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동맹 상징하는 영화 두 편
美日동맹 상징하는 영화 두 편
  • 미래한국
  • 승인 2013.11.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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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의 명화산책: <더 울버린> <퍼시픽 림>
 

짧은 견식 탓이겠다. 어쨌든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딱히 미국과 일본의 우호를 그린 게 있었던 기억은 없다. 미국영화 속의 일본은 대개는 부정적 이미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도라 도라 도라> (1970) <진주만>(2001) 등 2차 대전 소재의 영화에선 당연히 그냥 적이었고, 야쿠자를 소재로 한 <블랙 레인>(1989) <떠오르는 태양>(1993)에선 골치 아픈 대상이었다.

그런데 예전의 그런 기조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2013년 들어 두 편이나 보게 됐다. <더 울버린>과 <퍼시픽 림>이다.

둘 다 SF 오락물, 표면적으로는 뭔 심오한 내용은 아니다. 지난 7월 개봉, 그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3개월 쯤 뒤인 10월 3일 도쿄 미일 안보협의회에서 미일동맹 체제의 획기적 강화 합의문이 발표됐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굳이 어떤 국제정치적 생각으로 그런 영화를 만들었을 리는 없다. 흥행이 되리라 보았을 것이다. 결국 미국의 대중이 미국인과 일본인의 우호와 협력이라는 설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더 울버린>의 무대는 일본. 원폭이 투하되던 나가사키에서부터 시작한다. 울버린은 그 불사의 힘으로 원폭 투하의 현장에서 일본군 장교 한 명을 구해준다. 이 장교 야시다가 나중에 울버린의 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손녀’의 도움으로 이겨 낸다.

 

<퍼시픽 림>은 태평양 심해에서 등장한 ‘카이주’(怪獸의 일본어 발음)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괴수가 나타나 지구 곳곳을 초토화시킨다. 그러자 세계 각국 정상들은 연합방어군을 결성하고 초대형 로봇을 만들어 맞선다.

이 로봇은 ‘뇌파가 통하는’ 2인 1조의 파일럿에 의해 조종되는데 주인공 롤리와 파트너가 돼 함께 싸우는 동료는 ‘일본인 여성’ 마코다. 작은 미일동맹이다. 아무튼 미일은 뇌파가 통한다!

<더 울버린>은 ‘외부의 적’과 맞서는 게 아니라 배신에 대한 응징이다. 살아난 뒤 기업을 크게 일으킨 야시다. 그러나 은혜를 잊고 주인공의 능력을 탈취하려 한다. 일본이 한때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했던 일에 대한 비유 같다. 이 할아버지의 야욕을 손녀 마리코가 저지해 울버린을 구한다. 그리고 결국 야시다의 기업도 이끌게 된다. 미일의 새로운 관계는 그렇게 구축돼야 한다는 듯하다.

마지막도 의미심장하다. 울버린은 “난 전사야. 근데 너무 오래 숨어 살았어”라고 말한다. 미국의 선언 같다. 뉴스가 들린다. “수익 창출이 기업의 목표이긴 하지만 지역사회 발전에도 이바지하겠습니다.” 일본이 새로운 지도력을 구축해 국제적 기여를 하겠다는 얘기 같다.

비행기에서 마리코의 부하가 울버린에게 전한다. “마리코가 어디든 가도 된대요. 말만 해요.” 그리고 “난 당신 경호원”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이 되겠다고 약속하는 말 같다.

두 영화 모두 미국인 주인공은 남성이고 그를 돕는 일본인은 여성이다. 남성적 미국과 여성적 일본이라는 설정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이 난폭한 남성적 힘의 행사가 아니라는 걸 애써 말하려는 것일까?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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