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수상한 가정부"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수상한 가정부"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7.31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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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31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4위 -

- 2011년 10월 12일 수요일 밤 10시. 일본 NTV에서는 <가정부 미타>(家政婦のミタ)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주연 배우는 2년 만에 드라마 주연을 맡은 마츠시마 나나코(松嶋菜々子).

- 오랫동안 일본의 톱 여배우 자리를 지켜온 그녀였지만 이 드라마가 히트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많지 않았다. 붕괴 직전의 가정을 다루는 절망적 분위기, 거기에 등장한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하는’ 가정부의 엉뚱함, 표정이 없는 배우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는 개그의 향연…. 결국 어떻게든 삶을 긍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는 일본 드라마의 ‘건전함’에서 벗어난 괴작(怪作)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 그러나 첫 방송이 끝난 직후부터 심상찮은 일이 일어났다. ‘가정부 미타’의 제1화 시청률은 19.5%. 일본 드라마에서 히트의 기준이 되는 시청률이 20%임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후로도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11월 9일 방송된 5화 방송에서부터는 시청률이 22%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 최종화가 방송된 12월 21일, 결국 사건은 일어났다. 시청률 40.0%. 이는 한국에서의 55~60%에 비견할 수 있는 압도적인 성적이다. TV 드라마를 챙겨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인터넷 시대에 일어난 대(大)사건이었다. 명색 일본에서 문화평론가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드라마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 오늘 화제가 된 <수상한 가정부>는 ‘가정부 미타’의 한국 리메이크 버전이다. 오는 9월부터 SBS에서 방송될 예정이며 가정부 ‘박복녀’ 역으로는 최지우가 내정되었다. 연출에는 2012년 <유령>과 2011년 <싸인>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김형식 감독, 작가로는 <최강칠우>를 쓴 백운철 작가가 투입된다. 이 드라마는 2011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 ‘가정부 미타’의 성공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대다수의 평론가들이 2011년의 대지진을 언급했다. 드라마 속 붕괴된 가정은 결국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일본의 모습이라는 해석이다. 거기에 홀연히 등장한 초특급 가정부 미타는 표정 하나 없는 싸늘한 모습으로 집안에 산재된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척척 처리해 나간다. 이 카타르시스와 반전이야말로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

- 만약 이 해석이 맞는 것이라면 한국 버전의 ‘수상한 가정부’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대지진을 경험하지 않은 2013년의 한국인들 또한 2011년의 일본인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한국인들은 박복녀의 어떤 모습에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 ‘커다란 성공’이 ‘어려운 숙제’로 변환된 채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한민국은 ‘수상한 가정부’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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