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삼성은 공공의 적인가?
[심층분석] 삼성은 공공의 적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0.06.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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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압수수색 50여 차례, 110여명 430여회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대한민국의 시국 사건이 되고 있다.

2018년 11월부터 1년8개월여 진행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압수수색 50여 차례, 110여명 430여회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20만 쪽의 수사기록이 첨부된 150쪽의 구속영장 청구서가 법원에 제출됐다. 8시간 30분의 심사 끝에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검찰의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처벌 의지는 집요해 보인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이 있는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지분이 없는 삼성물산 가치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이 제일모직 평가를 높이기 위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의 수주 사실을 숨기는 방법으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여기에 보고와 지시를 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 세 번 째는 삼성의 노조 설립을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고 이를 이재용 부회장이 보고 받거나 지시했다는 혐의다. 물론 이러한 혐의들은 법원이 판단할 것이고 위법 사항이 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들이 과거에는 문제가 안 됐다가 지금은 다시 문제가 되는 이유를 정치적 배경이 아니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 제기된다. 일단 2018년 11월에 재개된 검찰 수사가 그렇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부당했나?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기 약 3개월 전인 2018년 7월 15일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이 20조 원을 풀면 200만 명에게 10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0조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었다. 공산당식 발상이라는 비판이 일자,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몇 재벌에 갇혀 있는 자본을 가계로, 국민경제의 선순환구조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잉여 이익을 국민경제에 생산적으로 재투입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일이 지금 우리 정치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도 했다.

이 문제는 현재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법 경영승계에 필요한 위법성을 주장하며 법원에 기소하려는 죄목 중에 하나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삼성전자는 2007년 1조8000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한 이래 대규모 자사주 매입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 문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20조를 들여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가 2015년 삼성물산 합병 논란이 불거진 이유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합병을 둘러싸고 ‘먹튀’로 유명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각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30조 원 규모의 현금배당과 3명의 독립된 사외이사 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주주이익 증대를 위해 배당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은 헤지펀드 엘리엇의 요구대로 삼성전자를 분할하고 30조 배당을 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해체되는 것이고 30조 배당락으로 주가는 하락하며 웃을 자는 중국 화웨이였다. 아울러 2016년에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현대차도 했다.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2012~2013년만 해도 연간 2조 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전인 2014년에는 3배를 넘는 6조3037억 원을 거쳐 2015년 10조3391억 원에 이르렀다. 이유는 국회에서 논의되던 자사주를 오너의 경영승계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입법안 때문이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것은 자사주 매입이 2015년 기업소득환류 세제 시행을 앞둔 주주 환원정책 확대의 하나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자사주를 취득해 1개월 내로 소각하는 경우 이를 배당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자사주 매입 소각이 ‘삼성물산 합병 논란 잠재우기’라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기업회계기준과 국제 회계기준간에 충돌로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기업회계기준과 국제 회계기준간에 충돌로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진실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쟁점은 일반 국민들로서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콜옵션, 내가격, 지배회사, 종속관계, 관계사 IFRS회계기준 등 전문적인 개념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외국인 투자자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의 증선위 주장대로라면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들과 삼성바이오가 짜고 5조 원대의 회계 부정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인데, 이 가치는 삼성바이오가 코스닥이 아니라, 나스닥 상장 준비를 위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한 것이고 따라서 나스닥 상장을 위한 IPO 로드쇼가 진행되었다면 해외 투자펀드들과 금융전문가들 모두가 검토하고 들여다봤을 내용이라는 점이다.

만일 삼성바이오가 그런 회계 사기로 나스닥에 상장하려 했다면 해외 투자 전문기관들과 애널리스트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정부가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 차원에서 증권거래소 규정을 고쳐가며 삼성바이오의 나스닥 상장에 반대해 국내 상장으로 반 강권적으로 유치됐다. 둘째, 국내 기업회계기준과 국제 회계기준 간에 충돌이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 회계기준에 의하면 상대 합작사의 콜옵션 지분이 기업의 내재가치를 밑돌면 회계 담당자는 합작 파트너사의 콜옵션 행사 신고가 없어도 행사를 할 것으로 보고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회계기준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없어 해석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현재 증선위와 금감원 모두 2015년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했다가 참여연대의 개입과 정치권의 입김에 밀려 ‘5조원 분식회계’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과거 책임이 없다는 이해되지 않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진보 좌파 진영은 ‘지분만큼 경영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한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국내 재벌 대기업들은 적은 지분으로 경영을 책임지면서 다른 주주들이 더 많은 배당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만일 이건희 삼성 회장과 그 일가가 미국의 대기업 주주들처럼 40%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면 그 만큼 더 큰 배당을 가져가게 된다.

문제를 삼으려면 재벌 총수들이 경영실패로 주주와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흔히 총수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가 문제가 된다. 만일 어느 재벌기업이든 총수일가가 다른 주주들을 배임해서 더 싸고 좋은 외주처가 있음에도 자신들의 친인척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면 당연히 외국인 주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대개 재벌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본사에서 그 분야에 특화되거나 전문화된 사업부가 분사되었든지 혹은 수직적 분업을 통해 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文정권의 ‘삼성 죽이기’, 최후의 승자는 화웨이?

‘삼성 죽이기’는 역시 참여연대를 빼고 거론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1999년 11월 삼성SDS BW 발행과 관련해 대표이사 등 6명을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이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하자 참여연대는 항고와 재항고를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참여연대는 2000년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각하됐다.

참여연대는 2001년 다시 소를 제기했으나 또다시 기각, 헌법소원 역시 2003년 기각됐다. 참여연대는 2005년 에버랜드 1심 재판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자 다시 삼성SDS건을 고소했다. 결국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을 다룬 특검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게 됐다.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교수는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기소되자 재판 증인으로 나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불법성을 조목조목 따졌다. 김상조 교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이 주주와 회사 양쪽에 손해를 입혔다며 경제학적으로 명백하게 배임이란 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최종심에서 이건희 회장은 무죄가 났다. 그러나 특검에 의해 기소된 삼성SDS BW 헐값 발행 건에서 이건희 회장은 대법원 유죄가 확정되어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실질적으로 같은 사건임에도 당시 민주당과 특검에 의한 ‘반기업 정서’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준 판결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비상장 유가증권에 대한 평가의 일반적 기준을 대법원이 무시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6년 2월 7일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헐값에 취득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가 실질적인 증여라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자 이에 사과하고, 운영 중인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포함해 8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아무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그리고 8000억 원의 이건희 장학재단은 좌파인사들이 이사진을 장악하면서 접수되었고 기금 역시 그들과 코드가 맞는 활동단체들을 위해 대부분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과거 문제가 없던 삼성의 경영들을 문재인 정권하에서 윤석열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전개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가설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윤석열 총장이 조국 사태를 권력형 비리로 포지셔닝하고 이를 검찰 개혁에 맞서는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케이스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 ‘정의로운 검찰’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히 이재용 부회장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했던 전력을 가진 당시 특검 수사팀장 윤석열 총장이 삼성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루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이 어느 정도 진실일지 알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을 좌우하는 삼성의 문제가 권력기관 간에 힘겨루기 싸움에 희생된다면 비전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후에 웃는 이는 아마도 중국의 화웨이와 같은 기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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