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모노즈쿠리인가?
왜 다시 모노즈쿠리인가?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6.05.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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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일본의 제조업-모노즈쿠리의 부활>  후지모토 다카히로 著, 한경사 

지난해 1월 삼성 사내방송은 임직원들에게 신년 특집으로 ‘다시 기업가정신 제2부-일본의 선택 모노즈쿠리’를 방송했다. 침체된 일본 경제의 회복을 위해 모노즈쿠리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삼성도 이 모노즈쿠리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포털사이트의 용어 해석을 빌리면, 모노즈쿠리란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쳐진 합성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말한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무엇인가를 만들어 고객에 제공하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이 모노즈쿠리를 일본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밝힌 학자가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과 교수이다. 후지모토 교수에게 모노즈쿠리는 일본의 제조업 현장 그 자체다. 그가 지난 2012년 저술한 <일본의 제조업-모노즈쿠리의 부활>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가 이 책을 내놓은 시기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유출 사고로 일본 전체가 위기감과 비관론에 빠져 있을 때였다. 동일본 대지진은 1990년대 초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장기 침체를 겪던 일본 경제가 특히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이어진 역사적인 엔고 현상과 미국에서의 도요타 쇼크 등으로 급격하게 휘청이던 와중에 들이닥친 결정타였다. 

일본이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또다시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의 집필 동기라면,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일본에는 여전히 경쟁력이 탁월한 ‘좋은 제조(모노즈쿠리) 현장’이 많기 때문에 일본 경제는 여전히 희망적이고, 이 ‘좋은 제조 현장’이 일본 경제 부흥의 열쇄라는 것이다. 

저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설비나 건물, 산업계 공급 사슬들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복구된 것이 일본 제조 현장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후 일본 경제 부흥을 이끈 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 이런 ‘좋은 현장’이기 때문에 이를 장기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 전략의 기본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현장이란 무엇일까. 이는 여러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다능공(多能工)들이 팀워크를 이루는, 협업형, 통합형 조직이다. 자신에 할당된 표준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앞뒤 공정 등 주위의 작업자를 항상 시야에 넣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서 수정하는 식으로 팀으로서의 개선을 지속하는 현장의 조직이다. 미국이 전문성과 표준화를 중시하는 분업형의 현장을 구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모노즈쿠리는 제조업에만 해당하지 않고 서비스를 포함한 산업 전 영역으로 확대된다. 예컨대 교토의 술자리에서 게이샤는 누가 어디에 앉아야 하고, 어디를 시야에 넣을지, 어떤 흐름으로 할 것인가의 포메이션이 순식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개체가 유형인 제조업이나 무형인 서비스업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강한 현장은 ‘좋은 설계’와 ‘좋은 흐름’으로 고객을 만족시킨다고 설명한다. 

대한민국 경제 현장의 이곳저곳에서 일본식 장기 침체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는 지금, 일본의 모노즈쿠리를 꼼꼼히 들여다봐도 좋을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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