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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아시아의 맹주’ 환상 버려라

백길현의 ‘키스 더 줄리메 (Kiss the Jules Rimet)’ 백길현 생활인재교육연구소 부소장l승인2017.06.09l수정2017.06.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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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길현 생활인재교육연구소 부소장  webmaster@futurekorea.co.kr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논란은 축구 전문가 및 팬들 사이에서는 의구심의 수준을 넘어 이제는 경질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령탑 경질 및 후임감독 접촉에 대한 루머를 일축하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앞으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잔여 경기 결과에 따른 감독 교체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선수들이 ‘도전’으로 상징되는 유럽무대 진출 대신 ‘안정’을 추구해 중국, 일본, 중동리그로 진출하는 경향을 질타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국가대표 레벨의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수준 낮은 리그를 선택하며 기량이 저하되는 소위 ‘실력의 현지화’에 대한 비난이 그것이고 특히 중국리그(Chinese Super League)에 진출한 특정 선수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얼마 전 우리 대표팀이 중국에 패했고 프로리그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중국이 3팀, 우리가 1팀을 진출시키는 등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보면 우리가 중국축구를 무시할 근거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데 말이다.

▲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과 이승우 등 선수들이 5월 24일 전북 전주 월드컵 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회복훈련을 하며 러닝으로 몸을 풀고있다. / 연합

우선 실망감의 크기는 필연적으로 기대치의 크기에 비례함을 고려할 때 우리 축구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자와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은 지점에 형성되어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 같은 명장은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극소수이며 박지성이나 이영표 처럼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명장의 지도 아래 동시대를 누비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진지하게 자문해보자, 우리는 정말 아시아 축구의 맹주인가?

아쉽게도 2002년 한·일 월드컵 같은 영광스러운 순간을 우리가 다시 목도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2002년의 환상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 스스로를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유는 간단하다. 현재 한국축구는 결코 아시아 최강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도 않거니와 이러한 착각이 계속해서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팀은 지구 상 최대의 축구제전인 월드컵 본선무대에 1986년부터 8회 연속 진출했다. 월드컵 본선 8회 이상 연속진출기록을 가진 국가는 우리를 포함해 6개국에 불과하며 당연히 아시아의 월드컵 최다 진출국은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몇 차례를 제외하면 그 과정이 모두 험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과정상의 문제점은 이 상징적인 기록 하나에 묻히고 냉철한 판단과 비판은 계속해서 무력화되었다.

우리 축구의 객관적인 수준을 증명할 극단적인 비교 대상으로 불편하긴 하지만 북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과 우리의 A매치 역대전적은 6승8무1패이다. 표면상 우리가 북한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이 FIFA의 장기적인 제재에서 벗어나 국제무대에 재등장한 2005년 이후 우리는 7차례 북한과 격돌해 1승6무를 기록했다. 7번의 경기에서 우리가 넣은 득점은 고작 3골이며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것도 우리 홈에서의 1대0 신승뿐이다.

남·북 대결이 선사하는 중압감을 무시할 수 없고 세상에는 분명히 천적관계도 존재하는 바 이러한 비교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클럽들은 AFC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하부리그인 AFC컵에도 출전하지 못한다. 사실상 일부 해외파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는 완벽하게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며 양 측이 축구 발전에 기울이는 투자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명백히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아시안컵 우승과 FIFA 랭킹이 공식적인 최강팀을 가늠하는 척도

북한과의 전적만으로는 납득이 불가하다면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과의 최근 전적을 살펴봐도 무방하다. 2010년 10월 이후 최근 5경기에서 우리는 일본에 3무2패를 기록했다.

이란에는 2012년부터 내리 4연패를 당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는 90년대 이후 1승4무3패를 기록 중이다. 우리가 만만하게 여기던 중국과도 최근 5경기에서 2승1무2패로 호각지세다. 우리는 대체 무엇을 근거로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한 것인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상적으로 각 대륙의 최강자를 가늠할 때 인용되는 객관적 근거는 유로나 코파 아메리카 같은 대륙별 국제대회 성적이며 우리가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시안컵 우승부터 쟁취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현존 최강의 아시아 팀은 가장 최근 대회를 제패한 호주와 90년대 이후 벌어진 7대 대회에서 무려 4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일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1960년 대회 이후 이 대회 우승기록이 전무하며 2년 전 결승전에 진출한 것도 무려 27년만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FIFA에서 매월 발표하는 FIFA 랭킹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꾸준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각 국가별 순위를 산정하고 있으며 현재 각 국가의 전력을 판단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5월 현재 세계랭킹 43위이며 아시아에서는 2위이다.

그러나 아시아 1위인 이란(28위)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랭킹 포인트 산정방식에서 약팀과의 경기가 잦았던 이란이 이득을 보기는 했지만 최근 이란에게 내리 4연패를 당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딱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 전적은 물론이고 국제 경쟁력에서도 우리보다 한참 뒤졌던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서구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자국 근대화의 핵심사상인 ‘탈아입구(脫亞入歐)’를 토대로 자국 프로리그인 J리그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수립했다.

우리 언론에서 즐겨 사용할 뿐 정작 중국에서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축구굴기(蹴球堀起)’로 상징되는 중국축구의 도약 역시 무서울 정도의 기세이다. 언제까지 우리 선수들에게 애국심만을 강요하며 이들의 일본, 중국 무대 진출을 폄훼하고 있을 것인가? 외려 반문하고 싶다.

이번 U-20 월드컵 세대에게 우리가 건네주어야 할 선물

이번 FIFA U-20 월드컵에서 우리의 젊은 선수들은 조별리그 2연승 가도를 달리며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단 2게임 만에 16강에 진출한 것은 이 대회 사상 초유의 일이며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이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상대의 골문을 향해 약 40m를 질주하며 그림 같은 칩슛을 꽂아 넣은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몸놀림은 마치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의 영웅인 리오넬 메시의 재림을 보는듯한 전율을 선사했다. 또한 우리 수비라인은 거미줄 같은 방어망을 구축하고 탱고군단의 파상 공세를 성공적으로 저지했다.

▲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질주한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몸놀림은 마치 축구영웅 리오넬 메시의 재림을 보는 듯 하 전율을 선사했다. / 연합

이에 대한 찬사를 보냄과 동시에 많은 분들이 ‘왜 이런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강팀을 만나면 주눅이 드는가?’에 관한 의문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수한 재능을 가진 자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축구행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 기록만으로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하는 우리 현실 속에서 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처럼 느껴진다.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2002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2010년 월드컵 준우승, 2014년 월드컵 3위를 달성했고 1994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프랑스는 다음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 번의 대회에서 절망할 수는 있지만 이들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막강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 있어 당장 우리가 내년에 있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해보면 암담하기 짝이 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U-20 월드컵에서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보내줄 수 있는 화답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맹목적인 환상의 주입 대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지금 우리의 영건들이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 우리는 세계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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