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에서 우러난 짧은 글의 감동
‘체험’에서 우러난 짧은 글의 감동
  • 미래한국
  • 승인 2016.01.19 0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근미의 베스트셀러 이야기] 신준모 <어떤 하루>

집안의 부침, 고졸, 젊은 시절의 성공과 좌절 … 나와 비슷한 친구가 하는 말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근미 작가·미래한국 편집위원 

불황의 그늘이 길다. 그중에서도 출판계는 ‘고사(枯死) 직전’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1만 부만 팔려도 대박이라는 출판시장은 ‘팔리는 것만 팔린다’는 한숨이 깊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07년부터 불황이 심각해졌다고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부터 출판시장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신간은 쏟아지고 몇 달 사이에 수십만 권 나가는 책이 신기루처럼 등장한다. 초강력 베스트셀러의 판매 비결은 뭘까. 그 비밀을 알 길이 없어 출판가에서는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는 신(神)도 모른다” “분명히 나갈 거라고 기대한 책은 안 나가고, 엉뚱한 책이 날개 돋친 듯 나간다”라는 말이 떠돈다. 여러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했던 첫 책으로 홈런을 치는 이들이 있으니 종잡을 수 없는 시장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2014년 3월 출간한 신준모 작가의 첫 책 <어떤 하루>는 40만 부 판매되었고 지금도 매달 5000부 이상 나간다. 대형서점들은 <어떤 하루>와 그의 두 번째 책 <다시>를 단독 판매대 위에 진열해 놓았다. 

고등학교가 최종학력인 26세의 신준모 작가에게 베스트셀러 비결을 묻자 해맑은 표정으로 “제가 그간 했던 일 중에서 제일 쉬웠는데…”라고 답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한 서울대 수석합격생만큼이나 눈총을 받을 만한 답변이지만 그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안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책에서 위안을 얻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신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신용카드를 사용했고, 온갖 사교육을 다 받았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세가 기울어 급식비를 못 낼 처지가 되면서 탈선을 했고 어머니의 눈물겨운 호소에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대학 진학 대신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 짧은 기간에 억대 연봉자가 되었다가 실패를 맛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화병과 대인 기피증으로 집안에 처박혀 있으면서 위안을 얻은 것이 책이었고, 좋은 글귀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스렸다. 책에서 본 글이나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지인들에게 보내다가 2011년 11월부터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매주 250만 명이 그의 글을 공유했고, 2013년에 페이스북 인싸이트 글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신 작가는 페이스북 활성화 비결을 ‘좋은 글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마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올린 성실성’이라고 정리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글을 좋아하자 책을 내기로 결심하고 출판사를 찾아다녔다. 담당자들은 “직접 찾아오는 분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난색을 표했고 원고 검토 후 한결같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이런 글로는 출판이 어렵다”고 답했다.

신 작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면 누구나 공감할 테고,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계속 문을 두드린 끝에 프롬북스에서 출간할 수 있었다. 

<어떤 하루>는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 가운데 엄선한 내용과 자신의 삶을 고백한 몇 편의 에세이를 담은 것이다. 신준모 작가는 자신의 책이 많이 팔린 비결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요즘 긴 글을 싫어하기 때문에 짧게 썼고, 책을 낸 뒤에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초판 정도 팔릴 거라고 했지만, 기왕에 내는 거니 많이 팔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SNS에서 인기가 높은 친구들에게 부탁해 초기에 집중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했죠.” 

<어떤 하루>는 2주 만에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두 달 만에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뒤 40주 동안 1~3위 자리를 지켰다. 

힘든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와 충고 

독자들은 “우울증을 가진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과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희망을 안고 살아요./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 어느덧 신준모 씨의 글이 제겐 에너자이저와도 같은 존재가 돼 버렸네요./매우 젊은데 정말 삶의 지혜가 담긴 글귀가 많네요./학교 폭력으로 힘들어 하다 이 페이지를 발견하고 많이 위로 받았습니다. 만약 준모님의 글을 보지 못했다면 저는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항상 소름끼칠 정도로 저의 나태함과 불안함을 한 방에 타파해주십니다.” 등등 댓글로 환호했다. 

첫 번째 책으로 홈런을 친 신준모 작가는 ‘내 책 갖기’를 실현하려는 이들에게 연구 대상이자 선망의 대상이다. 여러 블로그에 그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글들이 있었는데 ‘글이 따뜻하다. 글쓰기 연습을 많이 했다. 책 디자인이 예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책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내용이 위로와 충고가 된다’는 데 있다. ‘잘난 사람, 잘생긴 사람, 가진 사람’이 아닌, 나와 비슷한 친구가 하는 말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게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영상에 익숙한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여백과 색감을 살린 아기자기한 편집과 과감한 삽화가 264페이지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든다. 무엇보다 페이스북에서 검증된 글이라는 점이 베스트셀러 비결이다. 

<국가를 탓하고, 정치를 탓하고/사회를 탓하고, 부자를 탓하며/자신이 안 될 수밖에 없는/자신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느라 바쁠 때/성공한 사람들은 그 반대의 이유를 찾느라 바빴어요./결과를 알고 난 뒤/“이렇게 해야 했다!”/말하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남들이 돌았다고 미쳤다고 안 된다고 해도/나는 도전하는 지금의 내가 정말 좋다./납득도 못한 채 도망쳐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내 소신껏 살아가는 지금의 내가 멋지다./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꿋꿋이 해나가는/그런 나를, 나는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처럼 짧은 글에 담긴 경험과 감동이 동시대 사람들의 가슴을 세게 두드린 것이다. 

그의 두 번째 책 <다시>도 3만 부를 넘어서면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신준모 작가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글을 써서 잘 알리면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낙관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