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문제, 어찌하오리까
연명치료 중단 문제, 어찌하오리까
  • 미래한국
  • 승인 2015.03.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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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의 청진기]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최근의 일이다. 자신을 산모(産母)라고 소개한 어느 여성이 필자의 블로그를 통해 상담을 신청해 왔다. 신해철 사건으로 TV에 얼굴을 몇 번 비춘 후 여러 곳에서 적지 않은 상담 요청이 있었지만 완곡히 거절해오던 터였다. 

그런데 이 산모의 상담 내용에는 내 관심을 집중시키는 부분이 있었다. 다름 아닌 임신 34주에 조산(早産)으로 아기를 낳았는데 아기가 심한 뇌손상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필자의 눈길을 끈 이유는 바로 필자의 아들이 겪었던 일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들 역시 약 30여 년 전 임신 34주에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대학병원에 옮겨졌으나 응급실에서 한 번, 그리고 수술실에서 또 한 번 사망 판정을 받았다. 나중에 심폐 소생술을 거쳐 살아났으나 심한 뇌손상을 입은 병력이 있다. 

그리고 약 3주간 치료를 했으나 소생가능성이 없고, 살아도 거의 100% 뇌성마비가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와 산소를 떼는 등 치료를 포기했다. 그런데도 사망하지 않아 환아(患兒)를 집으로 보내는, 소위 ‘가망 없는 퇴원’을 시켰는데도 아들은 기적적으로 살아난 경험을 갖고 있다. 

산모의 짧은 상담 내용이 필자의 아들과 유사하여 일단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만났다. 그녀는 임신 34주에 태아의 상태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K대 병원에서 응급으로 아기를 분만했다. 

그러나 뱃속에서 태아 질식(fetal asphyxia)이 일어나 아기는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채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아기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7주째 입원하게 되었다. 

의료진과 통화를 해 보니 아기의 활력 징후는 안정적이나 의식이 없고 여러 신경학적 반응이 크게 떨어져 심각한 뇌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가 호흡이 없어서 인공호흡기를 떼지 못해 MRI는 아직 촬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된 후에 MRI를 촬영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의료진이 알고 있는 것은 “아기가 심한 뇌손상을 입었고, 회복 가능성보다는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정도였다. 아기의 부모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신생아. 이 신생아가 장기간 식물 인간 상태에 놓여도 현재로선 연명치료를 중단할 방법이 없다. 치료를 중단하면 살인죄가 적용된다.

아기의 회복 여부도 문제였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 부부가 희망 없이 병원비를 계속 감당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큰 문제였다. 산모는 이미 1000만 원 가까운 병원비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병원비는 늘어나는데, 아기의 가족은 희망을 가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보호자에게 희망도 절망도 줄 수 없는 입장이다. 의료진은 예후가 지극히 나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미래의 일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의료진이 알려줄 수 없으니 보호자도 희망이나 절망을 가질 수 없어 마냥 기다리며 병원비만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젊은 부모에겐 최소한의 예측과 계획이 필요하다.

일부 소생 가능성이 희박한 중환자나, 가망 없는 퇴원은, 병원에 있어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이 생명만 유지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퇴원시키는 경우다. 

반면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은 환자 측이 의사의 설명과 충고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사(또는 병원)를 신뢰하지 않을 때의 퇴원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어느 쪽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판단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채 이 같은 퇴원이 관행으로 이뤄져 왔다. 그런데 최근 일선 병원에서 이 같은 퇴원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가망 없는 퇴원’ 시행한 의사,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

치료를 해도 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환자에게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퇴원 조치를 하는 것을 ‘가망 없는 퇴원(hopeless discharge)’이라고 한다. 

그리고 환자 혹은 그 가족이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렵거나, 다른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의사들의 치료권고를 거부하고 굳이 퇴원을 고집하는 경우 이를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DAA·Discharge Against Advice)’이라고 부른다. 

이 두 가지 퇴원 방식은 구분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보라매병원 사건처럼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가망 없는 퇴원과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은 소위 보라매병원 사건이라 불리는 2004년 대법원 판결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필자의 아들이 그랬듯이 전국 거의 모든 병원에서 관례처럼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특히 가망 없는 퇴원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불필요한 연명치료들이 크게 늘어났다. 대체 보라매병원 사건이란 것이 뭘까? 

