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에 중대한 위협? 사실은…
[포커스]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에 중대한 위협? 사실은…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10.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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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정부기관 “큰 문제 안 된다”보고서…文정부의 ‘반일감정 부추기기 지적도

한국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이하 후쿠시마 오염수)의 바다 방류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다. 9월부터는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등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 노력 중이다. 한국 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너도나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 중이다. 정부와 환경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주워섬기는 수준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로 믿고 있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차관이 9월 1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총회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의 처리 방안을 국제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차관이 9월 1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제63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 총회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의 처리 방안을 국제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위기론의 시작과 전개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시작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시작됐다. 지난 8월 12일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그린피스의 원자력 부문 담당자인 숀 버니 박사의 기고문이 실렸다. 이 내용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했고, 조선일보와 KBS 등 국내 대부분의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숀 버니 박사는 기고문을 통해 “아베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에 쌓아놓은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특히나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버니 박사는 또한 “바다로 흘려보낼 방사능 오염수 110만 톤을 희석하려면 17년 동안 물 7억 7000만 톤을 쏟아 부어야 한다”면서 “이런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방사능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제해양투기방지협약이 있지만,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아베 정부를 비난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아베 내각이 우리 바다에 저지르려는 환경 재앙을 막아 달라”며 버니 박사의 주장을 거들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국내에 전파됐다. 일본이 반도체 관련 소재 3종의 수출 규제를 한지 한 달가량 지난 시점이어서인지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여당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인들은 버니 박사를 국회로 초청해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갈등 과정에서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했다. 이후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9월 들어 지소미아 문제를 뒤로 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16일(현지시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총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문제를 제기했다. 총회에 참석한 문미옥 과학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기조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일본은 여전히 해답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해 처리한다고 결정할 경우 전지구적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국제 이슈이므로, IAEA와 회원국들의 공동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일본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굳게 믿고 확산시켰던 그린피스 측의 주장은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허술한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위협설’

국민들은 지구과학과 지리 시간에 배운 내용을 근거로 “일본이 태평양으로 방류한 오염수가 어떻게 바로 한반도로 흘러들어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면 바로 한반도로 들어온다는 게 아니라 해류를 타고 흘러간 오염물질이 1년 이내에 일부가 남해안 쪽을 통해 동해로 흘러들어온다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지적도 있었다. “버니 박사는 후쿠시마 오염수 110만 톤을 희석시키려면 물 7억 7000만 톤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태평양의 물은 어느 정도 양이기에 위험하다는 거냐”는 지적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도 별다른 해명이 없다.

9월 하순이 된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앞세워 일본을 압박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약한 탓에 국제적인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일본이 후쿠시마 앞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국이 특히 위험하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면 금방 반박할 수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나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하는 인공위성 촬영 자료까지 제시하지 않아도 한반도와 동아시아, 태평양의 해류가 어떻게 흐르는지는 고교 지리부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동쪽 태평양에는 쿠로시오 난류가 흐른다. 이 해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 그 중에서 극히 일부가 대마난류가 돼 한반도 남쪽으로 흘러든다. 이 난류는 동해 동쪽 해안을 타고 쓰가루 해협을 통해 태평양으로 빠져 나간다. 한편 쿠로시오 난류는 홋카이도 북동쪽에서 오야시오 한류와 만나며 북태평양 해류에 쓸려 일류신 열도, 알래스카, 캐나다 서부, 미국 서부를 거쳐 다시 북적도 해류를 타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적도를 따라 흐른다.

2011년 3월 21일 중앙일보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를 전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인공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해류를 조사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나온 오염수가 한반도 인근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결론 내렸다.

해양조사원은 연구 결과에서 “동해는 북서 태평양보다 해수면 높이가 더 높아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유입된 해류(대마난류)는 동해 동쪽 해안선(일본 서쪽 해안선)을 타고 쓰가루 해협을 통해 빠져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당시 외교부에서 재외공관을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래도 후쿠시마 오염수가 고농도 방사능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극소량이라도 위험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버니 박사의 “후쿠시마 오염수 110만 톤을 희석하는데 물 7억 7000만 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봐도 태평양 바닷물 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부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청소년과 아동들을 위해 해양 지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 세계 바다에 있는 물의 양에 대한 설명이 있다.

세계 과학자들이 추산한 바닷물의 양은 1.4 * 10의 18승 톤이다. 한국식 표기로는 140경 톤(1경은 10000조)이다. 이 가운데 태평양이 차지하는 양은 51% 가량. 쉽게 말해 7.7 * 10의 17승 톤, 즉 77경 톤이다. 북태평양의 바닷물만 따졌을 때 적게 잡아도 30경 톤이 넘는다. 버니 박사가 말한 7억 7000만 톤의 바닷물은 태평양 바닷물의 10억 분의 1 정도다.

