마와 앞광대를 볼록하게 만들고 코와 턱을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가지방이식이나 인공 필러(filler) 물질을 주사하기 때문에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고 부른다. 눈밑에 도톰하게 지방을 넣는 애교살도 필수이다. 

의료광고가 허용된 이후 가장 기승을 부린 광고가 바로 성형광고였고,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은 원판과 완전히 달라진 여성들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다. 지하철 내부 광고판도 거의 성형외과에서 탄생한 인조인간들 사진으로 넘쳐났다. 성형수술 전후 사진을 비교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등 과다광고에 대한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완전히 달라진 얼굴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피팅 모델로 맹활약한다는 등 여러 성공담이 떠도니 성형을 ‘투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방학 때 쌍꺼풀 수술을 하는 건 필수 코스처럼 되어버렸고, 20~30대에는 ‘인생’을 걸고 과감한 수술을 하는 이들이 있다. 살짝살짝 티 나지 않게 틈틈이 손을 보는 ‘성형의 생활화’를 추구하는 부류도 많다. 

40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노화를 감추기 위한 수술을 시작한다. 꺼진 볼에 필러나 보톡스를 넣고, 콜라겐 생성을 위한 시술도 성행하고 있다. 처진 볼살과 턱살을 당기기 위한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도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한방병원은 처짐을 방지하고 탄력을 되찾는 침 시술을 한다는 광고판을 붙여놓았다. 60대가 넘어도 주름 제거를 위해 수술과 시술을 하는 등 미용 경쟁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 처진 눈꺼풀과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은 60대 여자 탤런트들이 보톡스로 만든 통통한 볼과 매끈한 턱선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으니 다들 구미가 당기는 것이다. 

홈쇼핑에서는 주름 제거나 주름 완화, 얼굴윤곽 살리기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수십만 원짜리 기구를 판매한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일명 ‘이영애 마사지 기계’는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돈과 노력’으로 입체적인 얼굴 윤곽과 고운 선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과 눈부신 성형 기술이 100세 시대를 사는 여성들을 부추긴다. 병원마다 상담실장들이 컴퓨터로 바뀐 얼굴을 미리 보여주며 패키지 성형을 권하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중국 여성들의 성형 분쟁 및 사고율이 매년 10~15%씩 늘고 있는 데다 자가지방이식 수술을 받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등 성형수술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성형이 잘못되어 재수술을 받다가 더 상태가 나빠져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에다 나날이 발전하는 성형 기술이 너무나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성형으로 계속 예뻐지고 젊어지는 게 삶의 지혜인 시대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