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 혁명 이후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자스민 혁명 이후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4.02.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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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조직, 한국인 안전 위협

2007년 원양어선 마부노 1, 2호 납치, 2009년 예멘 순례단 테러, 2011년 삼호 주얼리호 납치, 2014년 한석우 리비아 코트라 관장 납치. 전혀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알 카에다’이다.

2011년 말 일어난 자스민 혁명을 틈타 북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에까지 알 카에다와 연계한 여러 테러조직들이 침투해 각국 정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2010년 우간다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 범인은 알 샤바브. 이 테러로 74명의 민간인이 숨진다. 알 샤바브는 90년대 말 군벌이 지배하던 소말리아로 침투, 군벌들을 죽이고 국가를 차지했던 ‘이슬람 법정연맹’ 가운데 극단주의 세력들이 새로 만든 조직이다. 이슬람 법정연맹이 아프리카 동맹군에게 소탕된 뒤에도 알 샤바브는 소말리아 남부를 여전히 점령, ‘샤리아’로 통치하고 있다.

알 샤바브와 연계한 해적 조직의 본부는 스위스, 정보조직은 영국 런던, 돈세탁 조직은 룩셈부르크에 있다는 게 이미 드러난 상태다. 알 샤바브는 해적질로 상당한 돈을 벌어들인 뒤 아프리카 곳곳에 대해 테러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9월에는 우간다 대통령을 암살하려 하기도 했다.

자스민 혁명 이후 곳곳에서 테러 몸살

한편 서방국가들이 해적을 소탕하고 아프리카 연합군이 소말리아 해방작전에 나서면서 알 샤바브는 입지가 크게 줄었다. 궁지에 몰린 알 샤바브는 2013년 9월 인근 국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로 잠입해 대형 쇼핑몰에서 무차별 총기 테러를 가한다. 이 테러로 민간인 60여 명이 사망한다.

북아프리카에서는 ‘이슬람 마그레브 지역 알 카에다(AQIM)’라는 조직이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사하라 사막에 테러 캠프까지 차린 AQIM은 1990년대 초 알제리 반군세력 중 ‘제정 일치’를 주장하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살라피스트 무장교화 그룹(SGPC)’이 발전한 조직이다.

2013년 1월 16일 말리 내전이 이웃 국가 알제리 인근까지 확산될 때 알제리 가스전을 습격, 외국인 41명을 납치했던 ‘복면 여단’도 AQIM의 前 사령관인 ‘모크타르 벨 모크타르’가 독립해 새로 만든 알 카에다 연계 조직이다.

나이지리아에서 활동 중인 ‘보코하람’은 이 지역에서 정부와 대등한 세력을 이뤘던 반군조직 ‘나이지리아 남부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MEND)’을 제치고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세력으로 성장한 테러 조직이다.

2001년 ‘서양교육은 죄’라는 의미의 ‘보코하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조직은 2013년 2월 8일 어린이들에게 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하던 여성 9명을 살해했고 2월 9일 나이지리아에서 인도적 활동을 하던 북한 의사 3명의 집을 습격해 참수했다고 한다.

‘알 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AQAP)’는 2009년 1월 알 카에다 지도부가 동영상을 통해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카에다 지부를 통합한다고 밝히면서 드러난 조직이다.

이런 AQAP와 연계해 활동 중인 테러 조직이 바로 ‘안사르 알 샤리아’다. ‘샤리아의 군대’라는 뜻인 안사르 알 샤리아는 처음에는 예멘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리비아 벵가지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에도 개입하고 있다.

안사르 알 샤리아는 2012년 5월 21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독립기념일 행사를 준비 중이던 군부대에 폭탄 테러를 감행, 100여 명을 숨지게 하고 300여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같은 해 9월에는 리비아 벵가지의 美영사관을 습격, 리비아 주재 미대사를 살해하는 데 앞장섰다.

반인륜적 행위도 드러났다. ‘안사르 알 샤리아 튀니지 지부’가 튀니지에서 수천여 명의 10대 소녀들을 꼬드기거나 납치해 자신들의 ‘위안부’로 시리아 내전에 참전시켰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시리아 독재정권에 저항 중인 반군을 골치 아프게 하는 알 카에다 연계 조직은 또 있다. 바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 또는 ISIS)’다. ISIL은 2013년 4월 이라크에 있던 알 카에다 조직과 시리아에서 정부에 맞서 싸우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이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미군이 이라크를 떠나자마자 자기 동족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시리아에서는 독재정권과의 싸움 보다는 민간인과 반군을 납치해 학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반군들이 이들과의 싸움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실제 ISIL은 2013년부터 2014년 1월까지 반군과 민간인 수십 명씩을 납치해 공개처형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유포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 테러 조직들은 서방 국가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생각하는 서방 국가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으며 테러를 일으키는 지역도 나이지리아, 말리,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알 카에다, ‘조직’에서 ‘네트워크’로 변신

아프리카에서 빈발하고 있는 테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 카에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알 카에다(Al-Qaeda). 아랍어로는 ‘근거지’, ‘본부’라는 뜻이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오사마 빈 라덴이 설립한 ‘이슬람 구제기금’을 뜻했다. 하지만 1988년 테러조직으로 변신한 뒤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이후로는 세계 최대의 테러 조직 연맹으로 변했다.

