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폭 신임, 美 국무장관 틸러슨
트럼프의 전폭 신임, 美 국무장관 틸러슨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7.04.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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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후 세계는 미국의 다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생화학무기로 어린이를 비롯, 100여 명을 살해한 것에 대한 징벌로 미국이 순항미사일 공격을 단행하자 세계는 미국이 종이호랑이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조치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 올해 2월 69대 미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렉스 틸러슨

이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아사드 정권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며 미국은 아사드 정권 종식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사드 정권의 후견자인 러시아를 향해서는 미국과 아사드 정권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라고 압력했다.
틸러슨 전 엑손모빌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리아 공습 후 더 주목받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후 내각을 구성하며 가장 고심한 자리가 국무장관이다. 전 세계를 향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를 진두지휘할 국무장관을 두고 트럼프는 여러 후보를 생각했다. 제1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줄리아니 전 시장은 공화당 경선 및 본선에서 트럼프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언론에 등장해 트럼프를 적극 지지해 트럼프에게 큰 힘이 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뉴욕시장 자리를 떠난 지 20년이나 지났고 72세의 고령이라 전 세계를 다니며 미국을 위한 외교를 펼치기에는 체력 등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되며 국무장관 후보에서 밀려났다. 다음 후보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트럼프는 롬니를 국무장관으로 마음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 백악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도 롬니를 지지했다. 하지만 대선 선거 참모들인 켈리안 콘웨이와 스티븐 배넌의 반대가 심했다.

대선 당시 롬니는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는 사기꾼이니 지지하지 말라고 했던 장본인인데 그런 사람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새 후보로 데이비드 페트리어스 전 육군 장군, 밥 코거 상원의원이 추가되었지만 트럼프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 가운데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국방장관을 역임한 로버츠 게이츠를 만나 루디 줄리아니, 미트 롬니, 데이비드 페트리어스, 밥 코거 등 4명의 후보를 말하며 누가 국무장관으로 좋겠냐고 문의했다. 게이츠 장관이 네 사람 누구도 지지하지 않자 트럼프는 추천할 다른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1975년에 엑손모빌에 입사, 41년 만에 회장 자리에

게이츠 전 장관은 이때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을 추천했다. 자기처럼 미국 보이스카우트 회장으로 활동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국제컨설팅 회사의 주요 고객으로 틸러슨이 국제적 경험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며칠 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으로부터도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좋다는 추천을 받았다.

이들의 추천으로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틸러슨에 관심을 갖게 된 트럼프는 지난 12월 6일 틸러슨을 뉴욕 자신의 빌딩으로 초대해 인터뷰를 했다. 그 뒤 한차례 더 인터뷰를 한 후 트럼프는 12월 13일 틸러슨을 차기 국무장관으로 임명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는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회사 사장 이상이다. 그는 국제적인 사람이다. 세계적인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알고 있고 세계 리더들과의 관계는 최고다. 이것은 성공적인 국무부 운영에 필요한 것이다. 틸러슨보다 더 준비된 사람은 없다.”

올해 64의 틸러슨 국무장관은 엑손모빌에서 41년을 일했다. 텍사스대학 졸업 후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한 후 단 한번의 이직도 없이 엑손모빌에서만 일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6년 엑손모빌 회장이 되었다.

엑손모빌은 2015년 기준 전 세계 석유.가스 회사 중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초국가(Transnational)기업이다. 초국가기업들은 국익이 아닌 오직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만의 외교정책을 갖고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를 말한다.

엑손 모빌의 경우 국무부, 국방부, CIA에서 일했던 전직 관리들을 고용해 전 세계 정보를 모으고 국가별 안정도를 분석하는 정보 분석부서가 따로 있는 등 세계적인 영향력이 크다.

가령,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차드’에 2000년대 중반 미국이 원조한 금액은 2000만 달러이다. 같은 기간 엑손모빌은 원유채굴협약 조건으로 차드에 5억 달러를 줬다. 차드 대통령이 국무장관보다 틸러슨 회장의 말을 더 잘들을 수 밖에 없는 단적인 예다.

엑손모빌 회장 재임 시절 틸러슨 회장은 주요 국가의 복잡한 정치를 분석하고 외국 지도자를 평가하며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친구 및 적들과 협상을 하는 등 국무장관이 하는 일들을 다해왔다. 그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배치되는 일들까지 서슴지 않고 했다.

▲ 69대 미국 국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렉스 틸러슨은 지난 1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은 현실주의자(Realist)라며 세계 무대에서 ‘강한 미국’을 강조했다.

북극해 대륙붕에 매장된 원유·가스를 채굴하기 위해 미국이 사실상 적으로는 보는 러시아와 합작사업을 2011년 체결했다. 이 공로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정부가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 메달인 우정의 메달을 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불법으로 합병한 것을 이유로 미국을 비롯, 국제사회가 제재를 내리자 틸러슨은 제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크게 냈다. 이런 까닭에 그가 국무장관이 되면 러시아를 향해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엑손모빌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의 정책을 무시하고 이라크 쿠르드자치 정부와 독립적인 원유채굴 협약을 체결했다. 틸러슨 회장은 국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이 협약 체결을 강행했는데 나중에 국무부 관리들에게 “나는 회사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오직 주주의 이익을 위해 초국가기업 엑손모빌을 지난 10년 간 회장으로 진두지휘해온 틸러슨은 국무장관으로 이제는 주주가 아닌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은 현실주의자(Realist)라며 세계 무대에서 ‘강한 미국’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제협약 위반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며 이란이 핵폐기 협정을 위반할 경우 그 결과에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최고의 패를 들고 있는 경제적, 군사적 강대국으로 이에 걸맞는 위치에서 협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엑손모빌 회장 때와는 정반대로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는 다른 가치를 갖고 있어 친구가 되기 어렵다며 러시아가 미국의 이해와 미국 동맹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틸러슨은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며 에너지를 외교정책에 사용할 수 있다며 그 예로 러시아와 유럽을 들었다. 러시아 가스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유럽에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해 러시아로부터 유럽이 에너지 독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미 국무장관들은 전직 관료, 상원의원, 교수 출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비 정치가이자 워싱턴 DC 밖의 출신인 틸러슨 회장이 국무장관이 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초국가기업 회장으로 국제무대에서 많은 외국 정상들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왔기 때문에 틸러슨은 어떤 국무장관보다 미국의 국익을 위해 협상하며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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