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왜 다시 메가시티인가 
[이슈] 왜 다시 메가시티인가 
  • 박재욱 신라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4.03.2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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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다 도시가 미래의 경쟁력

갈수록 중앙과 지방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심한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비수도권의 인구 비중을 넘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반 경제적 비중 역시 인구 집중 이상으로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며, 그 편중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방의 소멸 위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급락하는 지역 경쟁력 수준은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 강화는 커녕 한심한 수준으로 전락 중이다. 

과거 광역경제권계획과 메가시티 전략 간 차이점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은 향후 발전은 고사하고 생존의 기로라는 절박감에 놓여 있는 셈이다. 최근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메가시티 구축 전략의 배경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메가시티 전략은 지난 날 수직적, 일률적 중앙정부 주도형 계획에서 전환하여 지방정부 주도형의 수평적, 자율적 발상과 의지로 문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 당시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이 산업,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면, 메가시티 전략은 특별지방자치단체(광역연합)라는 총괄적 광역행정기구 발족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다시금 광역 거버넌스의 중요성과 현실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총칭하는 부울경 지역의 광역화에 따른 메가시티 구축 필요성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설명되겠지만, 환경적 기회요인으로 북극항로의 개설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기존 수에즈운하 운항보다 10일 이상 7000킬로미터 단축 효과를 가져올 북극항로는 완전 개방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운 화물 70%가 수송될 전망이며, 남방항로에 비해 도쿄~로테르담까지 수송원가의 15-20% 절감 효과가 있는 등 가히 21세기 실크로드라 부를 만하다. 

러시아 북극해 항로국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 물동량은 최근 968만 톤(2017), 1601만 톤(2018), 3000만 톤(2020) 등으로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북극 프런티어 회의(Arctic Frontiers)에서 “부산신항이 가장 큰 수혜자”라는 언급이 나올 정도이다. 

더욱이 2018년 9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사가 부산에서 독일 브레머하벤항까지 운항에 성공했으며, 비외른 군나르손 박사(노르웨이국립대학 북극물류센터 매니징 디렉터)는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부산까지 오는 데 19일이 단축 가능하여 부울경 지역이 북극항로의 주요 기항지로 대두되고 배후단지 개발이 보다 활성화되리라 전망함으로써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에 추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역권 형성 정책과 그 한계

지금까지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도된 광역권 형성과 관련된 정책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제시된 4대 초광역경제권을 시발점으로 5+2 광역경제권(이명박 정부), 56개의 지역행복생활권(박근혜 정부), 그리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통한 메가시티 전략(문재인 정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정책은 총체적으로 국토발전전략의 근간을 변화시킬 만큼 본격적인 광역권 발전전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노정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추진력 있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 없이 광역경제권 발전위원회 체제로 추진한 결과, 제도적 추진동력이 미비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둘째,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방식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한 결과, 지역 간 갈등 유발 및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해 결국 지역별로 나눠주기식의 사업 및 재정분배에 그치고 말았다. 

셋째, 자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업을 편성한 부분보다 중앙부처가 직접 편성한 사업 비중만 확대되고 광역연계사업에만 국한한 결과, 지역특화사업이나 전략산업과의 연계 부족이나 가시적 성과 중심의 사업 선정으로 인한 사업 중복 빈발도 한계 요인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지역행복생활권 정책은 소규모로 분절화된 광역개발권 설정으로 기초생활권 범주에서 사업의 자율성은 있었으나 계획에 따른 추진 실적이나 성과는 미미했다고 평가된다. 

한편, 부울경 중심으로 꾸준히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통합안이나 협력 방안도 제시되어 왔는데, 2010년 이후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부울경 통합안, 김두관 전 지사의 동남권 특별자치도 설립안 등과 더불어 대구, 경북 행정통합안으로 기존 광역자치체 폐지를 전제로 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부울경 특별(광역)연합안 (2020)이 최근 제시되었다. 

