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 ‘통미 봉남’ 北,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 나섰나?
[전문가분석] ‘통미 봉남’ 北, 문재인 정부 길들이기 나섰나?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11.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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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 운운과 같은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미사일 실험 발사와 같은 도발적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두둔하는 태도에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도대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남북대화를 한다며 북한의 요구를 계속 수용하더니 암묵적인 상하관계가 형성됐다”고 진단한다 또 “어쨌든 ‘북한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종의 습관이나 원칙으로 자리 잡은 모양”이라고도 비판했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북한학 박사)은 “북한에 응전해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지지 세력이 이탈하고 보수진영이 힘을 얻는 등 정치적으로 득 될 것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한 이슈를 정국을 해쳐나가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셈법이 있는 듯하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들로서는 어딘가 부족한 점이 느껴진다. 과거 주사파 운동권에서 전향한 A씨는 여기에 의외로 명쾌한 해석을 내놓는다.

“보수 우파 진영도 미국에 대해 마찬가지 아닐까요? 한미연합훈련이 비싸기만하고 쓸데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한국당 정치인이 있습니까?”

A씨의 주장은 한마디로 북한과 정신적인, 나아가서는 한반도 통일에 이념적인 동맹을 설정하고 있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NL운동권 출신들이 북한의 비난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석탄 불법 환적과 같은 문제를 미국과 제대로 협상으로 풀어내지 못해 결국 한반도 중재자는커녕, 문재인 스스로 워싱턴의 눈 밖에 나는 상황들이 ‘한심해 보였을 것’이라 관측하며 이렇게 말한다. “속담에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했지요. 김정은은 문재인 정권에 대해 무능하고 비겁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대화전략에서 대결전략, 또는 병행전략 이행 시그널?

전향한 A씨의 관측은 2011년 이명박 정부의 통일연구원에서 분석한 북한의 대남전략에 비춰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당시 발간된 <북한의 남북회담 제의 패턴과 평화공세 타개 방안/ 이윤식>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남전략은 4가지 유형에서 지속적으로 구사되고, 또한 동일한 조건과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4가지 유형이란 대화전략, 관망전략, 대결전략, 병행전략이며 이 4가지 유형은 북한의 대남전략 뿐만 아니라 대미전략 및 대외전략 전반으로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4가지 유형이 어떠한 조합 속에서 작동하고 나타나는가에 따라 남북한 간에 긴장과 갈등이 초래되기도 하고, 또한 협력과 대화를 유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북한의 대남전략은 주로 대결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후 이 전략에 변화를 주면서 ‘대화전략’이나 ‘관망전략’보다는 ‘대결전략’과 ‘병행전략’을 보다 빈번하게 사용하며 남북한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에 긴장과 갈등 상황을 초래했다는 점을 보고서는 지적한다. 그리고 ‘대화전략’ 역시도 교류하고 협력하기 위한 대화제의 및 접촉제의라기보다는 군사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적인 평화공세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전술은 2018년 평양회담을 계기로 대화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 당시 북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으로 ‘맥시멈 프레슈어’ 즉 강력한 경제제재를 예상함과 동시에 예측 불허한 트럼프의 군사옵션에 상당한 위협을 느꼈을 것임을 지적했다. 여기에 핵무기의 완성을 통해 미국과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고 이를 조건으로 안전보장책과 경제 원조를 받아낼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북회담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 핵포기’로 입장이 굳어지면서 전략의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 다시 긴장을 높이는 대결전략을 사용해 대화국면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할 경우,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 평양회담의 민족자주 정신을 상기시키면서 미국과 북한 가운데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요구하는 압박을 가할 명분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남전략의 변화 시그널을 문재인 정부가 읽었다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북한의 위협에 더 큰 대가를 예고하든지, 아니면 선처만을 바라며 굴복하는 방법 두 가지 외에는 없게 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위협에 대한 ‘대등한 보복’ 경고를 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북 굴종적인 태도가 한미관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2018년 12월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리즘 비확산·무역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테드 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때문에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이 위험에 처했다”라는 주장을 보도했다.

포 의원은 “미국은 북한과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고,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최대한의 대북압박 정책을 실행 중이었지만 불행하게도 ‘비둘기파(대북 유화파)’인 한국 대통령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했던 것.

그는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북측에) 굴복한 것 같다”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김정은 정권과 GP 철수 등이 포함된 남북군사합의서를 교환하고 10월에는 유럽을 순방하며 동맹국들에게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제재 완화를 촉구한 사실을 그 예로 들었다.


 

계속되는 북한의 방사포와 미사일 발사에도 정경두 국방장관은 9·19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국감에서 답했다. 사진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면
계속되는 북한의 방사포와 미사일 발사에도 정경두 국방장관은 9·19군사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국감에서 답했다. 사진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장면

문 정부의 대북 굴종, 남북연방을 위한 인내인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굴종적 태도는 북한으로 하여금 무력사용의 오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원식 고려대 교수 (전 합참차장)는 “남북군사합의도 문제지만 ‘국방개혁2.0’에서 우리 병력을 먼저 줄이는 우를 범한 것은 실로 개탄할 만한 사건”임을 지적한다.

신 교수는 “앞으로 북의 도발에 대비해 우리가 전력증강을 해야 할 때마다 북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북한이 우리의 방어능력을 크게 제약해서 무력침공으로 항복을 받아내려는 ‘남조선혁명역량강화’전술에 그대로 말려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인 남북군사합의로 우리의 첨단 전력을 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북한의 기습적 무력침공으로 남한을 접수하겠다는 북의 ‘결정적 시기’의 오판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의 관점도 비슷하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무대책이 결국 최근에 북이 SLBM 발사 실험을 하게 만든 원인임을 강조했다. 김태우 교수는 “북한이 여전히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앞세우고 북핵 해결을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라는 말을 반복해왔다”며 “그런 중에도 축소지향 국방개혁, 전작권 조기 전환, 한일 지소미아 종료 등 스스로 안보역량을 해치고 외교고립을 자초하는 ‘역주행’을 줄기차게 지속해 왔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대북 굴종적인 태도는 궁극적으로 남북연방(연합)을 위한 인내 전략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염돈재 전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장(전 국정원 차장)은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유화책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점이 있다”며 “북핵문제 해결이나 북한의 변화보다는 더 큰 목적, 즉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실현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라고 말했다.

염원장의 이러한 관측의 배경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관이다. 염돈재 원장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유화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데다, 2012년 8월 김대중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념식에서 “정권교체를 통해 다음 정부 때 반드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고, 백낙청 등 국내 좌파 지도자들도 국가연합의 실현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염돈재 원장의 이러한 관측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다소 엇갈리기는 하나, 만일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개헌 선을 돌파할 정도의 압승을 이루거나, 범여권 정당세력과 연대해 개헌선을 돌파할 경우, 본격적인 남북연방을 위한 체제 변경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즉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북정책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법적으로 돌파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다, 북한 김정은 입장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그러한 정치적 능력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

하지만 청와대가 조국 사태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난데없이 ‘김정은 11월 답방 가능성’을 내세웠던 점을 생각해 보면 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평화모드 전략으로 대한민국의 체제에 근본적인 변혁을 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북한과 소통에서 강경파와는 다른 유화파 채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북한에 의해 길들여지는 과정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남북연방을 추진하라고 하면하고, 미루라 하면 미루는 ‘괴뢰(傀儡)’의 수준까지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떨쳐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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