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전기차와 ‘교만한 짐승’ 리바이어던
테슬라의 전기차와 ‘교만한 짐승’ 리바이어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6.2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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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그것과 비할 것이 없으니 그것은 두려움이 없는 것으로 지음 받았구나. 그것은 모든 높은 자를 내려다보며 모든 교만한 자들에게 군림하는 왕이니라. (욥 41:34)
구약 성서에는 ‘레비아탄’이라는 이름의 교만한 짐승이 등장한다.

흔히 ‘리바이어던’이라고 불리는 이 존재는 근대 정치철학자 홉스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는 자연상태에서 이를 문명사회로 질서화시키는 국가권력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계관과 ‘환경’, ‘진보’라는 이념은 곳곳에서 과거 절대권력인 리바이어던이었던 국가를 자신들의 이익에 굴복시키는 또 다른 ‘왕중왕’을 탄생시키고 있다. 바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와 같은 ‘지대추구기업’(Rent seaking company)들이다.

전기차 테슬라와 CEO  엘론 머스크

경제학에서 지대(地代)란 별다른 노력 없이 갖고만 있어도 수익이 발생하는 수입원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에 로비를 해서 판매독점권을 갖게 되면 그것을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라고 한다. 이러한 지대추구를 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이익에 봉사하려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도대체 테슬라의 전기차와 지대추구가 무슨 관계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많다.심지어는 화를 내기도 한다. 친환경을 통해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한다는 착한 전기차. 그러한 전기차를 대표하는 미국의 기업 테슬라. 그리고 오늘날 전기차를 넘어 화성 이주 로켓을 개발한다는 영화 아이언맨의 현현(顯現)으로까지 숭배되는 엘론 머스크가 교만한 짐승 리바이어던이라니... 하지만 분노를 잠시 접고 엘론 머스크의 전기차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잠시 살펴보자. 그러면 왜 지금 테슬라의 전기차가 판매 부진으로 적자에 빠져 있고, 왜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거품판이며 테슬라는 ‘돈 놓고 돈 먹기’식의 금융시장을 통해 연명하면서 도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독점으로 성장한 테슬라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시장 수요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1996년 정치적으로 진보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가 법으로 자동차 업체들에 판매 차량의 일정 비중 이상을 ‘ZEV(배출가스 제로 차량·Zero Emission Vehicle)’로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강제 수요정책을 만들었고, 여기에 테슬라만이 유일하게 ‘크레디트’를 얻었다.

1996년, 이 규제정책으로 2018년부터 모든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16% 이상 채워야 되는 상황이 도래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테슬라가 실제로 전기차를 팔아 이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전기차 의무운행규정에 따른 ‘크레디트’라는 경제적 지대(地代)로 수입을 만들어 왔다.

예를 들어 혼다와 같은 차종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규격을 맞추지 못하기에 캘리포니아 주로부터 유일하게 크레디트를 얻은 테슬라로부터 판매 쿼터를 사야 했다.

2016년 이 크레디트는 68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만일 이 크레디트가 없었다면 테슬라는 전기차 1대당 1만1400달러, 총 57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미국 자동차업계는 추산했다. 이를 테슬라의 판매 수량과 연계해 비교해 본다면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차량 1대당 1만3000달러의 이익을 얻은 것과 같다. 테슬라의 성장에는 정부의 세금공제와 보조금도 크게 기여했다.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그가 납세자라면 누구나 7500달러의 세금이 공제됐다. 보조금의 경우, 캘리포니아는 2500달러가, 일리노이의 경우 4000달러가 테슬라 모델S에 지불됐다.

이러한 사업 배경으로 테슬라는 골드만 삭스로부터 1억5000만 달러의 융자를 얻었으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유상증자와 장기융자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구글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테슬라의 이러한 사업 방식은 테슬라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게 만든다.

테슬라는 하이엔드 고급차량으로 1대당 8만 달러에 달하는 비싼 차량들을 출시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적자를 봤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비싼 전기차를 사려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의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테슬라 전기차를 타지 않는 미국인들은 테슬라에 더 많은 돈을 뜯기게 되는 구조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 유일한 길은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려서 같은 가격이라면 기존 화석연료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보다 가성비 대비 효용이 높아야만 한다. 하지만 과연 보조금과 주 정부의 수요보증이라는 보호정책 하에서 테슬라의 전기차가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적어도 시장경제를 설명하는 경제학 원리로는 지대추구가 일어나는 분야에서는 혁신이 일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가 없는 전기자동차에 정부의 보조금과 판매 쿼터 독점권을 테슬라가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진보적 이념이 시장적 자본주의와 헤게모니 투쟁을 통해 정치적 권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테슬라 충전소,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 넘게 하락했다
테슬라 충전소,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 넘게 하락했다

시장은 계획이 아닌 섭리적 질서

하지만 그 결과는 ‘정부와의 결탁’이라는 진보적 정경유착(?)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사적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부도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능에 문제가 있고, 불편하며 값비싼 전기차를 사야 할 의무가 소비자에게 없다면, 그런 차를 타겠다는 이를 위해 타지 않는 이들이 비용을 강제 부담하는 방식은 과연 정의로울까.  그리고 성경에 맞는 방식일까. 이것이 바로 리바이어던의 교만과 강압이 아니면 무엇일까.

성경은 여호와께서 교만한 짐승 리바이어던을 두 조각으로 찢어 내던지신다고 말한다. 테슬라는 지난 5월 2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7억8460만 달러(약 845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손실 규모는 1년 전(3억9720만 달러)보다 2배 가량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 넘게 하락했다. 테슬라의 임원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테슬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2020년까지 100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의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회장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6월 말까지 주당 생산량을 5000대로 끌어올리면 3분기부터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생산량은 220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테슬라가 교만한 리바이어던의 마인드로 소비자에게 봉사하기보다는 진보, 환경, 사람과 같은 비시장적 개념을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지대를 추구해 온 결과일 뿐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공공의 이익을 내세우며 규제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세금과 보조금을 사익화하려는 신흥자본가들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런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입법이나 행정으로 구현하려 들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결정되는 가격 시스템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며 이는 정부의 계획이 아니라 각자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행동한 결과로 등장한 섭리(providence)적 질서임을 설명한다. 그러한 시장의 섭리성은 나의 이익만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해하는 자들을 두고 보지 않게 된다. 이익은 서로 교환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것이 시장질서의 본질이다. ‘협력하여 善을 이루라’는 말씀은 선한 의도, 나쁜 결과(Good intention, Bad consequence)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공의(公義)의 하나님은 국가라는 리바이어던과 결탁하고, 심지어 리바이어던을 자신의 보호막 울타리로 삼아 공익을 사익화하는 전기차를 축복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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