1997년 12월 4일 독산동에 사는 58세 남성이 낮술에 취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후 보라매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병원 측에서 보호자를 수소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 했기에 의료진은 9시간 동안 뇌수술을 했다. 수술은 끝났으나 환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고 위중한 상태였다. 뒤늦게 환자 부인 이 씨가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남편을 본 환자의 부인은 대뜸 “퇴원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수술비와 입원비 등 이미 260만 원을 넘어선 병원비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병원에서는 거부했지만 가족은 막무가내였다. 담당 레지던트는 “정 돈이 없으면 1주일 정도 치료를 받고 회복이 되면 밤에 도망을 가라”고 했으나 부인의 요구는 변함없었다. 

결국 이틀이 지난 후 주치의사가 부인 이 씨로부터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가망 없는 퇴원’ 혹은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을 승인했다(이 환자는 소생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충고에 반한 퇴원을 했기 때문에 구분이 모호하다). 

그리고 전공의 지시 아래 인턴이 환자 집까지 따라가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었다.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뗀 지 5분 만에 사망했다. 

그런데 환자가 사망한 이후 환자의 부인은 극빈자(極貧者)의 경우 변사(變死) 사건으로 신고 되면 일정액을 장례비로 보조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찰서에 남편이 갑자기 죽었다고 신고했다. 

‘병사(病死)’에서 ‘변사(變死)’로 사건의 성격이 바뀐 것이다. 그러자 수사가 시작되었고, 경찰은 의료진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의사들이 기관 내 삽관을 제거하면 환자가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제거했으며, 이는 형법상 살인죄에 해당한다”며 환자의 부인뿐 아니라 레지던트와 인턴까지 살인죄로 기소했다. 

소송은 7년을 끌었고 1심과 2심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다. 2004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부인에게는 살인죄, 레지던트에게는 살인방조죄, 인턴에게는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에게 대법원에서 살인방조죄를 적용했다는 것은 의료계에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왔다. 이 판결에 의사들은 크게 분노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후 관행처럼 시행되던 ‘가망 없는 퇴원’은 자취를 감췄고, 병원은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환자의 소생 가능성이 없어도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중단할 수 없었다. 심지어 가족이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도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고민은 병원만의 몫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느라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도 병원 측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니 치료를 중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당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던 판사는 “제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를 달 거냐, 말 거냐’ 를 물어보더군요. 의료진의 고민을 이해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고령(高齡)이고 회복 가능성이 없어 연명치료는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사건의 후유증은 소위 김 할머니 사건으로 이어졌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위해 기관지 내시경 시술을 받던 도중 대량 출혈이 일어나 심폐정지 상태에 빠졌다(대량 출혈은 후에 희귀 질환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은 기관 삽관 및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했으나 뇌 손상으로 인한 의식불명에 빠졌다.

▲ 의식 회복가능성이 없는 뇌사 상태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상태의 환자가 전국에 부지기수다.

가족들은 김 할머니의 의식이 수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의료진으로부터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를 듣자 의료진에게 치료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은 보라매병원 사건의 판례를 이유로 치료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치료를 중단하면 살인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회복의 기미는 없고 치료비는 늘어나는데 병원 측이 치료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의식을 잃은 지 약 4개월이 지난 2008년 6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졌고 2009년 5월 드디어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 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 상태에 비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이하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라 한다)에 이뤄지는 진료행위(이하 ‘연명치료’라 한다)는 원인이 되는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호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에서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치료에 불과하므로 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와는 다른 기준으로 진료 중단 허용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김 할머니에 대한 치료중단을 허용했다. 

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2009년 6월 23일 병원 측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지만 김 할머니는 202일을 더 사시다가 2010년 1월 10일 사망했다. 병원 측은 1심 판결 이후의 치료비 납부를 거부하는 환자를 상대로 치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병원 측이 패소했다. 

언뜻 보면 이 사건은 소위 말하는 ‘존엄사(尊嚴死)’를 대법원에서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법원 판결을 보면 연명치료 중단의 조건에 대해 “환자가 의식의 회복 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짧은 시간 내에 명백하게 사망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도 보장할 수 없다. 

