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466호 커버스토리 ‘문화체육관광부의 수상한 교양도서 목록’을 통해 2013년 우수교양도서의 문제점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정부가 추천한 420종의 책 중에는 1948년 건국을 폄하하고 이승만을 비하하면서 김일성을 띄워주는 역사책들이 여러 권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추천해도 정부만큼은 말려야 할 책들을 도리어 나서서 인증해 준 셈이다.
아동청소년 분야 추천도서 122권의 경우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 사회주의 혁명가이자 학살자였던 체 게바라의 일생을 미화하는 책, 극렬한 반미주의에 경도된 책,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편향적 시선을 담고 있는 책들이 여럿 포함됐다.
이 책들은 종당 각각 500만 원 이내로 20만여 권 구입된다. 그리고 공공도서관, 전국 각지의 작은 도서관, 벽지 초중고등학교, 병영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2500여 곳에 배포된다.
서울도서관은 물론 그 2500여 곳에 포함됐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교양도서는 대부분 서울도서관의 장서에 포함돼 있다. 본지 466호가 언급한 ‘한국의 레지스탕스’ ‘현실주의자를 위한 변명’ ‘나는 빈 라덴이 아니에요’ ‘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믿음의 불편한 진실 종교’ 등의 책은 빠짐없이 서울도서관 장서에 포함돼 대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울도서관에 돌릴 수는 없다. 위의 책들은 서울도서관 뿐 아니라 각종 공립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도 똑 같이 배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서관이 공개한 ‘2014년 서울도서관 장서구성계획’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출판문화협회, 기타 저명한 독서단체 등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기관(단체)에서 선정한 우수 또는 추천, 권장도서 등은 최대한 수집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 인증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우수교양도서 선정 작업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서울도서관은 서울시에 관한 자료들과 함께 ‘신간 자료’를 우선적으로 수집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문제는 현재 서울도서관에 소장된 책들 중 신간이라는 이유로 이용자들에게 자유롭게 열람·대출되고 있는 ‘종북 서적’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서출판615에서 발간된 도서들이다. 총 6권으로 양은 많지 않으나 내용은 자못 충격적이다. ‘펜타곤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책의 부제는 ‘미국은 왜 북한을 두려워하는가’이다. 선군정치(先軍政治)의 결과 북한의 군사력이 얼마나 대단해졌는지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저자 중 한 사람인 곽동기의 경우 같은 출판사에서 2006년 발간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이라는 책에서 “북한 경제는 이제 비약적 발전을 앞두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책은 서울도서관의 장서 목록에는 포함돼 있으나 현재 열람되고 있지는 않다.
한편 같은 출판사에서 발간된 농민시인 정설교의 책 ‘내리사랑’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거를 애도하는’ 내용도 수록돼 있다. 2013년 8월 발간된 이 책은 대출 및 열람이 모두 가능하다.
이러한 책들의 비율은 지극히 미미한 것일 수 있다. 허나 이 책들의 소장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서울도서관이 일련의 조직된 세력에 의해 얼마든지 ‘접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재 서울시장이 한때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2004년 9월 미디어오늘 인터뷰)”이라고 말한 박원순이라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작년 11월엔 박 시장조차도 “국가 안보도 인권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던 터다.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고 선군정치에 우호적인 종북 성향의 책이 단지 신간이라는 이유로 비치되는 ‘과도한 탈가치’에 대해선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이념적 성향과 관련된 문제로 논란이 된 출판사로는 ‘나라말’도 있다. 이 회사는 전교조 출신의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설립하고 운영했던 곳이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전국국어교사모임이 출판사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2011년 ‘전교조 저격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고발당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도서관에는 나라말 출판사의 책이 총 18권 비치돼 있다. 최근에 발간된 책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5-6년 지난 구간도 있다. 희망자 신청에 의한 비치를 추정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노사분규로 갈등을 겪은 이후 나라말의 판권은 중견 출판사 ‘휴머니스트’로 넘어갔다. 휴머니스트가 발간한 책은 총 390권 소장된 상태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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