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사건] 反日감정, 反기업 정서의 대폭발
[롯데그룹사건] 反日감정, 反기업 정서의 대폭발
  • 미래한국
  • 승인 2015.08.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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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우파 발언대] 롯데 그룹 스캔들에 비춰진 대한민국의 자화상

한국인들은 아직도 ‘민족주의’라는 정서적 감옥에 자신들의 영혼을 가두고 있다

▲ 김연주 자유경제원 연구원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의 ‘롯데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스캔들에 휘말렸다.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이번 경영권 분쟁은 7월 28일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 씨와 차남 신동빈 씨가 경영권 승계 문제로 정면충돌하면서 불거졌다. 

대한민국 재계에 부는 경영권 다툼이야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유독 롯데(家)의 스캔들이 오랜 기간 언론을 장식하며 전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난 롯데 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 그리고 이에 따른 롯데 그룹의 ‘국적(國籍) 논란’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과 관련된 국적 논란이 가져온 파장은 지금껏 쌓아 올린 롯데의 친숙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롯데의 명성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알고 보니 일본 기업”

하지만 추락하고 있는 것은 롯데의 명성뿐만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다. 롯데 스캔들을 둘러싼 일련의 사회적 반향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자리한 ‘반일(反日) 감정’ ‘반(反)기업 정서’를 극복하지 못한 채 동반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둘러싼 사실(fact)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 종국엔 참담한 심정이 된다. 

하지만 국민들은 늘 혼란을 양산하는 언론과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가장 음모론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사실을 ‘설득’해야만 한다. 그래서 이번 롯데 스캔들을 둘러싼 의문에 대한 사실 역시 설득이 필요하다. 

롯데 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왕자의 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경영 승계를 두고 아름답지 못한 모양새로 형제들 간에 한바탕 전쟁이 난 것일 뿐 어떤 죄를 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팩트에 근거해 가만히 경영권 승계를 바라보기만 할 언론과 정치권이 아니다.

주목 받아야 살아남는 그들에게 이번 롯데 ‘왕자의 난’은 대어(大漁)중의 대어다. 대한민국에서 밟고 또 밟아도 대중에게 비난받지 않는 대상이 있다면 그건 종북(從北) 세력도 범죄자도 아닌, 바로 재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발 빠르게 경영권 다툼의 승자를 점치려다보니, 한국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는 비상장기업, 호텔롯데의 지주회사로 알려진 일본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역시 비상장기업으로 밝혀져 그 누구도 지분 구조를 알아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자들에게 문제될 것은 없다. 구조를 알 수 없으면 ‘지분구조가 불투명한 기형적 기업’, ‘일부러 상장 안한 나쁜 기업’이라고 비판하면 되니까. 더 나아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통하는 반일 감정을 앞세워 ‘알고 보니 일본 기업’이라고 매도하면 그만이다.

롯데가 ‘일본말 하는 악덕 재벌’의 탈을 뒤집어쓰는 순간, 대중에게 사실은 설명이 아닌 설득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안타깝게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짓과 의문으로 남게 된다. 여기에 언론의 질 낮은 보도 행태와 정치권의 반(反)기업적 행보가 더해졌을 때 국민들의 오해는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수렴된다.

첫째, “롯데는 일본 기업인가?”와 둘째, “일본의 작은 기업이 한국의 거대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는 이상하지 않은가”이다.

첫 번째 의문에 대한 사실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정 기업이 어느 나라 것이냐 하는 문제 자체가 법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주주를 기준으로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감성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관할권의 법에 따라서 법인격이 부여되어 있는 각각의 객체다.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한국 상법(商法)을 준거법으로 해서 설립된 롯데는 매출의 95%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으로 건너간 배당금 300억 원을 제외한 3조 원의 자본을 한국 내에 재투자하는 한국 기업이다.

현행 법률상 외국법인 정의(법인세법 1조3항: 외국에 본점, 주사무소를 둔 법인, 외국인투자촉진법 2조1항: 외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한국 사회의 반일감정과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여 롯데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기업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언론들의 집요한 ‘기업 물어뜯기’

두 번째 의문에 대한 사실은, 소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를 경영하려는 구조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견해는 기업 운영과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오해다. 

글로벌 자본이 국경 없이 지구촌을 무시로 오가는 시대에 기업의 국적을 오너 지분 등 소유 구조로만 따지는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전(前)근대적 발상이다. 기업은 스스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가면서 성장하는 존재이고, 그 과정에서 자본 상환 능력만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설득되지 않았다. 지분구조를 두고 롯데의 국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우려했던 대로 반(反)기업 정서가 폭발하여 롯데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죽여야 사는’ 언론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중립성을 최대 가치로 내건다는 언론은 본분을 철저히 망각한 채 결과가 뻔한 ‘일본 혐오’ 코드를 기사 전면에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종편 가릴 것 없이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인터뷰는 언론사가 준비한 각본대로 ‘롯데를 폄하 하도록 짜인 질문지’ 속에 진행됐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정해진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의 소위 ‘답정너’ 스타일의 인터뷰는 방송을 보는 사람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전문가마저도 민망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직장’인 롯데를 ‘제일 가기 싫은 회사’ ‘꼴찌 회사’ ‘돈만 아는 친일(親日) 기업’등으로 폄훼함으로써 그 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얼마 전 발생했던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이후 반(反)기업 정서에 불을 당길 만한 불씨가 부족했던 찰나,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반일 정서와 반기업 정서의 조합이라는 최악의 시너지를 내면서 질 떨어지는 기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좌-우, 보수-진보 매체 구분할 것 없이, 이번엔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롯데 몰아세우기에 합세했다. 

