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과 통치의 방략
승전과 통치의 방략
  • 미래한국
  • 승인 2013.08.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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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여상 <육도(六韜)>
 

<육도>는 중국 전국시대의 말기인 3~4세기경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오래된 병서 가운데 하나다. 주나라의 건국공신인 태공망 여상(呂尙)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강태공’이 바로 이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직접 지었다기보다 무명인이 기존의 병서를 참조해 <육도>를 편제한 뒤 태공망의 이름을 빌려 세상에 유포한 것으로 보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도(韜)’는 원래 활집이나 칼전대를 말한다. 여기서 깊이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 파생됐다.

‘도’는 바로 병법의 비결을 의미한다. 이 책은 주문왕 및 그의 아들 주무왕과 여상 사이에 하문과 응답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육도>는 다른 병서가 군사 전략에 치중하고 있는 데 반해, 치세와 정치 차원의 전쟁인 정전(政戰)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전법과 전술을 넘어 군주의 치국의 방략을 제시하고 있다. ‘문도’편이 가장 먼저 나온 것도 이 같은 강조를 확인하게 한다.

‘문도’에서 주문왕이 민심을 얻는 방법에 대해 묻자, 여상이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만민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득을 천하 만민과 함께 나누려는 군주는 천하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은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사상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여상은 군신의 도리를 지키고, 국가의 흥망의 이치를 기억하고, 농공상을 진흥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군주가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정사를 펼칠 때 백성이 편안하다는 ‘무위지치(無爲之治)’의 통치철학을 역설하고 있다. 아울러 현자를 발탁하고 간사하며 해로운 신하를 멀리하는 기준으로 육적(六賊)과 칠해(七害)를 제시했다. 또한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고 병권을 확실하게 행사할 것을 강조했다. 나아가 무력이 아닌 문(文)으로 적을 치는 12가지 문벌(文伐)의 계책도 제시했다.

곧 적국의 신하와 군주 사이를 이간하거나, 적국에 간신을 양성해 군주를 미혹시키고, 적국의 대신을 뇌물로 매수해 군주의 마음을 사로잡아 조종하고, 적국의 군주를 미화시켜 교만하게 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 스스로 패망하게 만드는 계책이다. 한마디로 문벌의 핵심은 이간 및 교란책이다. 이는 <손자병법>의 부전승(不戰勝)의 취지와 통한다.

<육도>가 기존에 전해지던 병서의 내용을 취합 정리한 듯, 많은 내용이 여러 병서의 내용과 중첩되는 부분도 많다. 일벌백계와 솔선수범, 비밀엄수를 강조하고, 임기응변을 실천하며 기습 작전 등 적을 혼란시키는 다양한 기병술(欺兵術)을 제시하는 내용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육율오음(六律五音)의 이치를 응용해 적의 정황을 파악하는 원리를 제시하는 부분이나 전쟁의 상황에 따라 사용할 다양한 무기의 종류와 수량, 사용방법 등에 대해 기술한 것은 다른 병서에 보이지 않는 특색이다.

특히 전차와 기병의 활용법, 병사들의 다양한 속성과 역량에 따른 특수부대의 편성 운영 방법도 독창적이다. 기병전에서 승리하는 길인 십승(十勝)과 패하는 길인 구패(九敗)를 제시하고 10종류의 특수부대 편성안을 소개한 것이 예다.

<육도>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에 앞서 국가 경영의 철학과 군주의 도리와 신하를 다루는 용인술을 먼저 제시해 군사 부문과 정치적 문제를 같은 차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곧 정군합일(政軍合一) 사상이다. 따라서 군의 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장인 국가최고지도자는 물론 정치가, 군인, 기업 경영의 리더들이 함께 필독해야 할 전략서이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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