이런 사실 때문에 정부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로 거의 5년 넘게 한반도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지를 연구·조사하고 측정했다. 그 결과는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원자력 전문가들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에 큰 위협 안 된다” 지적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2011년 4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진은 당시 언론을 통해 확산되던 후쿠시마 원전 유출 방사능 오염물질 영향에 대한 긴급 보고서를 내놨다.

카이스트 교수진들은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는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방사선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방사선량이 지역적·환경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연평균 약 2.4 mSv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하늘로든 바다로든 한반도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분석은 이후 측정 결과 사실로 판명됐다.

지난 8월 29일 한국일보는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백원필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한국원자력학회에서 후쿠시마 사고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해 11월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복구 상황을 확인했다. 사고 대책위원회에는 국내 최고의 원자력 관련 전문가 50여 명이 참가했고, 이들은 2013년 3월 후쿠시마 사고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백원필 선임연구위원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1~2년 내에 한반도 해역에 도달해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그린피스 측의 주장과 관련해 “검출된 방사능 농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5년 간 평균치 이내로 원전 사고 및 오염수 유출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역에 미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2018년 원자력 안전 연감의 결론을 제시했다.

백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주변 해역 22곳에서 매년 표층 해수의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를 재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에도 한국 주변 해역의 방사성 오염 물질 농도는 사고 이전 5년 간의 평균치를 벗어나지 않았고, 2018년에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슘과 스트론튬은 인공적인 핵폭발로 발생하는 것인데 과거 강대국들의 핵실험 잔존물이 전 세계 바다와 토양에서 검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가 동지나해와 쿠로시오 난류를 만나 우리 해역으로 단기간 내에 흘러들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파악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렇게 흘러드는 오염물질은 후쿠시마 원전 전체 배출량의 0.001%도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태평양으로 퍼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몇 년 째 일본 측에 문제를 제기하는 후쿠시마 앞바다 수산물과 관련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후쿠시마 주변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염려하지만, 야생동물 고기나 내륙 하천의 어류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지는 대부분 방사능 제거작업을 끝냈고, 바다의 경우 방사성 오염물질이 해류를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많이 흩어졌지만 숲 또는 숲을 지나는 하천은 거의 제거 작업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이언스 리포트지에 실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시뮬레이션.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에 큰 위협 안 된다” 고 지적한다. 오염수에 비해 태평양 해수의 양이 너무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 리포트지에 실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시뮬레이션. 원자력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에 큰 위협 안 된다” 고 지적한다. 오염수에 비해 태평양 해수의 양이 너무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KAIST 교수 “국내 언론, 후쿠시마 관련 왜곡·과장 보도”

지난 9월 17일에는 펜앤드 마이크가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정용훈 교수는 “국내 언론들이 보도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 상황은 크게 왜곡·과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훈 교수는 “후쿠시마 지역에서도 거주가 금지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방사선량이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도쿄의 핫스팟(세슘 고농도 검출 지역) 때문에 여행을 가면 안 된다고 그러는데 그건 매우 한정된 일부 지역에 불과하고, 조금만 벗어나면 방사능이 측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국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정 교수는 “그 근거가 되는 논문을 보면 ‘이건 추산치이지 측정결과가 아니다’라고 자료의 불확실성을 밝히고 있고, 최근에는 논문 저자가 ‘계산이 잘못됐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해당 논문에 나타난 방사능 오염 기준치는 5Bq/kg으로 별 위험이 안 되는 수준이며, 한국의 경우 과거 중국과 러시아의 핵실험으로 나온 세슘이 한반도에 떨어져 1990년대까지도 토양에서 20~30Bq/kg의 측정치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 대로면 한국이 일본보다 방사능 오염 수준이 더 높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 의견은 거짓일까.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니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한국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외신들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찾아봤다.

영국 가디언은 일본의 주장을 조금 더 실었다. 가디언은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관련 보도에서 “후쿠시마 현의 방사능 오염 검사 기준치는 미국이나 EU(유럽연합)보다도 더 낮다(엄격하다”는 현 당국자의 주장도 소개했다.

가디언은 이어 민간 환경단체가 측정한 도쿄 일대의 방사능 수치도 소개했다. ‘세이프 캐스트’라는 단체가 지난 8월 측정한 도쿄 일대 방사선 수치에 따르면, 롯폰기 지역 오염도는 0.084 mSv/h로 한국 수원 남부 지역의 0.116 mSv/h 보다 낮았다. 수원 남부 일대의 수치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서쪽으로 45마일(약 72km) 떨어진 곳의 0.100 mSv/h 보다도 약간 높았다.

가디언은 “핵공학 관련 로비단체인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검출되는 자연 방사선 수치는 0.17~0.39 mSv/h”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미국과 유럽 외신들은 “한국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물질 때문에 갈등 중”이라는 정도로만 보도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 갈등의 배경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한일 갈등이 실제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탰다. 문재인 정부가 반북·반중 대신 반일을 열심히 외쳐도 국제 여론은 과학적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현실’이자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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