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의 최후 수단은 수출이다”
“경제회복의 최후 수단은 수출이다”
  • 이상민
  • 승인 2011.12.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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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美,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수출전략 수립

 
미 상하원은 지난 10월 12일 몇 년 간 의회에 묶여 있던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준한 이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수용한 것이다.

이번 비준은 공화당과 그동안 FTA 비준을 거부해왔던 민주당 양당의 초당적인 지지로 이뤄졌다. 2008년 대선 당시 한미 FTA가 미국에 불공평하다며 반대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서 FTA 협정이 비준되자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에게 중요한 승리라며 높이 평가했고 바로 서명했다.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이 FTA와 관련해 입장이 이처럼 180도 바뀐 것은 현재 수출 증진이야말로 미국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가수출구상 16개 부처 연방정부 연합으로 조직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연두교서에서 향후 5년 간 수출을 2배로 증가시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200만개의 일자리가 미국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가수출구상(National Export Initiative·NEI)을 출범시켜 미국 기업들의 수출 증진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고 그해 3월 11일 행정명령으로 약속을 지켰다. 

국가수출구상은 미 역사상 최초의 정부 주도 수출증진 전략으로 국무부, 상무부, 노동부, 농무부 등 16개 연방정부 부처 연합으로 조직됐다. 특히 중소기업과 농업관계자들의 수출 장려를 위해 수출입은행을 통한 수출금융 지원, 수출시장 상담, 수출 상대국의 부당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 무역장벽 제거를 위한 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수출구상 시행 후 3개월 동안 수출입은행은 미국 중소기업들에게 10억 달러를 지원해 112개의 중소기업들이 처음으로 45개국에 수출했으며 농산물 수출을 위해 5,4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상무부는 328명의 통상전문가를 영입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을 안내하고 국무부는 해외 대사관을 통해 각 지역의 수출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다. 소비가 GDP의 대부분(70%)을 차지하는 미국이라 경제 침체로 위축된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 재정 지출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한계에 도달한 정부 재정과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기업들의 투자, 내수의 계속된 위축으로 미국이 돌파구로 찾은 것은 수출이다. 미국보다 소비가 활발한 해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을 증가시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회복을 위한 활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수출의 GDP 성장 기여율은 44%로 높아졌다.

미국은 이런 배경에서 몇 년 째 답보상태에 있던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를 통과시켰고 한걸음 더 나아가 경제성장이 빠른 아시아 지역과의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그리스 등 국가채무위기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EU 대신 고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과의 무역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TPP)이다. FTA가 양국 간 무역협정이라면 TPP는 미국, 일본 등 10개국 참가를 목표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2015년까지 상품의 관세 철폐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노동규제, 금융, 의료분야의 비관세 장벽 제거를 목표로 한다.

미국은 TPP를 주도하면서 현재 호주, 칠레,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페루, 브루나이, 싱가포르, 베트남 등과 이를 논의하고 있다. 사실상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TPP는 11월 11일 일본이 논의에  참여한다고 선언하면서 큰 힘을 얻고 있다. TPP가 실제로 체결돼 세계 경제 1위인 미국과 세계 3위인 일본 간에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철폐되면서 교역이 활성화될 경우 기대효과는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對中 무역적자 2520억 달러

미국은 TPP는 반(反) 중국 무역 블록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중국은 자기만 빼고 미국이 한국에 이어 나머지 아시안 국가들과 TPP 라는 이름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불편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이용, 중국의 대미 교역 정책들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0년 기준 2,520억 달러다. 수출은 820억 달러를 했는데 수입은 3,340억 달러였다. 중국이 싼 가격으로 만들어내는 생산품들과 평가절하된 환율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해결할 수 없는 고질병처럼 여겨지고 있다. 미국회사들은 저임금에서 비롯되는 중국산 싼 상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역시 인건비 등이 적게 드는 인도, 중국에서 공장을 차렸고 이는 자연히 미국에서 일자리 감소를 가져왔다.

미국 제조업의 경우 일자리 수가 1998년과 2010년 사이 35%가 감소했다. 달러에 비해 낮은 중국 화폐의 가치 역시 중국 수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

중국은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미 재무부 채권을 구입하며 달러 가치를 유지시키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 5월 기준 1조1,600억 달러 어치의 미국 채권을 보유한, 미국 최대의 채권국이다. 미국은 미중전략경제대회 등을 통해 달러 대비 중국화폐의 가치를 올리고 13억 중국 인구에 대한 문을 열라고 촉구해오고 있다.

미국은 지식에 기초한 서비스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 분야의 수출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생산품 교역에서 미국은 6,695억 달러의 적자를 볼 때 서비스 교역에서는 1,526억 달러의 이익을 본 것이 대표적인 근거다.

2010년 해외 직접투자 전년 비해 1,930억 달러 감소

미국은 해외투자 유치에도 발벗고 나섰다. 미국은 10년 전만해도 전세계 해외직접투자의 40%를 유치할 만큼 세계 최대 해외직접투자 유치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7%로 감소했다. 2009년의 경우 1,350억 달러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 전년에 비해 무려 1,930억 달러가 감소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연방정부가 국가수출구상처럼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 브라질 등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는 국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 이민을 장려하는 등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한 예로 국무부는 중국, 브라질 등 경제가 고성장하고 있는 국가 출신의 기업가나 여행객이 미국에 쉽고 빨리 올 수 있도록 비자 수속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에서 미국은 그동안 해외직접투자를 받은 것을 당연시 여겼다며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직접투자 유치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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