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여의도 텔레토비"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여의도 텔레토비"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1.0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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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6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3위 -

- 농담에 대한 오랜 법칙은 다음과 같다: 화내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 여의도 텔레토비(정확하게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CJ계열의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송중인 <SNL코리아>의 한 코너다. SNL은 “Saturday Night Live”의 약자로 현재 미국에서 38번째 시즌이 방송 중인 유서 깊은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 얼마 전 싸이가 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방송은 매회 게스트를 바꿔가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하버드 출신의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욕설로 랩을 하거나 최고의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음담패설로 노래를 해서 그래미상 후보까지 올라간 역발상의 정수, 코미디의 금자탑이다.

- <SNL코리아>는 미국 <Saturday Night Live>의 포맷을 사다가 한국버전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장진이 총감독을 맡고 신동엽이 고정출연을 하는 등 잘 알려진 인사들을 영입했으면서도 ‘19세 이상 시청가능’으로 등급을 올려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2시 한국인들이 주목한 “여의도 텔레토비” 역시 상당히 강한 정치풍자를 시도한다.

- 네 명의 등장인물 ‘앰비, 문제니, 또, 안쳤어’가 각각 누구를 상징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여의도 텔레토비”는 네 명 모두를 풍자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도 모두가 한 번씩 웃을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 주는 여유를 놓치지는 않았다.

- 그런데 이 미묘한 균형점을 최근 새누리당이 흔들었다. 홍지만 의원은 지난 24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 중 “유독 (박근혜 후보 캐릭터가) 욕설을 많이 하고 폭력적이다. 안철수 후보는 아주 점잖게 존댓말 쓰면서 폭력도 거의 없다”는 의견을 내며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 이 문제는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여의도 텔레토비 문제”를 올리는 데까지 비화됐다. 본래 오늘로 예정돼 있었던 심의는 정족수 미달로 연기됐지만 내용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장진 감독의 작품세계가 새누리당의 스타일과 합치될 확률이 낮은 건 사실이다. 간첩에 대한 ‘휴머니즘적’ 접근을 시도한 영화 <간철 리철진>(1999)까지 갈 것도 없이 현재 대학로에서 상연중인 연극 <서툰 사람들>은 가정집에 침입한 도둑과 여교사가 사랑에 빠진다는 밑도 끝도 없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심각하게 파고 들어가면 한도 없겠지만 웃자고 하는 얘기라는 게 느껴지니 한 번 웃고 넘어가 주는 것일 뿐이다.

- ‘또’가 욕설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박근혜 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불암 시리즈’의 히트를 설명할 수 없다. 웃음은 의외성에서 비롯되는 바, 사람들은 통념을 깨는 행동에서 폭소를 터뜨린다. “‘또’가 욕설을 많이 할수록 박 후보가 점잖은 사람이라는 반증이 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 그래도 <SNL코리아>가 박 후보를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 프로그램에 출연을 시도함으로써 전세를 역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는 새누리당에 대중과 함께 호흡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가? 웃자고 한 말에 정색하며 반발하는 건 농담을 ‘뒷담화’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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