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규제’가 4차 산업혁명 봉쇄
‘4차원 규제’가 4차 산업혁명 봉쇄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7.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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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고발] 4차 산업혁명과 규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새로운 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스마트하게 걷어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들이 봇물같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인터넷이 기존 생산 시스템과 결합하여 4차 산업혁명이 임박해 있다고 주장한 이후, 지난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있었던 구글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기술이 인간을 이긴 세기적 사건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와 사회에는 신산업동력으로 4차 산업에 대한 박차가 더욱 가해졌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시대마다 기술혁신에 대한 조급한 담론들은 늘 있어 왔다. 이 문제에 정통한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제4차’라는 용어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미 1940년대부터 쓰였던 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뛰어난 능력은 우리에게 4차산업으로 불리는 미래 신산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첫수를 두고 있다.

1940년 앨버트 카가 현대적인 통신 수단의 발전으로 인해 미국적인 생활에 위험이 다가왔다고 주장한 바 있고, 1948년 원자력 에너지가 등장했을 때도 똑같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1955년 전자공학의 등장, 1970년대 컴퓨터 시대의 도래, 1984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때에도 모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1990년 초반 나노기술도 차세대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기제로 홍보된 바 있다. 

그렇다면 좀 김이 빠진다. 어느 시대나 역사의 변곡점이었던 것처럼 기술혁신도 언제나 변곡점에 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왜 우리는 200년 전 근대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3차 IT혁명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거대한 부(富)의 창출을 경험하지 못한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한 사례는 그 답을 준다. 

2004년 국내 한 IT업체는 스마트폰으로 혈당치를 측정하는 ‘당뇨폰’을 개발했다. 이 당뇨폰은 별도의 혈당 측정 기구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연결된 키트를 통해 혈당을 간편하고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IT+BT 융합 스마트폰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의료기기 승인을 요청하면서 개발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어렵게 의료기기 승인이 나자 이번에는 휴대폰 판매 대리점들이 의료기기 판매 승인을 얻어야 이 제품을 팔 수 있었다.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당뇨폰은 규제에 묶여 있다. 

 

K-뷰티 한류 가로막는 기가 막힌 규제 

4차 산업의 핵심을 차지하는 BT, 즉 바이오 분야는 어떤가. 중국을 위시해 동남아 등 한국을 방문하는 아시아권 관광객들은 한국 화장품 구입 선호도가 절대적이다. 이 같은 K-뷰티 한류를 더욱 확대하려면 기능성 화장품의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이라고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한결 같이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딱하다. 즉, 현재 국내 화장품법에 따르면 기능성 화장품은 주름 개선, 미백 개선, 자외선 차단 등 3종만 인정하고 있어,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 재생, 비타민C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한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주변에 너무나 많아서 차라리 4차 산업에 규제로 안 되는 것보다는 되는 것을 목록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간결하다. 

결국 다보스 포럼이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여기에 흥분하더라도, 새로운 산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스마트하게 걷어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SNS를 이용한 우버 택시와 같은 신종 서비스업이다. 우버 택시는 자신의 자산인 자동차를 타인의 효용에 맞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를 창출하는 자본 역할을 한다. 

즉 우버 택시로 인해 사회에는 새로운 생산적 자본들이 시장경제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택시사업자들의 면허라는 지대 추구에 막혀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신규 아이디어 사업들이 정부 규제에 막혀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일본은 발 빠른 규제 해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른바 ‘규제 프리존’이라는 신종 사업의 실험적 시행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 사례로 미국의 아마존 사가 드론을 이용한 무인택배 사업을 하려 했지만, 미국 내 규제에 막혀 난항을 겪자, 일본 지바현(千葉縣)은 아마존의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고 40일 만에 방해가 되는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 

