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는 어떤 나라?
보츠와나는 어떤 나라?
  • 이원우
  • 승인 2014.03.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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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이후 북한과 국교 단절…검은 대륙 남쪽에서 빛나는 자유
 

“북한은 사악한 곳(evil place)이다. 북한에서는 우리 모두가 매우 걱정해야 할 사악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26일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이는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 등과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이래 가장 강도가 센 발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 그래도 ‘2013 세계인권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양되던 시점이었기에 케리의 말은 더 주목을 받았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국민의 인권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정부”라는 이유로 북한과의 모든 외교관계를 아예 단절한 국가도 있다.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민주공화국 보츠와나다. 지난달 19일 보츠와나 외무부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직접적인 근거로 들면서 김정은 정권과의 국교 단절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민의 민생과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북한에서는 불행히도 이런 국민의 인권이 너무 오랫동안 심각하게 결여돼 왔다.”

보츠와나 정부는 북한 주민과 김정은을 구분해서 언급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은 북한 주민을 겨냥한 게 아님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보츠와나 정부는 김정은의 통치 아래 비인간적 처우를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어린 위로를 표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

북한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국의 좌파진영보다 훨씬 ‘진보적’인 시선을 보여준 나라. 보츠와나는 어디일까. 무지의 안개를 걷어내고 보면 아프리카 대륙 남부의 이 나라에서 우리는 작지 않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부시맨’의 배경이 된 칼리하리 사막. 이 광대한 사막이 바로 보츠와나 공화국에 속해 있다. 칼리하리는 보츠와나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다. 바로 이곳에서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구리, 니켈 등의 지하광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자원이 발견됐다는 것이 반드시 한 국가에 축복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에라리온을 비롯한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하광물 때문에 극도의 혼란과 잔혹한 내전을 경험해야만 했다.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1970년대에 다이아몬드 광맥이 발견됐을 때 사실은 보츠와나도 똑 같은 위협에 직면할 뻔했다. 다만 이 나라는 지하광물에 대한 권리가 국가로 귀속되도록 해 부족 간의 갈등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자원의 저주를 막고 다이아몬드 수익을 온전히 국익으로 치환시킨 것이다. 이는 보츠와나의 강력한 중앙 집권화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국민들을 안정적인 치안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해 줬다.

보츠와나의 중앙 집권은 언어정책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학교에선 영어와 보츠와나어만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언어적 분열을 막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는 마치 단일인종 국가처럼 동질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그렇다고 해서 보츠와나가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한 것이야말로 보츠와나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로 만들어 준 비결이다. 시작은 1966년 영국령으로부터의 독립 이후부터였다.

 

자유, 민주, 포용, 경쟁 … 그것을 위한 단절

보츠와나 정부는 신속히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애썼다.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장하면서 민주적 경쟁 선거를 실시했다.

내전이나 군사정변을 경험하지 않았고 세레체 카마, 퀘트 마시르 등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 성장세에는 더 속도가 붙었다. 보츠와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짐바브웨가 로버트 무가베라는 독재자를 만나 문명의 반대 방향으로 치달을 때 보츠와나는 오히려 번영의 역사를 만들었다.

2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보츠와나의 1인당 GDP는 7470달러(2013년 IMF 기준). 콜롬비아, 그레나다 등의 중남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며 2013년 경제적 자유지수는 오히려 한국보다 높다. 한국이 70.3점으로 34위를 기록한 반면 보츠와나는 70.6점으로 30위를 기록했다. 정치 청렴도 또한 한국보다 높다.

현재 보츠와나에는 한국 교민이 100여 명 살고 있다. 여행지로도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지만 위험 요소도 적지는 않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에이즈 바이러스(HIV)다. 인구의 29%가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 반응자다. 실업률과 절대빈곤층의 비율이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지만 북한과의 국교를 단절한 것은 보츠와나 정부가 여전히 자유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반(反)자유에 대한 이들의 명확한 불관용은 자유국가 한국에도 깊은 통찰을 던진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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