2020년 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여(2021.1 공포, 2022. 1 시행), 개정 전 지방자치법에서 규정되지 않았던 특별지방자치단체 항목이 광역사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한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 규약과 기관구성, 운영 등으로 법적으로 명시되었으나, 구체적인 규약 제정, 의회 구성 및 단체장 선임, 타 자치단체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세부 규정은 아직 논의 중이다. 

부울경과 기타 광역권에서의 메가시티 추진 전략

부울경 광연연합은 800만 인구의 동남권이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 계획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지난 2019년 3월 ‘동남권 상생발전 협의회’가 구성된 바 있다.

여기에서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 연구’를 부산연구원, 경남연구원, 울산연구원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행정공동체 형성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현재 3개 시도 지방의회 의결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동남권 광역특별연합’(가칭) 설치 준비단이 운영 중이며 내년 22년 상반기에 지방선거에 맞춰 특별연합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구, 경북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의 특별자치도 구상과 충청권 4개 시도(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광역도시계획 수립’ 및 ‘광역교통협의회’ 구성을 통한 메가시티 조성 계획도 추진 중이며, 이미 2020년 11월에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광역행정의 현실은 행정단위 간 연계성 부족(칸막이 행정) 및 기업 간 네트워크의 단절성, 지역의 산업적 자립 기반의 취약성, 지자체별 일자리 수의 불균형성 등의 한계로 인해 이미 난관에 봉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메가시티 설정과 광역 거버넌스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다. 

또한 자치분권이라는 조건만으로 국제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인구 5000만의 국가에서 수도권만으로 세계의 유수한 지역들과 겨룰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인 점도 사실이다. 이에 분권형 국정운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서 지역발전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메가시티 구축과 광역 거버넌스의 운용 방안은 시대적 요구인 셈이다. 

이전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계획은 행정적으로 구분된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통근권이나 생활권 등 기본적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간 연계성 및 인재의 양성, 수출과 외자 유치 등과 같은 경제활동의 광역적 상호 보완성이 강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발전하여 메가시티란 단순히 수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하여 하나의 광역 행정구역으로 묶는 개념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공통성을 지니면서 하나의 자립적 경제단위로서 기능할 수 있는 각종 구성요소들을 확보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즉, 균형발전, 광역행정, 규모의 경제, 광역교통망 등을 포함하는 메가리전(mega-region)적 차원으로 이해된다. 

원래 메가시티라는 말은 ‘매우 큰 도시’라는 뜻으로, 도시의 인구를 기준으로 300만 명, 800만 명, 1000만 명까지 확대되어 왔다. 유엔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인구가 1000만 명 이상인 도시를 메가시티(megacity)라고 부르고,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의 수는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전망하였다. 

메가시티 구축에 필수적인 광역 거버넌스의 특징은 첫째, 포괄성이다. 공식적인 행정당국과 기업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한다. 선진국가의 광역 거버넌스의 기본 틀은 도시지역에서의 상이한 지방정부 기구, 시민사회와 기업부문 등의 관계적 특성과 목표의 통합에 초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상이성이다. 국가 및 도시정치의 요소적 영향으로 대도시권역마다 상이한 거버넌스 양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셋째, 지속성이다. 경제글로벌화 상황에서 대도시 지역은 새로운 경쟁수요와 정부능력이 상호 대응하지 못하므로 현실적으로 광역 차원에서 정부 혹은 행정체제의 개편이나 역량 강화가 계속 추진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메가시티 발전을 위한 기본 조건

