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정 사장, 내가 미안하구만”
박정희 대통령 “정 사장, 내가 미안하구만”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6.04.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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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탄생 100돌] 박정희 정신의 창조적 계승을 위하여①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거의 매일 현장에서 밤을 새다시피 하며 작업 독려하던 작업복 차림의 정주영, 대통령과 대담 도중 깜빡 잠이 들다

박정희는 1964년 서독 방문 당시 서독의 초대 경제부 장관(1949~63)으로 재직하며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에르하르트 수상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에르하르트 수상은 박정희에게 경제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조언을 했다.

▲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밀어붙인 박정희 대통령은 직접 지도를 보며 노선을 검토했고 수십 차례 현장을 답사했다.

에르하르트는 한국이 발전하려면 먼저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그 도로를 달릴 자동차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제철산업과 정유공장을 건립해야 한다는 점, 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경우 국도를 비롯한 간선도로의 포장조차 제대로 안 되어 있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도를 이용할 경우 14~15시간 걸려야 겨우 도착할 정도로 열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속도로란 그야말로 ‘꿈의 도로’였다.

1964년 12월에 독일의 아우토반(Autoban)을 달리며 고속도로 건설 구상을 한 박정희는 1967년 4월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고속도로 건설, 철도 확충, 항만시설 건설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건설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언론과 교수들은 “재정파탄이 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부자들만을 위한 길” “한국 경제를 일본에 예속시키는 지름길”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최고의 반대자는 김대중, 김영삼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과 교수, 언론인 등 지식인들이었다. 심지어 야당 인사들은 고속도로 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건설용 중장비가 이동하는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만 반대한 것이 아니다. 세계은행 총재였던 유진 블랙은 세계은행과 IMF 연차총회에서 “개발도상국에는 세 가지 신화가 있다. 첫째는 고속도로 건설, 둘째 종합제철소 건설, 셋째 국가원수 기념비 건립”이라면서 “세계은행과 IMF에서는 이러한 사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을 무릅쓰고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돌입했다. 428㎞의 경부고속도로 건설비는 429억 원으로, 1969년 정부 예산의 13%를 차지하는 엄청난 거액이었다.

천문학적인 투자비도 문제였지만 기술력이나 장비, 건설 경험 등이 턱없이 부족했다. 박정희는 고속도로 전문가인 주원을 건설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해외에서 고속도로 시공 경험이 있는 정주영의 현대건설에 의지하여 1968년 2월 1일,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돌입했다.

포병장교 출신인 박정희는 청와대 집무실에 직접 지도를 가져다 놓고 노선을 검토했고, 헬기로 수십 차례 현장을 공중 답사하여 노선을 구상했다. 단군 개국 이래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를 위해 군 공병대가 대대적으로 투입됐고, 공사 감독을 위해 육사 출신 위관급 장교와 ROTC 장교를 엄선하여 현장 감독관으로 파견했다.

“아이고 이런, 각하 정말 죄송합니다!”

또 박정희는 예고 없이 현장으로 정주영 사장을 찾아가 현장을 함께 점검하고 막걸리를 나누며 격려하기도 했다. 하루는 고속도로 공사 현장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현장에 있던 정주영 당시 현대건설 사장을 청와대로 불렀다.

“정 사장,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공구가 난공사라고 하는데….” 얘기를 건네던 박정희는 순간 말을 멈췄다. 앞에 앉아 설명을 듣던 작업복 차림의 정주영이 고개를 떨군 채 세상모르고 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매일 현장에서 밤을 새다시피 하며 작업을 독려하던 정주영은 대통령과 대화 도중인 것도 잊고 깜빡 잠이 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조용히 정 회장을 바라고만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주영 사장이 소스라치게 놀라 잠이 깼다.
“아이고 이런, 각하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요 정 사장, 내가 미안하오, 그렇게 고단한데 좀 더 자다 깨었으면 좋았을 것을.”

훗날 정주영 회장도 이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 바 있다.
“내가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 박정희 대통령하고 얘기 도중 깜빡 존 적이 있어요. 박 대통령이란 분이 얼마나 무섭고 위엄 있는 분입니까. 근데, 그런 어른 앞에서 나 혼자 앉아 이야기를 듣다가 깜박 졸았어.

참, 박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얘긴데, 그때 청와대 응접실 탁자가 조그만 했어. 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말씀을 하시는데 바로 앞에서 내가 졸았으니 말이야…. 졸고 나서 내가 아주 당황했거든. 대통령께서도 말씀을 하시다 내가 졸고 있으니 기가 막혔을 거 아니야. 하던 얘기도 중단하셨을 거고 말이지. 그러니 이건 뭐 어쩔 줄을 모르겠어.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못 하는 거야.

그런데 웬만한 사람 같으면 내가 졸고 있을 때 자리를 떴거나 언짢은 얼굴을 했을 거야. 내가 놀래가지고 정신이 번쩍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셨던 대통령께서 내 손을 꾹 잡으시더니 “정 사장, 내가 미안하구만” 이러시는 거예요. 참….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때를 잊지 못하겠어….”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총칼이 없는 전쟁이었다. 마치 군사작전 하듯 밤낮을 잊고 공사를 진행한 결과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7월 7일, 불과 2년 5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전 구간이 완공됐다.

경부고속도로는 세계에서 제일 싼 건설비로, 가장 짧은 기간에 우리 기술진으로 완성했다. 공사비는 ㎞당 1억 원으로,  IBRD는 한 보고서에서 왕복 4차선을 기준으로 할 때 경부고속도로는 선진국 수준의 고속도로보다 5분의 1의 투자로 건설해 냈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8년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대한민국 50년 역사상 세 번째 위대한 업적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에서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기공식 치사와 개통식 기념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1)경부고속도로 기공식 치사:
https://www.youtube.com/watch?v=mYGF2EmFYEU
2)경부고속도로 개통식 기념사:
https://www.youtube.com/watch?v=whLo7-CI9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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