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성은재단 이사장, 마닐라 빈민촌에 ‘희망의 학교’ 세우다
김성은 성은재단 이사장, 마닐라 빈민촌에 ‘희망의 학교’ 세우다
  • 박진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5.06.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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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작은 봉사들이 모여 큰 기부문화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이야기

한 평범한 여성 대학교수가 사재 5억여 원을 털어 만든 성은재단. 남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성스러울 성(聖)과 은혜 은(恩), 우리가 받은 축복을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뜻을 담았다.

김성은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시간 외에는 재단 일로 동분서주하느라 하루가 너무 짧기만 하다. 김 교수는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 대기업과 관련하여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어요. 제가 부당하게 경제적 손해를 보았고, 제 전공과 관련된 영역이라서 나름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재판을 하게 된 겁니다. 소송 과정이 너무나 길고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때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돈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재단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어요.”

김 교수는 조정판결을 받았고, 그때 받은 보상금에다가 사비(私費)를 보태 2008년 성은재단을 설립했다. 올해로 창립 7년째인 성은재단은 지난 5월 23일 필리핀 마닐라 빈민촌에 빈민 아이들의 기술교육을 위한 자동차기술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영어 이름은 SGG(Sacred Gift from God)로 재단의 뜻을 담았다.

필리핀 철거민 이주촌에 세운 학교

성은재단은 앞으로 이곳에서 매년 120명의 필리핀 빈민 아이들에게 자동차 정비, 컴퓨터, 영어, 태권도, 한글 등을 가르쳐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계획이다. 운영 방식은 성은재단이 재정 지원을 하고 현지에서 봉사 중인 목사와 선교사들이 교육과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마닐라 철거민 이주촌에 세운 희망의 학교 성은재단이 학교를 세운 지역은 철거민 이주지역으로,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로 빈민촌 천막집이 늘어서 있다. 서너 평의 단칸방에 5~6명의 식구들이 사는데, 먹을 것이라고는 쌀과 양념뿐이다.

그나마 그런 허접한 식사라도 할 수 있는 아이들은 행복한 편에 속한다. 가난때문에 부모가 떠난 경우에는 아이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쓰레기를 뒤져 재활용품을 찾아내 시장에 내다 팔아 일당 40페소(1000원) 정도를 번다.

그나마 어쩌다 돈이 될 만한 재활용품을 발견해야 이 정도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필리핀의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한 혜택이 이들 철거민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듯, 아이들 얼굴은 가난에 찌들고, 꿈을 잃어가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줄 수는 없을까.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줄 수는 없을까. 이런 꿈을 가지고 성은재단이 시작한 것이 자동차기술교육센터로 현실화 되었다.

성은재단은 설립 이듬해인 2009년부터 국내 장학생들과 필리핀, 캄보디아, 스리랑카, 베트남 등 동남아의 가난한 가정 아이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남아 학생들로 대상을 좁혀나갔다.   

“필리핀의 빈민촌은 한국 전쟁 이후 판자촌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때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먹을 것을 주고, 학교를 지어준 것이 우리 경제발전에 큰 힘을 주었다고 봅니다. 그 동안 우리가 많이 받았고, 세계시장에서 무역으로 성장하였으니, 이제는 다른 어려운 나라들을 도울 차례입니다.”

이번에 마닐라에 자동차기술교육센터 설립은 현지 선교사들과 성은재단 김 교수의 숙원 사업이었다. 장학금은 한 번 쓰면 소모되어 없어져 버리지만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평생 직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잡은 물고기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평생의 직업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교육시설을 만든 것이다.

"기술교육센터 개소식에서 만난 장학생들의 어머니들이 저를 붙잡고, 고맙다면서 눈물을 흘려요. 작은 기술학교이지만, 아이들에겐 성전과 같은 곳이고 꿈꾸게 하는 장소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어려운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지역에도 이런 기술학교가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성은재단은 짠돌이 재단으로 유명하다. 마른 수건 짜듯 운영비를 최소화하여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재단 사무실도, 직원도 없이 모두 자원봉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 성은재단은 필리핀 마닐라 빈민촌에 빈민 아이들을 위한 자동차기술교육센터를 설립했다.

글로벌 리더스 포럼 운영

글로벌 리더스 포럼 운영 2011년에 시작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은 김성은 교수가 또 다른 나비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 포럼의 설립취지는 세계화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우리 잠재력 강화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우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재정비된 국가시스템이 투명하게 작동되고, 투명성 제고를 통한 신뢰사회로 발전해야 하며, 국제사회에 보다 폭넓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각계 리더들이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지혜의 폭을 넓혀가는 모임이다.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벽을 넘어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고 격려한다. 현재 두 달에 한 번 오전 7시 조찬 강연을 한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매회 100여 명이 참석한다.

주제도 농업, 로봇산업, 부동산, 에너지, 통일문제, 창조경제 등 국가 주요 정책 영역을 다루고 있다. 정몽준·이인제·김종훈·김부겸·이용섭씨 등 정치인을 비롯하여 각계 선한 리더들이 회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포럼에서 나누었던 리더들의 강연을 일반 국민은 물론 세계의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동영상에 담아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김성은 교수는 "앞으로 미국의 유명한 강연 TED처럼 간결하게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10분 내외의 동영상을 만들어 지식을 공유해 나가는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지식과 감성의 공유를 통해서 세대와 이념의 벽을 뛰어넘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이 필요합니다. 언어와 국가의 벽을 넘어서 정보와 지식의 확산을 통해 세계화의 혜택이 빛처럼 세계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길 바랍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같이 함께 실현해 나갈 리더들을 모우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1972년 중앙대와 합병한 서라벌예대의 설립자 고(故) 김세종 박사의 딸이다.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1980년 코넬대(MBA)와 남가주대(USC·세법학)에서 석사를 마쳤다. 귀국하여 2003년부터 경희대 교수로 활동 중이다. 국가 경제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 금융감독원, 기획예산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민간 위원으로 정부를 견제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 마닐라 '희망의 학교'에서 매년 120명의 아이들에게 자동차 정비, 컴퓨터, 영어, 한글, 태권도 등을 배워 자립 능력을 키운다.

김성은 교수는 자신과 같은 작은 봉사들이 모여 큰 기부 문화를 형성하기를 바란다. 기부문화에 대한 김 교수의 답변은 단순명료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가진 것을 더 늘리는 데만 초점을 두고 살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갑니다. 이제는 제 삶에서 나눠주고 비워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잘 돌려주려고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부는 남이 행복해 지는 걸 보고 내가 기뻐지는 행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데, 공존하는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에 나눔과 배려의 장갑을 끼워주는 자선이 그 해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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