의사는 의학적 통계에 기반하여 예측을 할 수 있을 뿐이고, 그 예측은 종종 빗나간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했던 김 할머니도 인공호흡기를 뗀 다음 202일을 더 살지 않았는가.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환자가 치료 여부를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 비록 환자의 선택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지라도 환자의 선택이 우선이며, 의료진은 환자의 자유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의료진의 책임을 단순화시킨 것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환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치료는 비록 의학적 기준에 부합한다 해도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 만큼 환자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것이다. 

환자의 선택을 중시하므로 환자가 생전에 연명치료에 대한 뚜렷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 입증될 경우 의사는 연명치료를 연장할 이유와 책임이 없다.

김 할머니 사건 판결 이후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환기되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말기 환자의 경우 본인이 사전에 의사를 밝히면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식물인간 상태에 놓인 환자의 경우, 특히 사전에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무의식 상태에 놓인 환자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없다. 


연명치료에 대한 해결책 내놓아야 할 때 

이제 K대 병원의 신생아 얘기로 돌아와 보자. 신생아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의료진이 섣불리 산모에게 아기를 포기하라고 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의료진은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산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기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확증도 없는 상태이고, 치료를 중단하면 즉각 사망한다는 것 역시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대로 계속 둬야 할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는 모두 가난한 젊은 부부의 몫이다. 

정부나 판사 혹은 검찰이 부담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오도 가도 못하는 젊은 부부를 구제할 사람은 없다. 

필자가 이 사연을 SNS에 올리자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아래와 같이 답글을 달았다. 
“자가 호흡이 없다면, 살아난다고 해도 뇌성마비 등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9할을 상회할 것입니다. 아기가 살아남았을 때, 아기의 부모는 더 많은 양육비와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정신적 고통이 클 것입니다. 그 부분을 건강보험, 의료분쟁법상 무과실보상, 태아보험(사보험) 등이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게 가슴 아픈 사실입니다. 일본의 경우 국가가 산모들에게 지원하는 출산지원금 가운데 일부는 이런 장애아를 평생 책임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미국에서는 어떻게 할까? 미국의사협회는 이런 상황에 대한 윤리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즉 미국의사협회정책(AMA Policy) Opinion 2.215 ‘중증 상태의 신생아의 치료결정(Treatment Decisions for Seriously Ill Newborns)’이라는 항목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생명 유지 치료를 받는 신생아의 치료에 있어 (1)치료가 성공할 확률 (2)치료할 때와 치료하지 않을 때의 위험 (3)치료가 성공하는 경우 생명연장에 기여하는 정도 (4)치료에 수반하는 통증과 불편 (5)치료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신생아의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 등이 1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예상되는 삶의 질을 평가할 때 아기의 입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즉 아기가 앞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의 크기가 아기의 삶의 행복의 크기를 넘어설 때 생명유지 치료는 중단될 수 있다. 아기가 심한 신경학적 손상을 입었고 통증이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경우 생명유지 치료는 중단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환자의 안락함을 위한 인도적 치료는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중략) 의료진은 치료의 의미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방법, 그리고 치료를 지속할 경우와 중단하는 경우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가족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후략)” 

유감스럽게도 대한의사협회는 의사협회정책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회장 재직 시절 미국의사협회 정책을 번역하여 기초 작업을 시작했으나 이후 진전 없이 중단되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전문가 단체도 없고, 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국회의원도 없으며, 해결책을 준비하는 정부도 없다. 

책임은 모두 의료진과 환자의 가족에게 방치되어 있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의사의 시름이 깊어가고, 그 몇 십 배 몇 백 배 깊은 시름과 한탄이 가족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제 더 미루지 말고 해결책을 내놓을 때가 아닌가.  

[한국의 재난적 의료비, OECD 국가 중 최고]
- 이성은 미래한국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처분 소득 중 의료비 지출이 40%를 초과하는 것을 ‘재난적 의료비’로 정의한다. OECD 국가 중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 1위는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2.96%로 OECD 국가 평균치인 1.2%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수치다.

한국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높은 이유에는 선진국에 비해 의료비 국가 보전이 많지 않은 구조상의 문제도 존재하지만, 가장 본질적 문제는 ‘불필요한 연명치료’ 때문이라는 시각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생존가능성이 거의 없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막대한 가계 부담을 안겨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섣부른 ‘가망 없는 퇴원’을 시행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라매병원 사건이라는 사법부의 무책임한 판결 이후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의료계의 심적인 부담과 가계의 엄청난 재정적 출혈을 일으키면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합리적이지 못한,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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