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역사라는 도화지에 사랑과 헌신의 가치 그릴 것"
"교육 역사라는 도화지에 사랑과 헌신의 가치 그릴 것"
  • 이원우
  • 승인 2012.11.04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문용린 보수 단일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난 9월 27일 곽노현 前 서울시교육감의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감직은 공석이 됐고 현재 이대영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 6월까지 서울시교육감을 담당할 사람을 뽑는 재선거는 2012년 12월 19일, 그러니까 18대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의 공천을 받아 실시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의 정치색이 비교적 뚜렷하고 교육감직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사실 때문에 초미의 정치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시기의 특수성 때문에 대통령 후보와의 ‘러닝메이트’와도 같은 느낌을 주는 가운데, 대선 후보 지지율 기준으로는 야성(野性)이 강한 서울시 주민들의 마음이 교육감 후보들에게는 다르게 투영될지의 여부도 많은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이번 선거에 임하는 보수 진영 최대의 관심사는 역시 ‘단일화’ 여부에 있었다. 지난 번 교육감 선거의 경우 범보수 진영의 후보의 난립으로 인해 곽노현 후보로 단일화했던 진보 진영에 참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곽 교육감의 유죄가 확정됨과 동시에 보수 진영은 후보 단일화 작업에 착수했다.

보수성향 교육단체인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교육계원로회는 10월 30일 보수 성향 후보 단일화 방향에 뜻을 같이 하는 7명의 후보를 심층 면접했고 이 과정에서 후보를 세 명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11월 2일 서울 종로구 YMCA회관에서 결선투표를 진행, 김진성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공동대표와 서정화 홍익대 사범대부속고 교장을 제치고 문용린 前 교육부 장관이 보수 단일화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추대위원 총 20명 중 15표 득표). 미래한국의 편집위원이기도 한 그를 만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10월 말, 출마 결심을 하셨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2010년 경기도 교육감 후보에 거론됐을 때 딱 잘라 거절하셨고 이번 선거도 고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우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부터 얘길 하자면 저는 교육에서는 보수적 가치가 일단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면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킨다는 명제일 것입니다. 이 명제에 올바르게 기여하지 못하면 그건 교육이 아니겠죠.

학교는 사랑과 헌신의 가치들이 확산되는 장으로 발돋움해야 하는데 최근 서울시 학교들의 모습을 보면 비(非)본질적 가치, 이를 테면 정치적인 이념담론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교육이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현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게 아니라 일부 교원집단의 정치이념과 노동이념을 주입시키는 장소로 변질될 우려가 점차 커진 것이죠. 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은 60%가 넘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안정된 환경 속에서 교육의 본질적인 가치가 추구되는 상황인 것이죠. 충분히 선거를 통해 가장 원치 않는 후보를 교정하고 걸러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임 교육감이 당선돼 ‘교육의 정치화’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대항마로 나설 보수 진영 후보들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명백히 보수 진영의 잘못이고 국민들의 바람이 실제 선거 결과에 반영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부디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를 통해 발 빠르게 움직였고, 저 스스로도 출마를 하면서 단일화가 빨리 성사될 수 있도록 돕고자 했습니다. 저와 함께 출마했던 보수 진영의 후보들 모두 매우 훌륭하신 분들이고 안정 속에서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합니다.”

- 이번 선거는 재선거라 전 교육감이 채우지 못한 잔여임기만 채우게 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1년이면 어떻고 6개월이면 어떻겠습니까. 제가 만약 당선이 돼서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제 다음에도 보수적 가치를 잘 지키는 교육감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어요? 시간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문 후보님은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특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담당하셨는데요. 이번 출마로 그쪽 활동은 힘들어진 것 아닙니까?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차원으로 참여했던 것이고 당원으로서 활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병행하기는 힘들겠지요.”

- 이번 교육감 선거는 대선후보와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인식되는 바가 큰데요. 박근혜 후보와 교육관은 잘 맞다고 보십니까?

“그렇죠. 큰 부분을 봤을 때 보수와 진보는 결국 대한민국의 현재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냐 부정적으로 볼 것이냐의 차이입니다. 보수는 지금 존재하는 걸 수정하고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저쪽은 전부 바꿨으면 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모두 바꿀 것까지야 있겠냐는 입장입니다.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는 큰 틀에서 자랑스럽고 성공적인 것이었으니까요. 산업화와 민주화는 서로 영향과 부작용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한 것이기 때문에 좋은 부분은 그대로 두면서 단점을 고쳐나가면 될 일이죠.”

- 진보 성향이 강했던 곽 前 교육감과는 가치관의 불일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기간을 정해두고서 공직을 수행한다는 건 그림 그리기와도 같습니다. 역사라는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전임자가 백지에 그림을 그렸다면 그 사람 다음으로 임기를 수행하는 사람은 그 그림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무에 착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싹 지우고 다시 그리겠다는 시도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죠. 수정이 필요하면 수정을 하고, 더 좋게 바꿀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겁니다.

전임자와 모든 가치가 일치하지는 않을지언정 역사를 지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물론 곽노현 교육감은 공정택 교육감에 비해서 ‘새 종이’를 지향한 부분은 많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 것입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해 놓고 간 것 중에 의도가 좋은 정책들이 있습니다. 좋은 게 있으면 좋은 대로 최대한 살리고, 주어진 그림 속에서 최대한 그 효용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 “서울시 교육감의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미래한국 2010년 4월 인터뷰). 현재 견해도 비슷합니까?

“비슷해요. 교육감이 할 수 있는 건 모니터링이라고 봅니다. 교육문제의 커다란 방침을 교육부에서 정하면 교육감은 그걸 집행하는 역할이죠. 그 과정에서 갖고 있는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교육감은 인사권을 함께 갖고 있는데 이 권한에 대한 저의 생각은 최대한 ‘현장’ 중심에서 생각하기에 억울함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야 더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이것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사 문제가 비합리적으로 뒤틀리면 순식간에 학교의 사기는 저하되기 때문에 공정하게 일이 진행돼야 합니다. 교육감의 입김보다는 학교 현장의 활성화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고, 교육감은 교사들이 더 열심히 교육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공평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인사와 예산의 관한 한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구체적인 공약을 수립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정해둔 방향성은 어떤 것입니까?

“한 마디로 ‘행복한 학교’로 표현 가능합니다. 사람은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거기에 알맞은 인정을 받을 때 ‘행복’을 느낍니다. 역사공부에 소질이 탁월한 학생이 있다고 할 때 그 재능만으로 동아리를 만들고, 각종 대회에 나가고, 대학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그게 그 학생 최고의 행복이 될 수 있겠죠. 학교는 이러한 상황을 조성하고 장려해야 합니다.

현행 교육을 보면 여전히 국영수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만 ‘공부 잘 하는 아이’라는 인식이 여전하죠.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의 시기는 인생관과 직업관, 진로관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적성이 어느 쪽인지를 분명히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자신이 부족한 과목에 매달리기보다는 잘하는 과목이 집중하는 쪽으로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학교’로 가는 길입니다.

서울시교육감이 대학 입시정책에까지 관여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많은 부모들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이의 대학교를 염두에 두죠. 그렇기 때문에 입시에 대한 관점이 교육현장에 투영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환경을 꾸려나갈 것입니다. 현재의 95:5 정도로 ‘전 과목 교육’에 편중돼 있다면 이것을 70:30 정도나마 차근차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미래한국)

인터뷰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사  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