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 달러 시대의 쾌거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쾌거
  • 이정훈
  • 승인 2011.12.21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훈 부회장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12월 5일 연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최빈국 신세를 탈피하기 위해 시작된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위주 경제정책은 불과 50년 만에 미국, 독일, 일본 등 세계에서 단 8개뿐인 무역 1조 달러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대국 신화를 일구어 낸 것이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의 수출증가율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세워진 1962년의 무역 규모는 4억7800만 달러였고, 1인당 국민소득은 87달러였다. 필리핀은 물론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보다도 못사는 우리였다. 그래서 세계는 ‘한강의 기적’에 대해 새삼 놀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철강, 석유제품, 휴대폰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까지 수출하는 제조업 강국이다. 그뿐인가. 이미 IT강국으로도 인정을 받았고 한류 스타들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문화시장을 달구고 있으며 김연아, 최경주, 장미란, 박지성, 박태환 등 수많은 운동선수들 역시 스포츠강국 대열로의 진입을 견인하고 있다.

즉, 우리의 국력과 위상은 건국 63년, 아니 우리의 5000년 역사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잘살고 이 정도로 남에게 인정받아 본 유례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지 않는다면 그는 애국자가 아닐 것이다.

이제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일본보다도 창의적이고 순발력 있는 국가로 본다. 또한 싱가포르 같이 글로벌 하면서도 그 규모가 훨씬 더 큰 수출대국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경제사를 바꾼 우리 민족의 탁월한 승부 근성과 경쟁력에 대해서도 높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 이익이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부러움과 동시에 견제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도 않는 나라가, 그것도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 많은 이론적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하나가 돼 경제성장이라는 국가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왔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답이 나온다.

물론 제각기 꿈은 달랐지만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근로자이든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식을 위한 것이고, 부모를 위한 것이고, 그리고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신념을 가졌었다. 그 신념은 빗나가지 않았다. 무역 1조 달러의 달성은 바로 그 신념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무역 의존도는 작년에 무려 84.6%였다고 한다. 경제성장도, 경제위기 극복도 다 무역을 통해 해온 셈이다. 결국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가 무역의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FTA는 따라서 미국, 유럽을 막론하고 많을수록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에 있어 그들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미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무역 1조 달러 달성 역시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반국가 세력의 극성을 무릅쓰고 우리는 반드시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목표는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다. 벌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부품·소재 산업 육성, 수출 시장 다변화, 서비스 산업 강화 등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가능한 것인가? 산업 불모지에서 출발해 반세기 만에 1조 달러 반열에 오른 기적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선진 정치 문화가 정착되고,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교육평준화 정책이 폐지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출증가와 경제성장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고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에 대한 수요도 충족될 수 있겠다는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