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4.30 08: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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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뉴스를 보게 된다. 그런 뉴스 하나가 지난 24일 외신을 타고 삽시간에 국내에 퍼졌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24일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에 공식적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85만 개의 비트코인, 우리 돈 약 4800억원을 도둑맞아 파산했는데 그 파산의 원인이 ‘해킹’이었다고 한다.

비트코인이란 가상화폐다. 일종의 포인트와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포인트와 다른 것은 발행 주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이해가 어렵다면 아주 오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서기전 16세기 경 중국 夏나라에는 패화(貝貨)라는 조개화폐가 있었다. 중국 서남지역에서만 나는 카오리라는 이 희귀한 조개는 모양이 독특했다. 문양도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이 카오리조개 껍데기를 돈처럼 사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夏나라에 ‘조개화폐발행공사’와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카오리 조개를 전문적으로 채취해 소금이나 닭, 쌀과 같은 물품으로 바꿨다. 그런 이들이 화폐공급자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대 조개화폐는 일종의 오프라인 비트코인이었다.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각국의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로 고안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매우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작동방식으로, MIT 라이선스를 적용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처럼 비트코인 역시 프로그래밍 설계도가 공개돼 있어서 개발자라면 누구나 프로그래밍 업그레이드에 참여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은 광산업에 빗대어 ‘캔다’(mining)라고 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을 ‘마이너’(miner), 즉 ‘광부’라고 부른다. 2009년부터 캐기 시작해 2014년 3월 현재까지 약 1200만 비트코인을 캤다. 처음 설계 당시 2145년까지 총 2100만 비트코인만 캘 수 있도록 설정했으므로 앞으로 약 800만 비트코인을 캐면 비트코인은 고갈되는 방식이다. 광부가 아닌 사람은 돈을 주고 비트코인을 구입해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왜 비트코인 설계자는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인가. 그 의문에 답하려면 로마를 보면 된다. 고대 로마는 금화를 주조해 화폐로 사용했다. 그런 화폐주조자를 ‘골드스미스’라고 불렀는데 로마는 국가에서 황제의 얼굴을 화폐에 박아 국가가 보증하는 화폐로 통용시켰고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황제 발행 금화가 일종의 법정통화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로마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물론 로마가 번영하던 시기에 로마화폐는 속주들에서도 통용됐다. 그것은 로마가 가진 크레딧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마 황제는 그러한 화폐의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이후 로마는 공공건축 확대와 전비 마련을 위해 금화를 대량 발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금의 생산이 제한적이어서 로마는 금화의 금성분을 떨어트리는 방법으로 금화발행량을 늘렸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로마금화는 말기에 이르면 금의 성분이 1/10로 줄어들게 된다.

은화는 더 상황이 안좋았다. 서기 64년 네로 황제는 1주일간이나 지속됐던 대화재로 인해 도시 재건을 위한 재원 확보가 시급해지자 화폐개혁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은 함량을 줄이고 값싸고 풍부한 구리를 섞은 은화를 대량으로 유통시켰다. 처음에는 구리의 함량이 적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구리의 함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은의 함량이 감소해 원래 4.55g이었던 은화가 2.3g까지 줄어들었다.

은 1㎏으로 은화 100개를 만들던 것을 110개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동일한 은으로 더 많은 화폐를 만들다 보니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로마경제의 악화는 이후 100년간 급격히 진행됐다. 약 3세기 중반에는 은의 함유량이 초기 은화의 5000분의 1까지 떨어져 고철에 불과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은화를 그 누구도 거래에 사용하지 않았다. 화폐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 것이다.

화폐가치의 하락은 엄청난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화폐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조세를 현물로 받기 시작했다. 화폐경제가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저축 의미가 사라지고 투자한 재산의 가치가 감소한다.

정부라는 존재는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기에 그런 로마의 상황은 현대에 들어서도 재현되고 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래 각국이 금의 보유량과 무관하게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됐던 것. 각국 정부는 어렵지 않게 화폐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지속했다.

전세계가 과거 로마와 같은 화페경제 실패를 겪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그러한 반발로 만들어졌다. 마치 금을 캐듯 난이도 높은 문제 해결과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게 되면 그 비트코인의 가치는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러한 화폐는 일단 가치저장의 기능이 있다. 가치저장의 기능은 화폐의 본질적 기능 가운데 하나고 그것은 저축의 수단이 된다. 아울러 미래의 가치를 예상할 수 있기에 장기계약의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 거래자들은 자신의 재산적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공급량 문제점 극복하려면

그러면 현재의 비트코인 제도는 완벽한 것이었을까. 비트코인에는 문제점이 하나 있다. 공급량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화폐는 투기적 대상이 되기 쉽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공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이 구조는 비트코인이 현실에서 실물교환의 매개 수단에 불리하다는 것을 뜻한다. 만일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인 공급을 늘리려 든다면 그것은 정치적 문제가 된다. 누가 사람들의 재산가치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것은 국가라는 권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화폐도 있다. 바로 ‘경쟁통화’라고 불리는 민간발행 화폐다. 이런 화폐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발행 주체가 있다. 그리고 청구권이 존재한다. 이러한 화폐를 태환지폐라고 한다. 브레튼우즈 협정이 폐지되기 전만해도 각국 정부는 금의 보유량을 기준으로 화폐를 발행했다.