지난 8월 5일자 조선일보 1면에는 ‘두 이름의 신격호, 특혜로 탄생한 롯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한국 국적 이름인 신격호로 50%, 일본 국적 이름인 시게미츠 다케오로 50% 투자가 허용돼 소득세·법인세 측면에서 롯데가 큰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 기사 제목의 근거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 시기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었던 시절이란 점을 생각하면 한참 잘못된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마치 양국에서 모두 취할 수 있는 이득만 취하고 책임은 다하지 않은 특혜 그룹으로 롯데를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반(反)기업적 기사다. 

1967년 당시 외국인 합작 기업은 49%까지 외국인 출자를 허용했기 때문에 신격호 회장은 49%를 일본 이름으로 투자했고, 그 이후 한국 롯데는 탄탄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외화가 귀했던 시절 신 회장은 대한민국에 외화를 제공하고, 대한민국은 신 회장에게 좋은 사업 기회를 준 것일 뿐이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대부분 롯데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사들은 이런 시대적 상황과 사실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감춘 채 대중의 ‘씹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십성 기사를 배출하며 생명을 부지하고 있다. 

‘죽여야 사는’ 언론이 대중 선동에 한창이라면 ‘튀어야 사는 정치권’은 반(反)기업·반(反)시장적 정책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롯데 사건이 터지자 ‘재벌개혁’을 외치며 국세청과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들이 전방위로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실태 조사에 착수했고, 국세청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일본 국세청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과세 내역 등 자료를 요청했다. 

튀어야 사는 정치권의 ‘기업 길들이기’

게다가 입법부의 민간 길들이기도 시작됐다. 이대로라면 곧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국회 출석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국정감사 철만 되면 기업 총수를 청문회 장소에 불러 놓고 조사보다는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을 수두룩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엄포 놓기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야당 주도로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해외 계열사를 통한 신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고,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해외 법인에까지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기업 경영권의 침해다. 

순환출자는 해외기업에서도 나타나는 지배구조의 한 유형일 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문어발식 경영, 과도한 순환출자로 인해 연쇄적으로 기업이 타격을 입는다면 그것은 기업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이처럼 기업의 모든 지배구조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규제하겠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대한민국 입법부는 등기임원 연봉 공개 논란 때와 같이 거의 관음증적 입법규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장담하건대 튀지 못해 안달난 정치권이 경제 문제를 반(反)기업적·반(反)시장적으로 접근하는 이상 대한민국에 경제 발전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2015년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위인 홍콩(89.6점)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29위(71.5점)를 기록했다. 너도나도 해외자본을 유치해 더 많은 기업이 자국에서 성장하길 바라며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인데, 유독 대한민국은 법인세 누진세율 적용과 각종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정이 이런데도 언론과 정치권은 ‘대기업’을 때려잡아야 하는 존재로 몰아가고 있다. 어떻게든 국민에게 대기업이 얼마나 악독하고 사리사욕에 가득 찼는지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이 행동하고 있다. 

롯데 그룹이 국가 발전에 도움 되는 제조업엔 소홀하고 과소비를 조장하는 소비재 산업에만 열을 올렸다는 식의 기본도 모르는 소리가 공영방송에서, 조중동 3대 일간지에서 들려온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성장 동력은 기업가 시대의 도래여야 한다. 갈등과 반목의 상징이 된 재벌이라는 편견을 벗고, 수많은 혁신적 기업이 탄생하는 나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山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정부가 강제하는 억지 기부 같은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적정한 가격을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켰을 때 비로소 이뤄지는 것이다. 국가 산업 인프라 발전을 위해 제조업에 투자하지 않는 회사는 악덕 기업인가? 

이런 시각이야말로 현대 사회의 국가주의적이고 계획주의적 발상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에서 장을 보고, 롯데면세점에서 면세 쇼핑을 즐겼다.

롯데월드에서 아이들을 놀아주기도 하고, 누군가는 롯데손해보험에서 든든한 노후를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분명 롯데가 오늘날까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그들이 우리를 만족시켜줄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단순히 롯데를 편들자는 것이 아니라 잘잘못을 바로 따지자는 뜻이다. 롯데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노는 산업에 치중한다고, 롯데가 일본 기업이기 때문에 그런 산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재일교포가 아니라 재미(在美)교포, 재영(在英)교포가 창업주인 기업이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비화되었을까?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 롯데를 검색하면 국적 문제가 가장 뜨겁다. 그만큼 반일(反日), 혐일(嫌日) 감정이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을 옥죄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롯데가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사실이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경제를 새로운 대안과 혁신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굴지의 대기업이 성숙하지 못한 경영 승계 과정으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했다. 

더 큰 잘못은 이미 반(反)기업 정서, 반일 감정이 심한 대한민국에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 가중시킬 만한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롯데가 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주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이성적 판단을 잃는다면 이미 경쟁에서 지고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구시대적 발상에 갇혀서는 현재의 저성장 구조를 깰 수도 없을 뿐더러 진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도약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롯데가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 ‘신 씨 가문의 기업인가 시게미쓰 가문의 기업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발상은 우리 스스로의 사고를 대한민국이란 틀 안에 가두는 일종의 정서적 감옥이다. 이제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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