메가시티가 발전하기 위한 지역적 조건은 무엇보다 기존 다수의 광역행정구역 단위를 넘어선 초광역적 특성을 지녀야 하며, 강력한 구심력과 원심력을 함께 갖춘 핵심거점도시나 핵심도시군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고밀도로 네트워크화된 인프라 시설체계 구축과 산업별 특성을 바탕으로 상호협력적인 지역 간 기능적 분업체계가 구비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광역권 발전전략의 지위 확보를 위해 건실한 광역조직과 거버넌스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광역권의 발전 과정에서 각 행정구역 단위의 정부 간에는 인프라 시설의 건설, 공공서비스, 산업배치, 인구 유동성, 토지개발, 수자원 등의 분야에서 각종 이익의 갈등과 지역 간 모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성숙된 시장경제 메커니즘의 작용을 전제로 정부의 조정기능의 적극적 작용과 유도,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의 상호 결합적 원칙에 따라 사회 각계의 역량이 발휘되면서 구조집중형, 분산형, 연합형이라는 다양한 광역협조조직과 거버넌스 체계가 나타나기도 하며, 이는 성숙한 광역권 형성을 위한 주요 지표를 이루기도 한다. 

또한 구축되는 광역 거버넌스는 전략적, 개방적, 제도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는 개별화된 분산 주체에 의해 고착되기 쉬운 편협한 이해 추구를 조직화된 협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통합적 목표를 수립하고 광범위한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다. 

메가시티 형성을 통해 광역권 거버넌스가 가져올 협력적 파트너십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협동효과로서 2개 이상의 도시나 지역이 공동목표를 위해 행동을 일치시킬 때 발생하는 가치 증식(시너지)의 효과이다. 

둘째, 전환효과로서 서로 다른 경제발전 수준이나 문화적 특징, 관리능력을 가진 지방정부나 조직이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협력자 자신의 변화뿐만 아니라 협력자의 세계관, 행위와 관념적 노력도 변화시켜 개별 도시나 지역으로 하여금 선진적인 관리이념과 이에 부합하는 장기적 이익의 발견이 가능해진다. 

셋째, 확대예산효과로서 각 파트너의 개별적 자원을 집중시켜 재정의 확대가 가능하며, 다양한 파트너의 지지를 얻게 되어 협력적 의지를 강화하고 복수의 파트너십 관계 형성에 따라 중앙정부의 초과 지원 역시 가능해진다. 확대된 예산으로 대형 공공시설의 공동투자건설이 가능해져 개별 단독행사나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메가시티 거버넌스는 크게 지역 간 협력체계에 있어 4가지 기본 영역을 지닌다. 일반적으로 지역 간 관계에서의 협력은 정부협력(정치행정영역), 시장협력, 사회협력, 인프라협력이라는 4가지의 기본적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지방정부간 정부협력, 즉 ‘정치행정영역’에서의 협력 및 관계 재구조화는 메가시티 통합에 있어 중요한 제도적 토대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주요 경쟁단위로서 메가시티의 의미와 중요성

메가시티가 이미 글로벌 경쟁의 주요 단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글로벌 경제의 경쟁이 이미 다수의 중량급 메가시티 간 경쟁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한 광역권이 글로벌 경쟁에서의 주요 단위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화 발전의 주도적 추세이다. 

메가시티 권역 경제는 반드시 시장 주도 하의 통합적 경제로 구성되어야 하며, 이러한 대도시권역은 다수의 행정구역의 단위를 넘어서서 사회경제적 연계성이 긴밀한 네트워크화된 도시경제구역으로서 총체적 유기체라는 특성을 지닌다. 기존 행정구역에 의해 분절화된 지방정부체계에서 지역경제계획이나 집행이 이뤄지는 한 대도시권 내부가 개별행정, 중복건설, 악성경쟁이라는 모순적 운영 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는 현행 대도시권 경제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완전하고 성숙한 통합, 협력적 광역권 거버넌스로 이행될 때까지 과도기적으로 상당 부분 현행 행정구역에 의한 경제협력체제가 운영이 합리적일 것이다. 향후 광역 거버넌스의 발전은 행정구역에 의한 광역권 경제체제의 강력한 구속력을 완화 또는 해소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구역의 통합이나 조정으로 일정 정도 공공 효율성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취약한 제도화와 더불어 사회적 역량이 상대적으로 박약한 상황에서는 행정구역의 통합 및 조정은 일시적 해결책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즉, 행정구역 조정→ 권역 내 불필요한 지역 간 갈등 및 경쟁 강화→ 구역 재조정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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