이를 금본위제라고 하는데 정부가 발행한 돈을 가지고 중앙은행을 찾아가면 그 금액표시만큼의 금을 내줘야 했다. 이러한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각국의 중앙은행은 국가의 신인도를 기반으로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사실 우리가 손에 든 1만원짜리 지폐는 국가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된다.

오늘날 정부의 이러한 발권기능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국가는 망하지 않는가? 그리고 정부가 부채를 마음대로 늘려 놓고 파산하거나 마음대로 돈을 찍어내지 말라는 보장은 있는가. 그것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우리는 1990년대 구 소련의 공산주의체제가 몰락하면서 루블화가 휴지조각 에 불과했던 점을 안다. 소련 근로자들은 정부로부터 루블화가 아니라 차라리 보드카로 임금을 받기를 원하기도 했다. 그러한 국가독점 화폐는 국가의 신인도와 정치환경에 의해 가치가 변하는 점이 있다. 다시 말해 정치가 불안해지면 통화의 가치도 불안해진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기업통화, 즉 기업이 은행업을 하면서 발행하는 화폐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런 통화를 경쟁통화라고 하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건국 초기에 정부가 화폐를 발행한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각자 발행했다. 그러한 화폐들은 은행의 신용을 담보로 한 것이었고 청구권의 기능도 있었다.

고대 로마의 금화주조업자, 즉 골드스미스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기업들이 이렇게 자기 신용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면 복수 화폐제도가 된다. 삼성貨, 엘지貨, 심지어 애플貨와 같은 통화들이 발행되고 이들 통화간에는 환율이 결정된다. 사실 주식이나 채권을 사서 이 유가증권들을 할인해 결제하는 것은 이 유가증권들이 화폐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새로운 미래 보인다

우리는 빚을 갚거나 출자할 때 상장기업의 유가증권으로 대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은행이 발행한 화폐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러한 경쟁통화는 물가를 강력하게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다. 기업은 함부로 화폐를 발행하지 못하고 청산결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아울러 그 기업의 신용이 하락할 것 같으면 그 기업의 화폐가치도 하락할 것이므로 다른 기업의 화폐로 바꾸려 할 것이다.

마치 별세계와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산다든지 하는 환거래들이 그런 복수통화제도다. 국제적으로 이러한 환거래는 때로 환투기를 불러오는 문제도 있지만 실물경제에서 기업이 발행하는 화폐에 대한 투기적 거래는 기업간 인수합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기자로서는 매우 리스크가 높다.

이러한 경쟁화폐 시스템은 필자의 독창적 주장이 아니라 노벨경제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통화이론이다. 국가가 아니라 정치적 중립지역에서 민간이 발행하는 화폐가 경제적으로 더 유익하다는 주장은 사실 나이지리아의 살인적 물가를 잡는 데 성공했으며 오늘날 유로화의 실패를 점치는 진영에서도 주장되고 있는 방안이다.

실제로 홍콩은 지금도 자신의 화폐를 발행하는 은행들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은 오늘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기업들의 카드와 포인트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어차피 민간발권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그 형태는 현찰이 아닌 전자화폐일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크게 저항이 생길 일도 아니다.

이제 다시 비트코인 문제로 돌아가 보자. 비트코인은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국가의 기능 가운데 화폐를 찍어내는 발권기능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한 기능을 국가가 독점해도 좋은 것인가. 왜 정치와 독립돼 자기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경제에 국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부를 움직이는 정치가 개입하는가. 그러한 개입은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가. 그리고 시민들이 땀 흘려 이룩한 저축의 가치를 통화 남발로 해치지 않는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아주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다. 시중에 불황으로 정부가 통화를 늘리려 할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위조지폐범들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돈을 공급해 봐야 시중은행에서 풀린 돈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나쁘면 사람들은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은행들로서는 돈을 빌려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조지폐범들을 통해 화폐를 공급하게 하면 이들은 그 돈으로 고급차를 사고 건물을 사며 흥청망청 돈을 쓴다. 그렇게 지출한 위조지폐는 다른 사람의 수입이 돼 다시 다른 수요를 자극하게 되고 그것은 경제 전체에 생산 인센티브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국가가 돈을 풀어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면 위조지폐범들이 불황에 날뛰어도 경제는 좋아진다고 해야 한다. 아무런 청구권이 없는 불환지폐를 정부가 시중에 공급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위조지폐를 공급하는 것과 원리에서 다를 바 없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역사적 경험은 그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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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ㅇㅈㅇ 2017-06-26 21:29:23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