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의 원천은 결핍”
“내 힘의 원천은 결핍”
  • 미래한국
  • 승인 2016.02.25 2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근미가 만난 사람]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작가 김수영

세상은 한탄하고 자학하기에는 너무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좁은 한국에 갇혀 신음하지 말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라

이근미 작가·미래한국 편집위원 

여행가, 작가, 강연가, 기업인, 콘텐츠 제작자, 작사가, 발리우드 배우. ‘꿈꾸는 유목민 김수영’의 네이버 블로그에 소개된 프로필 목록이다.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드림 레시피>,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등 4권의 책을 낸 김수영 작가는 ‘글쓰기와 강연’이 주 수입원이라고 한다. 

네 권의 책이 40만 부를 돌파했고 연 200회가 넘는 강연으로 녹초가 되기도 했다. 강연료는 업계 최상급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과 다양한 활동을 위해 요즘은 강연을 연 50회로 조정했다. 

2010년에 출간하여 30만 부가 판매된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여전히 순항 중이다. 중국, 대만, 베트남에서 출간되어 외국인들도 그녀에게 이메일 상담을 요청할 정도다. 첫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유명세를 떨친 그녀는 ‘흙수저로 태어나 헬조선에 산다고 푸념하기보다 김수영처럼 도약’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꿈쟁이’로 통한다. 

김수영 작가는 고등학교 때 일찌감치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여수정보과학고 재학 시절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해 실업고 최초로 골든벨을 울린 것이다. 인터뷰 요청과 팬레터가 쏟아진 가운데 연예기획사의 제안을 받는가 하면 KBS 열린음악회 출연도 이어졌다. 

악착같이 공부하여 수능 375점으로 연세대 인문대에 합격, 또 다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여수 공단에 취직해서 그 공장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하라”는 가난한 부모의 권유가 오히려 투지를 불태우는 힘이 되었다는 그녀는 이후 치열한 행보를 이어갔다. 

치과 간다고 둘러대고 근무 중에 암 수술 

대학 졸업 무렵 50여 개의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 합격한다. 하지만 입사를 앞두고 받은 건강 검진에서 암 판정과 함께 “다른 부위에 퍼졌을지도 모르니 절제 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듣는다. 입사 초년생이 휴가를 낼 수 없어 치과에 간다고 둘러대고 근무 중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정신적 후유증이 컸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왕따로 중학교 때 가출을 하는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지만 25세에 닥친 현실은 또 달랐다.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녀가 떠올린 건 행복이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 73가지’를 작성하고 ‘인생의 3분의 1은 한국에서 살았으니 다음 3분의 1은 세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자, 그리고 마지막 3분의 1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에서 살자’는 결심한다. 9개월 만에 세계 최일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2005년 영국으로 향한다. 

입학허가서를 받고도 망설였던 런던대에 진학해 중국경영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든 런던대든 부모의 도움 없이 공부를 마친 그녀는 2007년 세계 메이저 석유 회사인 로열 더치 쉘 영국 본사에 입사해 연 800만 달러의 매출을 책임지는 매니저로 근무했다. 골드만 삭스나 쉘 입사 과정도 그녀의 피나는 노력과 아이디어의 산물임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회사 재직 당시 쓴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는 7년간 세계 70개국을 돌며 ‘부모님께 집 사드리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등 46가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출간 즉시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머무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출간 7년차를 맞은 지금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어려움을 이기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따라 하고픈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첫 책이 나오기 전부터 김수영 작가는 네티즌 사이에서 ‘유익한 정보통’으로 알려져 있었다. 2007년 경 블로그를 개설해 ‘해외 취업’에 관한 글을 시리즈로 게재하자 하루에 수백 명씩 클릭했고 취업문의 이메일이 쇄도했다. 2009년에 귀국하여 영국문화원이 개최한 취업관련 박람회에서 강연을 하면서 국내 언론에 소개되었다. 

2010년 책을 낼 때만 해도 영국 쉘에 다니고 있을 때라 홍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판매되다가 그해 10월에 귀국하여 KBS <아침마당>을 비롯하여 여러 방송에 출연하면서 청소년 추천도서와 진중문고로 선정되는 등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다. 

아마추어리즘으로 즐겁게 산다 

버킷 리스트 목록을 업데이트하면서 꿈을 계속 키워 나가던 그녀는 2011년 회사를 그만뒀다. 1년 동안 세계를 돌며 그녀가 한 일은 사람들에게 “꿈이 뭔가”라고 질문하는 것이었다. 매일 한 사람씩 365명을 만나 얻은 답변을 토대로 쓴 책이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다. 꿈을 담은 영상을 편집하고 직접 내레이션을 하여 <SBS 스페셜>에서 방영하자 국내 유력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고, 여러 방송에도 출연했다. 

2012년 5월부터 15개월간 세계를 돌 때는 “사랑이 뭔가”라는 질문을 준비했다. 그때 들은 답변으로 쓴 책이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이다. 올해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의 러브 스토리를 편집한 영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그녀가 세계인의 꿈과 사랑을 듣기 위해, 자신이 버킷 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 방문한 나라는 80여 개국에 이른다. 