알 카에다 조직원들 대부분은 수니파 근본주의 이슬람 신도들이다. 이들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 ‘이교도 제국주의 침공’에 맞서 전 세계에서 모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무자헤딘’과 함께 소련에 저항하면서 점차 ‘탈레반’으로 변해간다.

이들 가운데서도 CIA의 첩보원 양성 교육을 받은 오사마 빈 라덴은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빈 라덴은 소련에 대항해 무장투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 자금 조달과 인원 모집 등에 자신의 재산을 쏟아 붓는 열정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정보국 ISI의 지원을 받은 빈 라덴 조직은 북아프리카와 파키스탄 등의 실업자를 고용해 무자헤딘으로 훈련시켰다.

CIA는 이런 빈 라덴과 무자헤딘을 잘 활용하면 소련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판단, 다양한 무기와 훈련을 제공한다. 이 가운데는 수백 발의 휴대용 지대공미사일(MANPAD) 스팅어도 있었다. 이 스팅어 덕분에 무자헤딘 등은 소련의 MI-26 하인드 헬기 수십 대를 격추시킬 수 있었다.

특히 무자헤딘에 참여했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귀국해 봤자 ‘서구화된 정부’에 처벌을 당할 우려도 있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 아프가니스탄에 그대로 남아 빈 라덴을 따른다. 10년 뒤 빈 라덴은 알 카에다 창설 1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테러를 시작한다. 1997년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에 있던 미 대사관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다. 이때 500여 명의 민간인과 미 대사관 직원이 사망한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알 카에다를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던 PLO나 검은 9월단 같은 ‘그저 그런 조직’으로 간주하며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난다.

9·11테러 이후 미국과 서방국가, 이스라엘 등은 알 카에다에 대해 수사하면서 놀라운 결론을 내렸다. 기존의 테러조직과는 달리 네트워크 조직이며 빈 라덴은 거대한 자금원을 통해 세계 각국의 ‘회원 테러조직’에서 올라오는 ‘사업계획서’를 받아 실현 가능성, 적에게 줄 수 있는 피해 정도 등을 판단해 ‘사업 승인’을 하고 자금을 대준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빈 라덴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테러조직이 2002년 당시 40여 개나 됐다.

미국과 NATO, 프랑스,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 카에다 네트워크와의 전쟁에 돌입한다. 10년이 지난 2011년 5월 美 통합특수전사령부(JSOC)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파키스탄의 한 시골에서 빈 라덴을 사살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테러 네트워크는 2006년을 전후로 이미 활동 무대를 아프리카로 옮긴 뒤였다.

‘자스민 혁명’ 뒤에 숨은 이슬람 근본주의

2010년 말 튀니지의 SNS에 뜬 경찰의 빈민 소년 구타 소식으로 시작된 자스민 혁명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체제를 뒤흔들어 놓았다.

튀니지는 물론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전복하려 했던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을 박살냈고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 또한 끝났다. 모르는 사람들은 자스민 혁명을 SNS를 통한 민주주의라고 극찬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 뒤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무바라크 정권을 몰아낸 직후 무슬림 형제단이 집권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흩어져 있던 근본주의 이슬람 세력들을 규합하려다 국민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시리아에서는 아사드 정권이 물러서지 않아 내전이 벌어지자 ISIL과 안사르 알 샤리아가 침투했다.

서아프리카의 말리와 알제리에서도 사회 불안을 틈타 AQIM과 ‘복면여단’이 스며들었다. 예멘, 리비아, 알제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사회 불안을 틈타 해당 국가에 침투해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알 카에다 조직들은 현재 서아프리카와 중부아프리카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알 카에다 연계조직들의 이런 ‘개입 활동’ 중 노리는 목표에 우리나라 기업과 사람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 개발’과 ‘식량 확보’ 분야는 알 카에다 조직들이 가장 많이 노리는 분야다.

아프리카에 투자를 하거나 여행을 갈 때 외교부가 알려주는 ‘해외여행경보’만 살필 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치안과 국제관계에 대해 철저히 사전 학습을 하지 않으면 피랍은 물론 각종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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