규제로 인해 한국은 4차 산업혁명 불가능할 수도 

일본 아베 정부는 4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부흥시키기 위해 규제 철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규제 프리존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규제 프리존 법안은 발의만 되고 의결되지 못한 채 폐지됐다. 설령 규제 프리존이 시행된다 해도 이미 고착화된 정부 관료주의 하에서 얼마나 그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노동 유연성을 제고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활용을 제한하며,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를 정치권이 수용하려는 행태, 그리고 업무시간 외에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게끔 하는 근로기준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되는 상황은 4차 산업이 한국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우리가 이처럼 규제 만능에 빠져 있는 동안, 중국은 4차 산업에 착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샤오미, 바이두 같은 ICT 분야의 새로운 강자는 물론, DJI나 이항 등 드론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장안자동차는 충칭과 베이징 간 2000㎞ 구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로 주행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ICT 분야만 보더라도 고성장 기업이 2013년 453개에서 2014년 370개로 83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2015, IITP)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4차 산업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상의는 본격화되는 4차 산업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규제 현황을 파악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ICT융합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규제 인프라 부재
최근 서비스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O2O 서비스에 종전의 유사 사업에 적용하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가령,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체에 주차장, 경매시설 확보 같은 오프라인 경매업에 적용하는 기준을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배달앱에 택배업 허가를, 숙박공유에 숙박업자 등록 등을 요구하는 형태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관련 규제 : 자동차관리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공중위생관리법)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의 위치 정보 자동수집 금지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스마트 기기의 위치 정보도 개인 정보로 간주, 자동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즉, 수집 때마다 사용자 동의를 요구하도록 해 사용의 편의성 및 접근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실제로 관광가이드앱이나 부동산앱 같은 위치 기반 서비스를 개발·보급하는 데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업 활동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관련 규제 : 위치정보법) 
▲통신사업자의 사물인터넷(IoT) 설비 제조 금지 
단말기 제조에 따른 통신사업자의 통신시장 독점 예방을 위해 통신설비제조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이는 1990년대 후반 2.5세대 휴대폰 PCS시대에 도입된 규제로, 5G 이동통신기술을 선도하는 국내 이통사들이 사물인터넷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스마트센서, 소형기기 등 IoT설비까지 자체 개발을 막는 것은 산업 및 기술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관련 규제 : 전기통신사업법) 

2. 무인사업 
▲인공지능(AI) 무인엘리베이터 운행 불허 
해외에선 병원 및 공장의 물류, 환자 이동 등에 ‘물류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무선제어·무인운전 엘리베이터는 사람의 직접 조작만 규정해 운전자 미탑승 시 운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따라서 무선제어 무인제어 방식의 물류 로봇은 국내에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관련 규제 : 전기용품안전기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기준 부재 
현행법상 자동차 안전성은 제조사가 스스로 기준 적합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경우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 기준에 관련 규정이 없어 안전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관련 규제 : 자동차관리법) 

▲ 현대기아차 연구원이 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한 도로주행 실험실에서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도심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인 교통혼잡구간 지원 시스템을 실험해보고 있다.(사진=현대기아차)

3. 에너지 
▲전기저장장치(ESS)를 비상전원으로 불인정 
전기의 체계적 관리 및 효율적 사용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의 한 실행안으로 전기저장장치(ESS)가 급속히 떠오르고 있지만, 현행법은 대형건물에 비상전원으로 ESS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상발전기 설치 지침에서 디젤과 가스터빈식 발전기만 비상전원으로 인정함으로써 비상에너지원 기능을 가진 ESS의 대형시설물 내 도입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대형 시설물에선 현행법상 비상발전기와 함께 ESS를 병행 설치하는 이중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관련 규제 : 전기설비기술기준)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불인정 
히트펌프는 공기, 하수, 하천수 등을 열원으로 이용하는 자연에너지 및 에너지 재활용 발전방식이란 점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념에 부합하지만, 관련 법규는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 태양, 수력, 풍력, 해양, 지열, 바이오 등으로만 국한시켜 규정하고 있다.(관련 규제 :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4. 바이오·헬스 
▲3D 프린터 및 출력물 인증 기준 부재 
가발, 의족의수, 인공장기 등 3D 프린터의 활용 범위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국내에는 국산 3D 프린터는 사무용 프린터와 동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해 전기적 안전성만 확인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안전성은 물론 원재료와 출력물의 성능까지 검증받은 외국산 3D 프린터의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 국내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외국산에 의존하는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 관련 인증기준 미비로 국산 3D 프린터의 신뢰도와 활용도가 실추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수의료용 식품 8종만 인정, 메디컬 푸드 활성화 저해 
현행 특수의료용도 식품을 환자용 균형영양식, 당뇨환자용 식품, 신장질환자용 식품 등 8종으로 제한시켜, 의약품과 식품이 혼합된 다양한 메디컬 푸드 개발 및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열거식 나열에서 탈피, 질병 및 환자 상태, 시장 상황에 맞춘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도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관련 규제 : 식품위생법, 식품공전) 

5. 의료서비스 
▲보험사 제공 헬스 케어 서비스에 법적 기준 부재 
미국, 일본 등에선 보험사가 건강관리, 치료관리, 식단관리, 상담 및 모니터링 등을 접목해 ‘토털 헬스 케어 서비스’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보험사의 헬스 케어 서비스 관련 기준이 없어 서비스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의료법상 의료인 이외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고, 보험사의 헬스 케어 서비스 같은 정의 및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관련 규제 : 의료법) 
▲의료용앱에 의료기기와 동일한 허가기준 적용 
스마트폰용 의료앱은 질병 예방, 치료법 등 정보 제공이 주목적이다. 한 예로, 당뇨환자용 앱은 직접 혈당측정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측정한 수치를 기록, 관리, 분석하는 게 목적임에도 일반 의료기기와 똑같은 허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의료 관련 정보 제공과 무관한 임상시험 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의료앱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관련 규제 :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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