끊임없는 도전의 원동력을 그녀는 아마추어리즘으로 정리했다. 

“영화에 출연할 경우 톱스타 되고 싶다는 마음이면 힘들겠죠. 저는 단역이라도 배워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에 “이제 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나요’하고 물으면 ‘저는 마케터이자 여행가이자 번역가이자 블로거이자 사진작가예요’라고 말한다. 사람이 꼭 한 가지 일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하기 싫을 때가 있는 법, 괴로운 프로보다는 즐거운 아마추어로 남아도 괜찮은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요즘 그녀는 팟 캐스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놀아본 언니들의 고민상담 생방송’(고생TV)을 매주 일요일 밤 9시에 진행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궁금했다. 

“취업, 연애 다양하죠. 고민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남 탓’이에요. 또 자존감이 낮아요. 수능을 못 본 건 부모님이 이혼하여 나를 서포트 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죠. 요즘 유난히 나약해졌다기보다 3대에 걸친 트라우마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전쟁과 가난으로 힘들게 살면서 마음 건강을 챙기지 못한 앞 세대가 요즘 세대와 충돌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하면서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요즘 화두인 헬조선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시야가 좁은 듯해요. 제가 80여 개국을 다녔는데 말도 못하게 가난한 나라, 위험한 나라들도 갔죠. 우리나라는 상위 10%에 들어가는 국가인데 헬조선이라니, 말이 안 돼요. 실업률이 높은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일하는 거 많이 봤어요. 선진국 애들이 일자리가 없어 남미로 가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나라가 이상적이라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되는 나라 예만 봐서는 안 된다는 거죠.” 

상위 10% 국가에서 헬조선, 흙수저라니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흙수저론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선진국도 이미 다 겪은 일이에요. 유럽 국가 중에 실업률이 20~30% 되는 곳도 있어요. 영국에서 일할 때 몇몇 직종이 임금이 싼 인도와 필리핀으로 옮겨 가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거 봤어요. 우리가 이제 그 과정을 겪는 거죠. 성숙기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고 봐요. 20대는 실패해도 되는 시기인데 안정만 추구하는 게 문제죠. 다들 대기업과 공무원만 찾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요.” 

김수영 작가는 남이 가지 않는 길로 가보라고 권했다. 

“창업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고, 중소기업도 가보고, 찾아보면 길이 다 있어요. 해외에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얼마 전에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대학을 막 졸업한 친구 5명을 만났어요.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투자금 받아 커피숍을 차렸다는데 대박이 났더라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아주 흔한 커피숍인데. 외국에 나가면 블루오션이 많아요. 라오스나 베트남은 예금 금리가 10%가 넘어 1억 원만 투자하면 1년 이자 1000만 원으로 좋은 집에서 하녀 거느리고 살 수 있어요. 해외로 나가 보면 할 일이 많은데 모두들 객석을 텅텅 비워두고 한쪽 구석에 몰려 있는 것 같아요.” 

김수영 작가가 젊은 친구들에게 내놓은 해법은 ‘비교하지 말고, 불안에 떨지 말고, 강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지구상의 나보다 못한 사람 60억 명은 생각하지 않고 나보다 나은 10억 명은 비교가 불가능하니 내 주변 사람이나 연예인만 봅니다. 그러니 불행하죠. 내가 비교할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고 봐요. 노자가 ‘과거를 생각하면 우울하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니,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했어요. 지금 안전한 직장이 과연 몇 년 후에도 그럴까요. 오늘을 열심히 살아 능력 있는 ‘슈퍼 을’이 되는 게 중요해요. 요즘 다들 원하는 걸 다 가져야 하고, 모두가 날 좋아해야 하고, 내가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어요. 백수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잖아요. 팩트는 중립적인데 부정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시스템이 문제라면 비판만 하지 말고 바꾸기 위한 행동을 하라고 말한다. 
“정부나 회사가 바꿀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인 것도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안 되는 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감사하면서 오늘 하루에 충실한 게 최선입니다.” 

김수영 작가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비빌 언덕이 있어서 자기 능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낭떠러지까지 안가면 자기 능력을 알 수 없어요. 평생 사교육에 익숙했던 친구들이라 결정을 못해요. 멘토 열풍이 부는 것도 스스로 결정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바닥을 두려워하는데 그리 깊지 않아요. 겪어 봐야 해요.” 

바닥을 치면 원하는 걸 이룬다 

자신의 강연을 듣는 사람들 중에서 1%는 뭔가 이루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 도움도 못 받은 친구들은 바닥을 치고 올라와서 원하는 걸 이뤄요. 혼자 힘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고 사업에 성공하는 친구들을 만났어요. 결핍이 쌓이고 쌓여 그것이 억압이 되었을 때 사람마다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요. 저는 억압을 밖으로 끌어내서 푼 경우입니다. 제 힘의 원천은 결핍입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